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야구 진출팀 가운데 가장 전력이 약한 것으로 평가됐던 삼성이 올 시즌 돌풍을 불러일으켰던 롯데를 3연승으로 잠재웠다. 준플레이오프서 삼성은 사직 2연전을 비롯해 11일 대구구장서 열린 3차전마저 롯데를 제압하며 대망의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어느 누구도 삼성이 롯데에게 이렇게 일방적인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투타 부문에서 어느 것 하나 롯데에게 앞선 것이 없던 삼성은 '경험'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점을 현실화시키며 '부산 갈매기'를 그야말로 유린했다. 더군다나 승리의 원동력이 된 타선의 대폭발은 '지키는 야구'만을 지향하던 삼성에게 더욱 큰 힘을 실어줬다.
사실 삼성 타선의 색깔은 모호하다. 1번 타자 박한이는 올 시즌 모두 합쳐 도루가 5개밖에 되지 않으며, 시즌 2번과 4번을 오가긴 했지만 박석민을 테이블세터나 해결사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하다. 게다가 최형우, 양준혁, 진갑용, 박진만, 채태인, 김창희, 조동찬 등 주전타자들이 대체적으로 큰 특색 없이 고른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삼성 타선은 그야말로 '무채색'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삼성의 장점인 '지키는 야구'를 차치하고서라도 삼성 타선은 강공 일색이다. 도루를 포기했기에 상대팀 배터리 흔들기는 아예 마음을 접었고, 주자가 나가도 후속 타자들은 투수와의 정면 승부를 감행한다. 삼성의 팀 도루수는 59개로 LG 이대형(63개) 한 명이 기록한 것보다 적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삼성 타선의 타율도 그다지 뛰어난 편은 못된다. 삼성 타자들 중 규정타석을 채우고 3할을 넘긴 선수는 톱타자 박한이(3할1푼6리) 뿐이다. 팀타율은 거포가 많아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떨어지는 한화(2할5푼4리)와 최하위 LG(2할5푼6리)보다 조금 나은 6위(2할5푼8리)에 겨우 랭크돼있다.
하지만 삼성의 진정한 강함은 '집중력'에 있다. 그리고 이는 '득점권 타율'이라는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삼성 타자들의 득점권 타율은 '못 쳐도 3할'이다. 특히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올라 있는 선수들의 경우, 대부분이 3할대의 득점권 타율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우동균(3할5푼5리), 박한이(3할4푼2리), 최형우(3할3푼6리), 현재윤(3할3푼3리), 채태인(3할2푼7리), 양준혁(3할9리), 박석민(3할1리) 등이 모두 3할대 득점권 타율을 자랑한다. 시즌 중 SK, 두산, 롯데 등 나머지 가을 야구 참가팀 타자들과 비교해 그다지 뛰어난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선수들 같지만 기회가 왔을 때 이를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능력만큼은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두산의 경우, 시즌 리딩 히터인 김현수(3할7푼9리), 김동주(3할4푼6리), 고영민(3할1푼1리), 홍성흔(3할9리) 등 득점권 타율이 좋은 선수들이 중심 타선에 편중돼 있다. 두산 타선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편이지만, 역으로 삼성 투수들은 이들만 잘 피하면 위기를 쉽게 넘길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삼성이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고, 롯데를 준플레이오프에서 손쉽게 물리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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