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월요일 비가 내렸다. 서울 강남의 영화사 외유내강의 사무실. "이런 날 몸이 좋지 않을 것 같군요" 자리에 앉은 정두홍 감독에게 인사차 말을 건넸다. "어휴, 어디 한군데 안 쑤시고 안 결리는 곳이 없습니다" 정 감독은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며 가벼운 스트레칭을 했다. 올해로 마흔 살을 넘겼다는 그의 몸은 작은 동작에도 탄탄한 근육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25일 개봉을 앞둔 영화 '짝패'(제작 외유내강·서울액션스쿨)는 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감독이 직접 출연 및 연출을 한 액션영화다. 1989년 스턴트맨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처음으로 주연을 맡아 출연했다.
액션영화를 위해 한 길을 걸어온 그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그동안 남의 얼굴을 빌려 보여주었던 액션을 본인의 얼굴로 원 없이 관객들 앞에 선보인 영화기 때문이다.
성룡도 한국 액션 영화의 스턴트맨 이었다
한국의 액션영화를 논하기 이전 아시아의 다른 나라 액션영화의 특징을 물어봤다. 정두홍 감독의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졌다. "홍콩의 액션영화는 기예적인 느낌을 준다. 틀이 갖춰진 정형화된 액션이다. 일본의 액션영화의 정수는 사무라이 영화다. 사무라이들의 칼 뽑는 모습 자체에 아우라가 느껴진다" 길어지는 말을 조심스럽게 자르고 한국의 액션영화에 대해 물었다.

"한국의 액션영화가 홍콩의 액션영화보다 훨씬 뛰어났다. 70년대 성룡 같은 이들이 한국 액션영화의 스턴트맨으로 출연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박노식, 허장강, 이대근 같은 배우들의 액션은 남자다운 멋이 있었다.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한국식 액션영화는 애석하게도 80년대 이후 맥이 끊겼다. 그 이후 홍콩 액션영화가 마치 아시아 액션 영화의 대표인양 부각됐다"
한국 영화사 속에 액션 장르에 대한 정 감독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90년대 이후 '장군의 아들'과 '테러리스트'에 이르러 다시 시작된 한국 액션영화의 현장에 항상 함께 있었다. 오로지 액션을 위해 20대와 30대를 바쳤다. 숱한 부상과 그에 따른 수술, 육체적인 고통에 이제는 무감각해질 정도가 됐다. 자신의 몸을 혹사하면서까지 액션을 고집하는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무사가 버림 받은 한. 무사가 소모품처럼 쓰인 역사에 대한 한이 남아있다" 가족 중에 무술을 익힌 분이 있어 그런가 싶었지만 아니다. 집안에는 씨름을 잘 하셨던 어른만 있었다고 한다. 정 감독은 후배들에게 자신이 받은 서러움을 겪지 않도록 전면에서 방패가 되겠다고 말했다. 위험을 감수하고 극한으로 몸을 움직여 밥벌이를 하는 이에 대한 정당한 평가. 액션 외길을 걷는 그의 목표였다.
멋있게 싸우다 죽을 것이다
한국액션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정두홍 감독은 '현장감'을 꼽았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마치 싸움의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다른 나라의 액션영화와 차별화된 한국 액션 영화의 장점이라고 한다. 그것은 바로 영화 '짝패'의 재미이기도 했다.

더도 덜함도 없는 액션영화의 한 전형인 것 같다고 '짝패' 관람의 소감을 전했다. 정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본격적인 연기를 해보니 자신의 부족함이 많이 드러난 것 같아 아쉽다며 액션 또한 연기가 뒷받침 되어야 보다 큰 호소력을 가질 수 있음을 느꼈다고 한다. 그것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인터뷰 내내 가장 힘을 주었던 말은 이 말이었다.
"멋있게 싸우다 죽을 것이다. 빙빙 돌다가 죽어버리면 재미없다. 내 사족을 못 쓸 때만 (액션)을 놓을 수 있다. 그 전에는 절대 놓지 않는다"
조이뉴스24 /김용운기자 woon@joynews24.com 사진 김동욱기자 gphot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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