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이 이거 일부러 잔디 안 깎은 것 아니야?"
29일 오후 포항 스틸야드. 'K리그 쏘나타 챔피언십 2009 플레이오프' 포항전을 앞두고 빗방울이 그라운드를 적시는 가운데 성남 일화의 신태용 감독대행은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다 잔디를 보더니 좀 긴 것 같다며 혹시라도 승부에 변수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신 감독 옆에 있던 임지오 성남 홍보과장 역시 마찬가지. 그는 "잔디가 좀 길어 보이는데요. 안 깎았는가 봐요. 포항이 경기에 유리하게 하려고 그런 것 같은데요..."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성남이 잔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2006년 7월 19일 컵대회에서 포항에 2-1로 승리한 이후 스틸야드에서 치른 다섯 경기에서 승리를 해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5일 FA컵 8강에서 스프링쿨러가 오작동해 성남 진영을 흠뻑 적셨다. 김학범 당시 성남 감독은 강력하게 항의했고, 양 진영에 물을 뿌리는 소동 속에 경기가 벌어졌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 패하는 등 안 좋은 기억은 여전하다.
올 8월 15일 경기에서도 신태용 감독의 어머니가 직접 경기장을 찾은 가운데 성남은 0-1로 밀리다 후반종료를 앞두고 한동원이 페널티킥을 유도해 몰리나가 넣으며 어렵게 비기는 등 스틸야드의 잔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잔디 이야기를 전해들은 포항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포항의 김태형 홍보팀 대리는 "그럴 리가 있나요. 어제도 잔디를 깎았는데, 길어 보인다고요? 말도 안 됩니다. 비가 와서 쑥쑥 자란 것 뿐이겠죠"라고 응수했다.
또 다른 포항 관계자 역시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그는 "스틸야드의 잔디는 국내에서도 손꼽힌다. 올 시즌 여기서 몇 개의 우승컵이 나왔느냐. 성남은 홈구장 잔디 관리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라고 괜한 억지를 부린다며 마뜩찮아 했다.
경기 내내 빗줄기가 멈추지 않는 가운데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수없이 미끄러졌다. 주도권은 잔디에 익숙한 포항이 잡았고 성남은 제대로 된 경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성남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드리블 없이 긴 가로지르기로 문전에서 해결하거나 세트피스 등 정지동작에서 골을 넣는 것 뿐이었다. 결국, 전반 44분 몰리나가 기막힌 왼발 프리킥을 성공시키며 선제골을 넣은 뒤 이를 육탄방어로 잘 지켜내며 후반을 버텨 1-0으로 승리, 챔피언결정전행을 이뤄냈다.
조이뉴스24 /포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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