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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운]봉준호 '괴물'과 심형래 '디 워'가 만나면?


[조이에세이]

일년 전이다. 2006년 여름, 한국 극장가는 한강에서 튀어나온 정체불명의 괴수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이 그 주인공이었다.

'살인의 추억'으로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봉준호 감독. 그가 처음 괴수영화인 '괴물'을 구상하고 주변에다 이야기를 했을 때 고개를 젓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심지어 미친 거 아니냐는 말을 들었을 정도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봉 감독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꿈꿔왔던 한강의 괴물 영화를 마침내 완성시켰다. 할리우드의 '쥬라기 공원'이나 '고질라' 제작비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00억원 내외의 돈으로 봉준호 감독은 독특한 개성의 괴수영화를 탄생시켰다. 결국 봉 감독은 '괴물'로 한국영화흥행 최고기록을 경신하며 한국 영화사의 획을 그었다.

그로부터 일년이 지난 2007년 여름. 한국 극장가에는 또 한 편의 괴수영화가 관객들에게 선을 보였다. 심형래 감독의 '디 워'다. 한국의 이무기 전설을 소재로 한 '디 워'는 ‘괴물’보다 서너 배가 넘는 한국영화 최고 제작비로 만들어졌다.

심형래 감독은 '디 워'를 통해 전세계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는 할리우드 영화에 대적하겠다고 밝혔다. 그 만큼 '디 워'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과 심형래 감독은 같은 장르의 영화를 만든 감독이지만 출발점이나 지향점은 서로 다르다.

봉 감독은 '지리멸렬' 등 단편 시절부터 한국영화의 기대주로 촉망받으며 그 기대에 부응하는 영화를 만들어 왔다. 봉 감독은 특히 꼼꼼한 시나리오와 탄탄한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두며 "시나리오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심형래 감독은 한국 최고의 코미디언으로 시작해 '우뢰매', '영구와 땡칠이', '티라노의 발톱', '용가리' 등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그에 대한 충무로의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영화를 볼거리 위주로만 생각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디 워'역시 '괴물'보다 뛰어난 시각적인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영화적 평가는 높지 않다. 이유는 같다. 볼거리 외에 다른 요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심 감독은 이런 지적에 대해 영화는 시각적 오락물이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6월말 봉준호 감독은 한 강연자리에서 '괴물'에 얽힌 비화 하나를 털어놨다.'괴물'의 CG 작업을 심형래 감독의 영구아트무비에 의뢰하려 했다는 것. 하지만 영구아트무비가 '디 워'의 준비로 인해 바빴고 그 과실만 자신이 가져가는 것 같아 결국 미국의 CG 전문회사인 오퍼니지의 손을 빌려 괴물 CG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시 봉 감독은 영구아트무비의 CG 실력에 대해 "비용대비 최고의 퀄리티를 만들어내는 회사"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만큼 봉준호 감독 역시 심형래 감독의 노력과 노하우에 대해 경의를 표한 것이다.

심형래 감독이 6년간의 절치부심 끝에 만든 '디 워'의 개봉 후 논란을 보며 만약 봉준호 감독과 심형래 감독이 손을 잡고 괴수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영화가 탄생할지 상상해 봤다. '빈약했다는 '괴물'의 CG와 내용이 부실하다는 '디 워'가 서로의 장점으로 단점을 보완한다면' 하고 말이다.

'괴물'과 '디 워'의 만남. 이는 분명 한국영화계가 할리우드에 대항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가 되지 않을까?

봉 감독의 탄탄한 시나리오와 주제의식 그리고 심형래 감독의 독창적인 CG 기술력이 한 편의 괴수영화에서 시너지 효과를 낸 다면 ‘괴물’과 '디 워'를 능가하는 영화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괴물'과 '디 워'도 감독의 상상력에서 첫 출발을 했다. '디 워'를 본 관객들은 이미 기자보다 앞서 '괴물'과 '디 워'의 행복한 만남을 상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진 위에서부터 봉준호·심형래 감독, '괴물','디 워']

조이뉴스24 /김용운기자 woo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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