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많은 인터뷰를 했지만 오늘처럼 떨리기는 처음이네요."
김학범 감독(48)이 참았던 눈물을 한꺼번에 쏟아내며 성남 일화에서 마지막 기자회견을 했다.
김 감독은 27일 오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사무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감독직 사임을 선언하며 11년 동안 성남에서의 추억을 정리했다.
생수를 수차례 들이키며 입을 쉽게 떼지 못한 김 감독은 한참을 생각하다 결국 눈물을 흘렸다. 2006년 수원 삼성과의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승리하며 우승컵을 차지한 뒤 전임 故 차경복 감독 생각에 눈물을 쏟았던 이후 처음이었다.
김 감독은 먼저 "박규남 사장을 비롯해 나를 믿고 따라 준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그리고 일당백의 열정을 가진 서포터와 팬들에게 좋은 장면을 보여주지 못하고 떠나게 돼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감독직을 사임하게 됐는데
"양복 입고 앉아 있으려니 갑갑하다. 많은 시간 인터뷰했지만 오늘처럼 떨리긴 처음이다. 성남에 1998년 8월 18일 들어왔는데 10년하고도 2개월 보름이 지났다. 많은 것을 느끼고 누렸고 배웠고 지나왔다. 99년 FA컵 우승을 시작으로 2001~2003년 차경복 감독을 도와 우승을 일궈냈고, 2006년에도 우승을 했다. 많은 시간을 우승하는데 쏟았던 것 같다."
"시간이 빨리 지난다고 느꼈다. 검은색 머리가 흰머리가 듬성듬성 날 정도가 됐으니 말이다. 40대를 성남 일화에서 다 보냈다. 그동안 팀을 맡아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대단히 많았다. 이제 그것을 한 번 해보려고 한다."
"그동안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준 박규남 사장 이하 전 직원, 코칭스태프, 나를 믿고 따라준 선수들과 일당백 열정을 가진 성남 서포터 천마불사와 성남 일화를 사랑해 준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떠나게 된 점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
-계약이 남았는데 떠나기로 한 이유는
"선수단이 혼신의 힘을 다해 경기를 했지만 후기리그 막판 팀 전력이 무너졌다. 그런데 그것을 빨리 잡지 못했다. 내 능력이 이것 밖에 안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 (사임하기로)마음먹었던 것을 구단에 이야기했고, 모자랐던 공부를 통해 내가 감독을 하면서 느꼈던 부분을 재충전하고자 결심을 굳히게 됐다."
-이동국 영입과 관련, 구단과 마찰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 이야기 나도 많이 들었다. 이동국은 훌륭한 선수다. 감독의 의지가 없었다면 영입을 할 수 없었다. 이동국은 훈련 때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밖에서 보는 것처럼 스타의식은 없다. 훈련을 열심히 했고 나 역시 빨리 이동국의 컨디션을 올려놓아 플레이오프 때 적절히 사용하고자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러나 이동국은 심리적인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것 같다. 팬들에게 보여주겠다는 마음이 급했던 것 같다. 본인이 하려고 노력했기에 (구단과의 마찰은) 전혀 없었다."
-향후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감독이 되면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없었다. 어깨에 아무 짐도 없으면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시간과 일정에 쫓겨 돌아보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 이번에는 시간을 많이 갖고 생각 대로, 흘러가는 대로, 어디든 다 돌아볼 계획이다. 특히 국내 구단도 다 돌아볼 계획이다. 지도자 생활하면서 꼭 해보고 싶었다. 다시 감독 기회가 주어지면 그것을 바탕으로 더욱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
성남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1999년도 FA컵을 제주에서 했는데 성남도 힘들었던 시간이다. 그때 우승하고 서포터, 선수, 차경복 감독 등 모두 눈물을 흘리며 좋아했다. 코치로 2001년 첫 우승을 했을 때와 감독으로 2006년 우승했을 때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아쉬움이 있다면 두 가지다. 2004년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성남에서 했다. 알 이티하드와 원정에서 먼저 이기고 홈에서 참패했다. 그 일을 계기로 차 감독이 사임을 했다. 또 작년에 1위로 올라갔음에도 챔피언 결정전에서 포항에 져 우승을 못했다. 이 부분이 뼈아픈 기억으로 남는다."
"그래도 여기 와서 우승을 많이 했다. 다음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해보고 싶다. 그걸 못하고 이 팀을 떠나게 된 것이 많이 아쉬움으로 작용한다. 다음에는 기필코 해보고 싶다."
-성남에서 본인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했다고 생각하나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렸다. 어려움 있어도 최선을 다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했다. 후회는 없다. 온 열정을 다 바쳤다고 생각한다."
-성남이 큰 클럽으로 발전하려면
"하루 빨리 선수들이 마음 놓고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한다. 여건만 마련되면 명문 구단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용인 시절에는 아무 걱정 없이 훈련하고 선수 가르칠 수 있었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그때가 제일 행복했다. 지금도 구단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여건을 만들어준다면 좋은 구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조이뉴스24 /성남=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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