[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많은 이들이 바라지만, 쉽게 다다를 수 없던 천만 고지가 눈 앞에 보인다. 이미 800만 관객을 돌파한 '왕과 사는 남자'가 드디어 '천만 영화'에 등극할 순간이 다가온 것. 수치로도 놀랍지만, 애처로운 단종의 서사를 마음에 품고 영월을 찾는 이들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지역경제가 활성화 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리고 있다. 여기에 우리가 잊고 있던 역사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졌다. 콘텐츠로서의 재미를 넘어, 많은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그린다. 대한민국 영화 최초 단종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탁월한 스토리텔러 장항준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대한민국 영화 누적 관객수 1위 배우인 유해진과 대세 배우 박지훈이 각각 광천골 촌장 엄흥도와 단종 이홍위 역을 맡았다. 여기에 유지태, 전미도, 이준혁, 박지환, 안재홍 등이 함께해 완벽한 앙상블을 선사했다.
특히 관록의 배우 유해진과 단종 그 자체가 된 박지훈이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가슴 아픈 서사 속 신들린 열연을 펼쳐 극찬을 얻었다. 단종 역을 위해 15kg 체중 감량을 하고 외형과 목소리에 변화를 줬을 뿐더러 깊은 눈빛으로 놀라운 연기력을 뽐낸 박지훈은 '단종의 환생'이라 불리며 일명 '단종 오빠'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왕과 사는 남자'는 설 연휴 뜨거운 입소문을 얻으며 극장가를 싹쓸이했다. 매일 놀라운 스코어를 이어가더니 개봉 26일째인 3월 1일이 되자마자 8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이제 '천만'까지 200만 명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장항준 감독과 '리바운드'에 이어 '왕과 사는 남자'로 두 번째 호흡을 맞춘 박윤호 프로듀서는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다음은 박윤호 프로듀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왕과 사는 남자'를 향한 뜨거운 호평과 함께 역사를 되새기기도 하고, 영월을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신드롬이 일어났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런 반응과 결과에 대한 소감은 어떤가?
"저희도 이렇게 큰 반향이 있을지 예상을 못 했다. 영화라는 것이 한 시대, 인물을 보는 이야기지만, 그걸 많은 관객도 그 여운을 느껴주신다. 또 실제 공간인 영월까지, 현생이 이어졌다는 것이 무엇보다 뜻깊다. 하고 싶었던 것이 거창한, 교훈적인 것보다 역사의 일부를 사람의 이야기로 전달하는 것이다. 그게 관객분들에게 닿았던 것 같다. 실제로 영월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군청의 문화 마케팅 홍보팀장님이 명절 지나고 저에게 한번 연락을 주셨다. 통계상 작년 대비 개봉 이후 해당 기간 방문한 분들이 5~6배 정도 많이 늘었다고 하더라. 청령포에 줄을 서고, 지역 경제 활성화도 유발했다고 하셨다. 메밀전병 사는데 웨이팅이 2시간 정도 걸렸다고 하더라. 지자체도 영화의 파급력과 관객들의 반응을 실제로 체감하고 있어서, 상생하는 의미로서 너무 좋다고 하셨다."

- 사실 영화 시장이 너무 안 좋다는 말이 계속 나왔는데, '왕과 사는 남자' 덕분에 극장도 다시 활기가 생기는 느낌이었다. 설 연휴가 있기는 했지만, 설 연휴 이후에도 식지 않는 인기를 이어가고 있어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선 남다른 마음이 있을 것 같다.
"저희는 매번 감사하다는 마음뿐이다. 요즘 OTT나 즐기고 소비될 수 있는 플랫폼이 많다. 영화로서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건, '왕과 사는 남자' 같은 경우엔 혼자서 보다는 다양한 연령층에서 가족끼리 집중해서 볼 수 있다. 그게 주효했던 것 같다. 명절이 있기는 했지만, 커플끼리 보고 재미있어서 명절 때 부모님, 어르신들 추천해서 같이 본다. 중년층은 자녀들과 같이 볼 수 있는, 연쇄적인 파급력이 있었다. 저희가 그걸 예상했다기보다는, 그리고자 했던 내용이 다양한 연령층에 공감이 되고 영화 끝나고도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작품이지 않았나 싶다. 수치상으로도 그렇게 좋은 시너지가 된 것 같다."
