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앞에 서는 것이 좋았다. 초등학교 시절, 일주일의 한번 토요일 종례시간은 그의 몫이었다.
친구들을 모아 당시 인기를 구가하던 '젬', '틴틴 파이브' 등을 따라했다. 내성적이었다는 기억은 오해였다. 중학교 1학년 캐나다로 유학 간 이후 처음 만난 초등학교 친구들. 그들은 최여진을 활발했던 아이로 기억했다. 자신이 잊고 있던 스스로의 모습이라 했다.
패션모델에서 연기자로
최여진. 앙드레 김 패션쇼의 메인모델도 했었다. 그러나 연기자로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소지섭의 머리에 총을 맞게 했던 장본인. 그를 설명하는데 가장 많이 붙는 수식어다. 2001년 슈퍼엘리트 모델 출신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최근 KBS2 해피선데이의 여걸식스에서도 맹활약중이다. 하지만 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경력이 많지 않다. 그도 알고 있었다.

학창시절 발레리나였다. 초등학교부터 발레를 했다. 학교, 발레학원, 집 세 곳을 쳇바퀴 돌 듯 살았다. 캐나다에 가서도 발레를 멈추지 않았다. 인정을 받았다. 발레 콩쿠르, 자타가 공인했던 실력이었고 실수도 없었다. 상을 받은 것은 백인들이었다. 최여진은 유일한 동양인 참가자였다.
캐나다에 있을 때,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 녹화 비디오를 한꺼번에 50개씩 빌려다 봤다. 연기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생겼다. 혈혈단신 한국으로 와 모델이 됐다. 모델은 연기자가 되기 위한 발판이었다. 패션쇼의 메인 모델이 될 정도로 성장했지만 연기에는 초보였다. 차근차근 한 계단씩 오르기로 마음먹었다.
영화 '공필두', 중국집 배달 소녀 이미지 변신
요즘 드라마나 영화가 여자주인공에게 요구하는 청순가련형 혹은 오밀조밀한 외모는 아님을 스스로도 알았다. 그러나 연기는 외모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외모에서 주는 이미지를 극복하는 것이 연기다. 세계 패션 모델계를 주름잡았던 샤를리즈 테론.그가 눈썹을 밀고 체중을 불리며 미국 최초의 여성 연쇄살인범을 연기했던 '몬스터'. 최여진에게는 하나의 목표이자 꿈이다. 연기자에게 있어 화면에 예쁘고 아름답게 나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영화 '공필두'의 중국집 배달 소녀. 그가 택한 배역이다. 극의 여주인공은 아니다. 찍을수록 애초 시나리오보다 촬영분이 늘어났다. 도회적이고 섹시한 모델출신 연기자라는 자신의 테두리가 장점이자 단점임을 인정했다. 이번 역할로 어느 정도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고 자부한다.
발레로 인한 풍부한 감성과 유연한 몸이 경쟁력이라고 했다. 다른 어떤 여자 연기자보다 액션 장면을 잘 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임청하, 장쯔이, 액션연기가 되는 중국여배우들 또한 최여진의 목표이자 가능성 가운데 하나다.
백 개의 계단 중 이제 세 번째 계단에 올라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이제 몇 계단쯤 올라온 것 같은가. 잠시 머뭇거렸다. 다시 물었다. 올라가야할 백 개의 계단 중에 지금 어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나? "겨우 세 번째 계단 정도 올라왔습니다." 서른 번째 계단도 아니고 세 번째 계단이다. 겸손한 답이었지만 앞으로 아흔 일곱 개의 계단을 올라가겠다는 당찬 표현이기도 했다. 그 계단을 오르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자신의 노력과 성실함임을 스스로도 알 것이다.

매니저가 처음 거들었다. "오히려 제가 전화를 받습니다. 늦지 않게 오라고. 촬영 현장에 한 번도 지각한 적이 없습니다. 드문 신인이에요." 물론 확인할 수 없는 말이지만 믿음이 갔다. 그 믿음은 앞으로 최여진, 본인의 행보가 증명해줄 것이다.
조이뉴스24 /김용운기자 woon@joynews24.com 사진 김동욱기자 gphot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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