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LG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2009 고졸 신인 사이드암 투수 최동환(20). 그가 프로의 매운 맛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동안 부족했던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까지 됐다고.
최동환은 경동고 출신으로 2차 2번(전체 13번)으로 지명돼 LG 유니폼을 입었다. 소위 야구 명문고 출신은 아니지만, LG 스카우트 팀에게 낙점을 받은 최동환은 시즌 들어와 김재박 감독에게도 인정을 받고 중간계투진으로 중용됐다.
4월 4일 프로야구 개막전이었던 대구 삼성전에서 최동환은 1.1이닝을 던지며 4타자를 완벽하게 막아내 합격점을 받은 뒤 단숨에 LG팬들의 귀염둥이로 떠올랐다. 하지만 5월 1일 히어로즈와의 시즌 첫 대결에서 9-2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랐지만,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고 1피안타 4볼넷 3실점하면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이후 최동환은 부진의 늪에 빠져들었다. 프로 경험이 일천했던 최동환은 4월 마음껏 '씽씽투'를 펼치면서 자신감이 넘치는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프로의 세계는 결코 녹록지 않았다. 이후 5월 한 달간 최동환은 10경기서 8.2이닝을 소화하면서 16안타 1홈런 14사사구 13실점(12자책)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점이 무려 12.46까지 치솟는 아픔을 맛봤다.
신인의 패기를 앞세워 힘을 앞세운 피칭을 선보이던 최동환은 고등학교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연투의 피로도를 경험하며 체력이 급하게 소진됐고, 다양한 구질을 갖추지 못한 채 이전의 피칭 스타일을 고집하면서 '선배님'들에게 줄줄이 두들겨맞은 것이었다. 결국 5월 30일 최동환은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구리에서 담금질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2군에서 많은 것을 느꼈던 최동환은 현재 다시 1군 엔트리에 복귀한 상태다. 김재박 감독은 지난 18일 우규민과 최성민을 등록 말소하고 김민기와 최동환을 불러올렸다.
한 차례 만만치 않은 프로의 세계를 경험한 최동환은 자신감을 크게 상실한 상태였다. 고등학교 시절 구질의 다양함을 갖추지 못한 것까지 후회할 정도로 최동환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투심패스트볼을 새롭게 장착하면서 다시 한 번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해보자!'고 다시 주먹을 불끈 쥔 최동환을 19일 잠실 삼성전 직전 만났다.
▲다음은 최동환과의 일문일답
-이제 프로 생활을 두어 달 경험했다. 느낀 바가 있다면?
"(한숨을 쉬며) 정말 호락호락하지 않더군요."
-어떤 면에서?
"지금은 솔직히 후회하고 있는 게 많아요. 구질 때문에요. 제가 구질이 직구와 슬라이더 2개밖에 없잖아요. 그렇다면 완급조절을 했어야 하는데, 무조건 빠르게만 던지려고 했어요. 힘으로만 승부하려고 했고, 체력은 떨어졌고... 잘 될 리가 없죠."
-체력이 많이 떨어진 건가?
"지치긴 지쳐요. 고등학교 때는 2, 3경기 혼자 던지더라도 그 이후 한두 달 푹 쉴 수 있는데, 프로에서는 쉬는 날이 많이 없잖아요. 매일 100%로 던질 수 있도록 (체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게 힘들더라구요."
-구질이 왜 두개밖에 없는가?
"고등학교 때는 직구와 슬라이더 외에 싱커와 체인지업도 던졌어요. 하지만 프로 와서 싱커와 체인지업의 위력이 별로 없다고 생각돼서 안던지고 있거든요. 지금은 정말 후회가 돼요. 왜 그 때 더 많은 구질을 배워놓지 않았을까... 제가 고등학교 시절을 잘못 보낸 것 같아요. 후회됩니다."
-표정이 어둡다. 너무 의기소침해진 것 아닌가?
"그런가요?(그제서야 미소를 지음) 5월 한 달이 너무 힘들었나 봐요. 처음(4월)에는 이기는 경기에 많이 나갔잖아요. 신도 났고 재미있게 던졌거든요. 그런데 5월로 접어들면서 나가기만 하면 매이닝 점수를 주니 스스로에게 실망을 많이 했어요. 잘되던 게 갑자기 안되니까...(이 때 최동환은 고개를 떨궜다.)"
-이제 6월이고 시즌 반도 안지났다. 이제부터 잘하면 된다. 그렇다면 나름대로 대책을 세워놨을 것 같은데?
"(웃음) 네. 지금 투심(패스트볼)을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구질이 단조로워 답답함을 많이 느꼈는데 투심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다시 자신감을 찾고 있어요. 아직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2군에서 많이 던져봤거든요. 왼손 타자들한테 땅볼이 많이 나오면서 편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어요. 지금은 우타자 몸쪽으로도 던질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답니다."
(이날 삼성전에 최동환은 5회초 1사 1,2루서 등판해 7회초 선두타자 강봉규를 잡을 때까지 2이닝 동안 1볼넷 1삼진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쾌조의 복귀투!)
-잠깐 시간을 내줘서 고맙다. 팬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힘을 내라. 포부도 한마디.
"네! 알겠습니다. 이제는 이기는 경기에 나가서 점수를 완벽히 틀어막을게요. 지켜봐주세요!"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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