- 후기를 보면 중장년층 관객들이 초반 코믹한 부분에서 깔깔거리며 웃었다고들 하더라. 우리가 역사적 결말을 알고 있는, 슬픈 이야기이기는 하나, 초반 이런 유머 코드도 가미 되어있다 보니 다양한 연령층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왕과 사는 남자'라는 제목처럼,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계유정난의 에피소드보다는 단종의 다루지 않았던 이야기를 담았다. 유배 이후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극적 상상이 담겼다. 거기엔 휴머니티도 있고, 정도 있다. 후반 교감으로 인한 마무리까지, 다수의 연령층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보니 코미디에서는 많이 웃어주셨고 뒤의 여운에선 나이, 시대를 초월한 공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 장항준 감독과는 '리바운드'에 이어 '왕과 사는 남자'도 함께 했다. 워낙 유쾌하고, 현장에서도 큰 소리 한번 나는 일 없다고 할 정도로 현장을 사랑하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옆에서 지켜본 장항준 감독의 매력과 장점은 무엇인가?
"'리바운드'를 같이 했을 때 좋은 추억과 경험이 있다. '왕과 사는 남자'도 같은 궤도다. 유쾌하고 상당히 인간적이다. 유해진 선배님도 그런 공통점이 있다. 절대 강자의 역할보다는 현장에서 모든 스태프와 커뮤니케이션을 열린 마음으로 했다. 경청하고 같이 상의하고, 선택할 수 있게 좋은 이유를 얘기해주셨다. 그러다 보니 좋은 시너지가 났다. 그것을 잘 아시는 분이 장항준 감독이다. 감독이 다한 거지, 풍자 아닌 풍자를 하시는데 이게 가장 큰 능력이라고 본다. 스태프들, 배우들이 자발적 에너지를 가지고 뭐가 더 좋을지, 뭐가 더 이 작품에 도움이 될지 항상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그것을 좋은 아이디어를 내보고 싶고 같이 만들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감독님이 협업의 공정을 애초부터 오픈하고 풀어준다. 사소한 것이라도 같이 준비해가는 과정이 있었다. 주연 배우나 연기를 많이 한 분들뿐만 아니라 신인 배우들에게도 다 공통적인 부분이었다. 최종적인 선택, 설득하는 과정에서는 감독님이 큰 틀에서 책임을 져준다. 저도 많은 것을 느낀 것이 결과에 기분 좋기도 하고 아쉬워하기도 하지만, 즐거웠던 환경과 과정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선례로 만들어줬다. 이건 저의 기초적인 마인드인데 그게 실현이 되었다는 지점에서 장 감독님의 엄청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 연출자도 그렇겠지만, 작품을 만들어가는 스태프들의 마음도 잘 맞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극이라 고증에 대한 이슈도 많으므로, 스태프 엄선할 때 각 분야의 전문가, 사극에 정통했던 분들을 프리 때부터 초빙했다. 그분들은 워낙 경험도 많으시고 노하우도 많은데 다 열려있고 대화도 많이 한다. 좋은 시너지였다. 좋은 실력과 경험이 있는 분들이 더 날개를 달지 않았을까. “이건 내가 생각한 것”이라며 제한 두지 않고 그들의 말을 경험하고 지지도 해준다. 그런 면에서 순기능이 있었던 것 같다."
- 단종과 엄흥도 등 실존 인물을 다루다 보니 더 조심하게 접근했을 것 같다. 여기에 허구의 인물도 존재하고 상상이 가미되기도 했는데, 이런 밸런스를 어떻게 잡아가려고 했나?
"정말 부담이 많았다. 실존 인물을 다루는 건, 프리부터 후반 편집하고 마무리할 때까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다. 작품에 임하는 사람에게 실존 인물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역사 속에 어떤 위치에 있었고, 시대가 지닌 비극성이 있고 무게가 훼손되지 않는 선이 어디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큰 사건의 흐름과 인물의 선택은 기록이 많이 있다. 거기에 충실히 따르려고 했다. 그리고 역사서의 개념보다, 영화는 감정을 전달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허구의 인물이 필요했다. 허구의 인물로 중심을 끌어가기보단, 실존 인물의 상황과 감정이 잘 보일 수 있는 창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밸런스를 잡아야 하기에 허구가 앞서가면 안 되고, 역사를 바꿔서도 안 된다. 그 밸런스에 의미를 둔 건, 사실 위에 허구가 감정을 얹는 거다. 역사의 큰 뼈대는 흔들리지 않고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관객들이 느끼게끔 조심스럽게 접근하자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실존과 허구의 경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 엄흥도의 아들 태산(김민 분)도 실존 인물인가?
