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쌍화점'의 포스터에는 주진모의 옆 모습이 담겨있다. 원색의 화려한 색감이 그득한 포스터 속에서 주진모는 금관을 쓰고 음영이 뚜렷한 옆모습을 드러낸다. 길고 짙은 속눈썹에 우뚝한 코의 선은 왕의 위엄과 함께 미묘한 여성미를 풍긴다.
곧 눈물을 떨어뜨릴 것같은 눈 속에 비운과 슬픔, 애증을 담은 주진모를 만났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로 주가 상종가를 친 주진모는 차기작으로 영화 '사랑'을 선택했다. '까꿍'으로 걸죽한 사투리를 내뱉으며 지고지순한 남자의 뜨거운 가슴을 보여주었다.
개봉 당시 추석 흥행 1위작의 타이틀을 차지한 '사랑'으로 주진모는 다시 한번 주가를 올렸다. 영화 '쌍화점'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듣는 사람들은 주진모와 조인성의 동성애 호흡에 관심을 가졌다. 동성애 코드가 있다는 짧은 문구에도 불구하고 두 남자의 동성애 연기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날로 커졌다.
"동성애에 대한 면은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다른 소재보다는 상황적인 측면에서 동성애적인 코드가 들어있는 것은 맞지만, 그것은 한 단면일 뿐이다. 인물들의 관계 형성상 필요했다고나 할까. 배신과 질투, 애증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설정이라고 본다."

"처음 캐스팅됐을 때는 주진모가 조인성이랑 동성애 영화 찍는다고 알려지더라. 솔직히 당황했다. 혹자는 '브로크백 마운틴'에 비교하기도 하는데, 그 정도 되니 나까지도 헷갈렸다. 내가 정말 동성애 영화를 찍는건가? 그래서 유하 감독님에게 물어봤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혹시 다르게 표현되는 인물인가 하고. 하지만 감독님의 생각 역시 나와 같았다."
주진모가 연기하는 왕은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여지던 왕의 캐릭터와는 다르다. 36명의 미동들을 어렸을 때부터 거느리고 자란 자유분방한 왕이자, 자애롭고 다정함이 넘치는 사람이다. 조인성과의 진한 키스 신에서 엿볼 수 있듯 자유롭고 솔직한 남자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의 왕은 역사적 고증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쌍화점'이라는 고려 가요와 당시 시대적 분위기, 동성애를 즐기던 성적 취향 등의 요소만 모티브로 차용했다.
"유하 감독님이 공민왕에 대해 절대 공부하지 말라고 했다. 당시 인물을 역사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니, 배경 지식은 도움이 되지 못할 거라는 말이었다."
주진모가 연기한 왕은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보여준다. 자애롭고 따뜻한 초반 성격에서 사랑을 잃고 분노와 의심에 떠는 격정적인 변화를 겪는다. 그 과정에서 주진모는 공감이 가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한다.

"동성애가 거부감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말하는 가장 중요한 면은 사랑이다. 사랑이 없으면 인간은 얼마나 기계적인 인생을 살겠나. 세 명의 인물들이 변화하는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 누군가에게 공감하고 감정 이입을 하게 될 거라고 본다. 동질화 하고 자기화시키는 순간이 분명 있을 것이다."
영화 '사랑'을 끝내고 차기작을 검토하던 주진모는 유하 감독이 시나리오를 완성했다는 풍문을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욕심을 냈다고. 유하 감독에 대한 신뢰와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갈망이 영화 '쌍화점'을 통해 접점을 찾게 됐다.
"내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조)인성이가 캐스팅됐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왕이겠구나 싶었다. 왕이 보여주는 감정과 캐릭터에 마음이 갔다. 한 순간도 눈을 못 떼고 시나리오를 정독하게 되더라. 내가 할 역할이 왕이라면 배우로서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인생에 몇번 주어지지 않는 기회일 것 같았다. 무조건 빨리 하겠다고 했다. 나중에 들으니 왕 역할을 욕심냈던 배우들이 한 두명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이젠 나도 경쟁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기도 했다(웃음)."
한국영화 기대작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미녀는 괴로워'와 '사랑'에 이어 '쌍화점'까지 흥행 성공을 거둔다면 주진모는 3연타 흥행이라는 기분 좋은 성과를 얻게 된다.
"흥행이 잘 되면 좋을 거다. 하지만 배우로서의 욕심은 흥행보다 표현 수위가 더 넓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거다. 관객이 공감하는 연기를 하는 것이 내 욕심이다."
스스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더라도 배우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주진모는 말한다. 연기하는 과정이 편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연기에 만족이라는 것은 없다고 완벽주의자 주진모는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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