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사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부자구단' 삼성과 스폰서 찾기에 고심 중인 히어로즈가 전지훈련 장소를 놓고 정반대의 결론을 내려 눈길을 끈다.
삼성 측은 최근 김응용 사장과 김재하 단장 및 구단 수뇌진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해외 전지훈련에 대해 논의한 결과, 경산 볼파크에서 스프링캠프를 차리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선수단 결속의 최고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괌과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포기하고 자숙의 의미로 국내에서 훈련하는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히어로즈는 무조건 해외에서 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지난 10일 재활군 투수 6명을 비롯해 코치와 트레이너 1명씩을 필리핀으로 보낸 히어로즈는 30일까지 해당 선수들에게 따뜻한 곳에서 제대로 몸을 만들라는 지령을 내렸다. 게다가 히어로즈는 내년 1월 전지훈련 장소도 현대 시절 주로 찾았던 미국 플로리다 브래든턴으로 결정했다.
'부자구단'으로 불린 삼성과 돈없어 쩔쩔 매던 히어로즈의 상반된 행보는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로 추락한 구단 이미지를 재고하기 위해서다.
삼성의 경우, 히어로즈와 단행한 장원삼 트레이드가 나머지 6개 구단과 불화를 일으켰고, 결국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상우 총재가 사상 초유의 트레이드 승인 불가 통보를 내림으로써 욕만(?) 먹고 헛걸음질만 쳤다.
게다가 소속 선수 13명이 인터넷 도박에 빠져 검찰이 내사중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삼성 구단은 또 한번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이미 지난 12일 검찰 측이 억대의 도박을 벌인 3~4명을 실제 소환조사한 것으로 보도되면서 그 결과를 놓고 여전히 시한폭탄을 떠안고 있는 삼성은 경기 한파에 해외 훈련은 자제하자는 쪽으로 분위기를 굳히고 있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돈 없는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필리핀 전지훈련을 비롯해 스프링캠프도 미국으로 결정했고, 야구계의 걱정거리였던 2차 가입금 24억원도 12월 초 미리 납입하면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작년에 '후려쳤던' 선수들의 연봉도 대폭 인상할 예정이며 동결된 직원들의 임금도 상승 조정할 방침이다.
모기업의 이미지를 재고하기 위해 몸을 움추리고 있는 삼성과, 스폰서 영입을 위해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히어로즈의 엇갈린 행보가 프로에서 '이미지' 각인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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