"엄흥도 선생에겐 아들이 세 명이 있었다. 매화(전미도 분)도 유배 왔을 때 따르던 6명의 궁녀, 혹은 다수의 인원을 하나의 캐릭터로 응축시킨 거다. 아들 세 명도 삼족을 멸한다고 했을 때, 엄흥도 선생과 아들이 생존하기 위해 팔도에 뿔뿔이 흩어졌다. 충절과 의를 위해 생이별한 거다. 야사에 기록이 있다. 그래서 태산이라는 캐릭터 하나로 응축시킨 거다. 깨우치게 되고, 아버지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슬퍼하고 계기가 된다. 이런 지점을 한 가지 캐릭터로 압축시켰다."

-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영월 청령포가 600년 전에도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유배지였다. 영화에 백성들이 어린 왕을 안타깝고 가여워하여 물건을 던져주는 장면이 있다. 긴 줄을 서서 낮이고 밤이고 통곡하면서. 청령포에 줄을 서서 들어가려 하는 관광객들의 풀샷을 봤다. 600년이 지나서도 이 상황을 기리는 백성들의 줄이 이렇게도 연결될 수 있구나 의미를 알려주시더라. 배를 타려고 하는 긴 줄을 2026년 2월에 보니까 감회가 새롭고 보람이 남다르다. 장릉도 실제 역사상에 대군이나 왕릉은 수도권에 있다. 유일하게 왕 중에 수도권이 아닌 곳에 있다. 그게 장릉이고 단종이다. 먼발치에서 찾아올 수 있는 것이 영화의 힘이다. 많은 분이 통감해주시는 것 같다. 조선의 여러 왕도 장릉이 멀어서 행차를 못 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래서 더 안쓰러웠다. 지금이라도 그리워하고 아련하게 생각해서 600년이 지난 지금 찾아준다는 댓글이나 사진을 보면 우리가 보람찬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관광 코스도 많이 생기고 유배 루트, 단종과 엄흥도를 기리는 팬 투어 코스도 많이 생겼더라. 그런 거 보면 뿌듯하다. 우리가 촬영했던 문경에도 엄흥도 선생의 후손이 있는 곳이 많다고 들었다. 영주, 울산 등 엄흥도 선생과 연관된 실제 공간에도 많은 분이 찾아온다는 것을 들었다. 이렇게 선한 영향력이 발현된다는 것이 저희에겐 뜻깊다."
-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슬프거나 마음에 남는다고 하는 장면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엄흥도가 유일하게 관리자, 감시자로서 남들은 "전하"라고 하는데 "전하라고 하면 안 돼. 나으리라고 해"라고 했던 부분이다. 엔딩에 보면 해진 선배가 갇혀있는 홍위를 볼 때, 활줄을 당기기 전에 "나으리"라고 하지 않고 처음으로 "전하"라고 한다. 그 지점이 엄흥도 입장에선 많은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나는 그들의 손에 죽고 싶지 않다"라고 할 때 엄흥도가 어루만지고 싶지만 전하라 그러지 못한다. 활줄을 당기는 상황이 가장 인상 깊고 슬프고 계속 각인이 되는 것 같다. 매화의 편지도 엔딩에 배치가 되어있다. 그건 시나리오상에는 앞이었다. 홍위가 범의 눈이 되어 결심하고 금성대군(이준혁 분)에게 떠날 때 남기고 간 서찰이다. 그 부분을 더 극적으로 해볼까 편집하면서 감독님과 상의했는데 후반 배치를 하면서 마무리하는 메시지의 서찰로 더 적절했다. 6명의 궁녀가 낙하하면서 자결했다고 기록이 되어있는데, 이 상황까지 후반부가 단단하게 여운적으로 잘 구성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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