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넷의 여배우. 당찬 성격과 성숙하면서도 천진난만한 매력을 가진 김옥빈이 지금 서 있는 자리다.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등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이 출연한 영화 '여배우들'에서 김옥빈은 막내로 출연해 엉뚱하면서도 오버스러운 캐릭터를 보여준다.
올해 최고의 화제작 '박쥐'의 히로인으로 빛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김옥빈은 한층 성숙하고 깊이 있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영화 '여배우들'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김옥빈은 하늘같은 선배들과의 작업에서 배운 것도, 느낀 것도 많았노라고 한다.
"영화에서도 '박쥐'가 등장해요. 선배들이 '쟤가 '박쥐'에 나온 애 아니냐'고 하죠. 그만큼 사실과 허구가 섞여 있는 영화에요. '여배우들'에서는 '박쥐'를 막 끝내고 캐릭터에서 못 빠져나오는 음산한 아이 역을 했어요. 혼자 어울리지도 못하고 열심히 해보려고 하나 어긋나는 이른바 왕따 캐릭터죠."

'박쥐'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고 시체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조명을 받은 김옥빈은 "'박쥐'를 끝내고 여배우가 떼로 나오는 영화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 소원이 이뤄졌다"고 말한다. '여배우들'이 베를린영화제에 진출한 김에 선배들과 함께 베를린행 비행기에서 ‘여배우들2’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이번 영화는 애드리브도 많았어요. 참 어려웠던 것이 실제같지 않으면 다시 해달라는 요구를 받아요. 그래서 애드리브를 하게 되더라고요. 영화 개봉 후 후폭풍이 있으면 좋겠어요. 관객들이 헛갈려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김옥빈이 정말 그럴 것이다 믿는 사람이 있어도 상관없어요. 애매모호한 것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관객을 대상으로 몰래카메라를 하는 듯한 기분이이요. '여배우들'에서는 선배들 사이에 끼지도 못하고 따로 노는 아이에요. 열심히 하지만 오해받는, 관심받고 사랑받고 싶어서 오버하는 아이죠. 제가 평소에도 제스처가 커서 오버스럽다는 얘기를 듣거든요."
실제로도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촬영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김옥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격이 다들 잘 맞아 재미있게 연기했다고 한다. 나이대 별로 최고의 여배우들이 모인 자리를 함께 하며 김옥빈은 자신의 미래를 미리 엿볼 수 있었다.

"세대별로 여배우의 고민은 작품이나 미래라는 점은 같아요. 하지만 30대로 넘어갈수록 온갖 걱정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젊음과 아름다움, 결혼 같은거요. 선배들을 보면서 여배우가로 나이 들면 저렇게 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배들의 무너뜨릴 수 없는 것들을 지켜온 그 힘이랄까 그런 것이 존경스러웠어요."
데뷔 4년차 배우 김옥빈이 생각하는 여배우는 무엇일까. 그동안 적지 않은 관심과 또 구설에 시달렸던 그는 "대중이 생각하는 환상 속에 사는 것이 여배우"라고 말한다.
"여배우는 실제 내 자신의 모습보다 더 많은, 큰 환상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환상이 깨지고 실망하는 순간 대중은 돌아서 버리죠. 아주 차갑게. 여배우로서의 환상을 영원히 발전시키고 유지해야 하는 것이 스트레스에요.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는 것이 힘들어요."
"여배우는 늘 예뻐 보이고 아름다워 보이고 싶어 하죠. 그것에 대한 집착이 유독 심한 직업이잖아요. 그러면서 각자 나름대로 사정과 아픔이 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숙제이기도 하고 인생이기도 한 것 같아요. 여배우만이 여배우를 이해할 수 있는 무엇이 있는 것 같아요."
작품을 하나하나 해 나가며 성숙해지고 단단해지고 있다는 김옥빈은 연기가 마치 "저축을 하는 것 같다"고 한다. 돈을 모으고 적금을 드는 것 같이 자신 안에 충실한 무엇이 쌓이고 있는 느낌이라고. '여배우들'을 통해 또 하나의 튼실한 칩을 쌓은 김옥빈이 다음에는 어떤 변신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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