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펼쳐지고 있는 시범경기에서 두산 신인 정수빈(19, 2차 5번-전체 39번 지명)이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팀 타선과 외야 포지션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정수빈은 지난해 이미 청소년 국가대표로서 강한 어깨와 안정적인 수비력, 그리고 빠른 발과 주루 센스를 인정받아 프로팀들이 눈독을 들였던 유망주였지만 막상 신인 지명에서는 하위권으로 처져 계약금 6천만원을 받고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작년 11월말부터 팀 훈련에 합류한 그는 공-수-주에서 야무진 면모로 코칭 스태프의 눈에 들었고 일본에서 열린 스프링 캠프에도 다녀왔다. 두산에서 전지훈련에 참가한 신인은 성영훈과 유희관(이상 투수), 그리고 야수로는 정수빈 혼자였다.
174cm, 73kg으로 왜소한 체구지만 쓰쿠미 전지훈련 중 연습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을 치는 등 장타력까지 뽐내며 비록 연습경기였지만 팀내 최고 타율을 기록, 공격 전부문에서 고른 활약을 펼쳤다.

지난 14일 첫 시범경기가 열린 목동야구장 덕아웃에서 만난 정수빈은 전광판을 바라보며 해맑은 미소를 던졌다.
"제가 아마 가장 행복한 선수가 아닐까 싶어요. 힘들긴 해도 하루하루가 꿈만 같아요. 정말 많이 행복해요." 두산 선발 라인업에 당당히 1번 자리에 자신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을 그는 마냥 뿌듯해 했다.
외모가 어려보이고 체구가 작아 간간이 볼보이나 배트보이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는 정수빈은 시범경기에 나서는 마음가짐에 대해 "연습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나설 것"이라며 겉모습과 달리 대범하고 당찬 모습을 드러냈다.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될 가능성요? 음...글쎄요. 반반이라고 생각해요. 50 대 50 정도?"
이날 히어로즈전에서 정수빈은 3회초 두 번째 타석서 마일영을 상대로 깔끔한 좌전 안타를 치고나가 첫 득점을 올리며 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4타석 3타수 1안타에 볼넷 1개, 무난한 성적이었다.
두산의 외야는 이종욱과 김현수가 확정된 가운데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고졸 신인으로서 시범경기에 선을 보인다는 것은 남은 한 자리의 후보로서 시험무대에 올려졌다는 뜻이다.
그런데 다음날에도 정수빈은 1번에 재배치되었다. 달라진 점이라면 중견수에서 좌익수로 이동 배치되었다는 것이었다. 첫 타석 중전안타로 상대 투수 김수경을 흔들며 득점까지 올렸고, 6회 민병헌에게 수비 자리를 넘겨주기까지 4타석 2타수 1안타 볼넷 2개를 기록했다.
정수빈의 1번 타자 출장은 17일에도 이어졌다. 삼성전에서도 중견수로 나와 두 번째 타석에서 중전안타, 네 번째 타석에서 좌전안타 등 5타석 4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신인으로서 코칭스태프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연일 펼치면서 팀도 3연승을 달리고 있다. 단 3경기에 불과하지만 정수빈은 9타수 4안타, 타율 4할4푼4리로 공격 능력도 합격점을 넘기고 있다. 볼넷도 4개나 얻어내며 선구안도 제법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또 빠른 발을 이용해 게임을 풀어나가는 센스까지 갖추고 있었다.
신인에게 3경기 연속 1번 자리를 허락하며 기회를 준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의외의 경우에 속한다. 거기에다 만족감과 가능성까지 보인 정수빈을 바라보며 김경문 감독 이하 두산 코칭스태프는 남은 외야 한 자리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시범경기 내내 계속할 것 같다.
어쩌면 정수빈은 4월 4일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질 KIA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공식 데뷔전을 치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스친다. 선발 톱타자로 기용된다면 고졸 출신 신인으로선 프로야구 출범 이래 처음이 아닐까 싶다. '많이 행복하다'는 그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정말 그럴 것 같다.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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