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훈(21, 한국체대)이 또 한 번 사고를 쳤다. 단 3번째 출전한 10,0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믿기 힘든 업적을 달성했다. 물론 아시아 최초 쾌거다.
이승훈은 24일 오전(한국시간) 밴쿠버 리치몬드 오벌서 열린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0m에서 끝까지 지구력을 유지하며 뛰어난 막판 스퍼트로 12분58초55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2007년 스벤 크라머(네덜란드)가 세운 세계기록(12분41초69)에는 못미쳤지만, 이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서 요켐 유이트데하게(네덜란드)가 세웠던 종전 올림픽 기록(12분58초92)을 0.37초나 앞당긴 새로운 올림픽 최고기록이다.
은메달은 이반 스콥레브(러시아)가 13분02초07로 차지했고, 동메달은 밥 데용(네덜란드)이 13분06초73으로 가져갔다.
총 8조, 16명의 선수가 출전한 가운데 5조에서 아르옌 판 데 키에프트(네덜란드)와 함께 레이스를 펼친 이승훈(인코스)은 초반부터 힘차게 링크를 돌았다.
판 데 키예프트를 초반부터 멀리 따돌리면서 일찌감치 자신과의 싸움에 돌입한 이승훈은 5,200m에서 6분44초25를 기록하며 메달 청신호를 밝혔다.
홀로 빙상을 질주한 이승훈은 이후에도 지구력을 잃지 않았고, 후반에는 판 데 키예프트를 1바퀴 이상 추월하는 짜릿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계속해서 페이스를 끌어올린 이승훈은 400m씩 매 구간을 통과할 때마다 랩타임을 줄였고, 마침내 '지옥의 레이스'를 12분대에 통과했다. 단숨에 중간순위 1위에 오르며 금메달을 예고한 순간이었다.
다만 이승훈의 금메달 쾌거에는 최강자가 실수하는 뜻밖의 도움도 있었다. 마지막 8조에서 이반 스콥레브와 함께 레이스를 펼친 장거리 최강자 스벤 크라머(네덜란드)가 레이스 도중 인코스-아웃코스를 착각한 것.
크라머는 아웃코스로 가야 하는 상황에서 코치의 잘못된 지시로 급하게 인코스로 갈아타는 실수를 저질렀고, 심판진은 경기 후 이를 실격 처리했다. 결승선을 통과한 크라머의 기록은 이승훈보다 4초05 앞섰지만, 한 순간 착각으로 금메달을 놓치는 우를 범했다.
하지만 크라머의 실수가 있었다고 해도 이승훈의 금메달은 너무나 값졌고, 그가 세운 올림픽 기록과 금메달은 한국 장거리 빙속계의 새역사로 기록됐다.
이승훈은 지난해 7월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면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전환한 선수다. 5,000m가 주종목으로 지난 14일에는 6분16초95를 기록하며 당당히 은메달을 목에 걸어 한국선수단에 대회 첫 메달을 선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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