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KIA의 우승 장면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 한 가지가... 팬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두산 팬들에게 정말 내가 많이 잘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과 스태프들, 프런트까지 고생하고 있으니 올해는 반드시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시즌을 만들겠다."
지난 22일 '2010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두산 김경문 감독은 시즌 출사표에 '우승'의 간절한 염원을 담았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SK에게 패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되자마자 김경문 감독은 "(내년엔) 전력 보강으로 우승하겠다"고 천명했고, 연말연초에도 "2010년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라고 외쳤다. 그리고 시즌 개막을 앞두고 다시 한 번 김 감독은 이를 강조하며 마음 속의 응어리를 풀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사령탑의 목표대로 두산은 지난 겨울 차근차근 전력 보강에 힘을 쏟았고,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다. 구단 창단 후 처음으로 도미니카공화국 출장단까지 꾸려 용병영입에 팔을 걷어올렸고, 금민철을 내주는 결단까지 하면서 검증된 좌완 이현승을 영입했다. 김 감독은 여기에 화력 강화까지 선언하면서 투수력이 밀리면 방망이로, 그 반대의 경우 마운드의 힘으로 승리할 수 있는 팀의 토대를 닦았다.
두산은 전력 외적으로도 색깔을 바꿨다. 유순해보이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구단 로고와 마스코트까지 모두 바꿨다. 마스코트 이름도 '철웅이'다. 선수 라커룸도 새롭게 고쳤고, 프런트도 마음가짐을 다잡았다. 2010시즌 두산은 우승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을 참이다.

'우승'의 좋은 예
두산이 가장 큰 공을 들인 것이 투수진의 강화다. 최근 2년간 용병투수와 토종 선발의 부진 릴레이로 김경문 감독은 시즌 내내 한숨만을 내쉬었다. 결국 잇따라 우승에 실패하면서 두산 프런트도 사령탑의 고민에 동의했고, 레스 왈론드와 켈빈 히메네스라는 '우승청부사' 용병투수들을 불러들였다. 게다가 이현승까지 영입하면서 두산은 단숨에 3명의 선발진을 수혈해 탄탄한 마운드를 구축하게 됐다.
절치부심한 김선우와 치열한 5선발 경쟁에서 살아남을 1인을 보태 선발 로테이선을 구축하고, 기존의 불펜 'KILL라인'에 성영훈, 진야곱, 김승회까지 가세해준다면 두산의 마운드는 완벽해진다.

타선 역시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김현수-김동주-최준석으로 이어지는 토종 클린업트리오와 이종욱, 고영민의 국가대표급 테이블세터, 여기에 유재웅과 이성열이 기대에 부응한다면 두산은 하위타선까지 폭발력을 갖추게 된다. 특히 이종욱과 고영민은 지난해 부상으로 인한 아쉬움을 털기 위해 눈빛을 번득이고 있다. 백업 선수층이 두터운 것은 두말 할 필요없는 두산의 최강점이다.
'4강 탈락'의 나쁜 예
하지만 모든 것이 시나리오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다. 나머지 7개 구단도 우승컵을 위해 노력한 만큼 두산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험난한 과정과 예상치 못한 돌출 악재까지 감안해야한다. 왈론드는 벌써부터 왼팔통증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고, 홍상삼은 시범경기서 불안한 피칭을 선보였다. 히메네스와 이현승은 어느 정도 해줄 듯 하지만 만에 하나 왈론드, 김선우, 5선발(현재는 이재우가 후보) 투수 중 누군가가 부진의 늪에 빠진다면, 김 감독은 또 선발진 구성을 놓고 골머리를 앓게 된다.
최악의 경우는 최근 수 년간 계투진의 핵심을 담당하며 무리했던 임태훈이 탈이라도 나는 것이다. 두산 투수진에서 임태훈의 공헌도는 최고다. 또 고창성이 지난 시즌의 기량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타선은 어느 정도 안정적이다. 올 시즌 테이블세터는 세 명을 돌려가며 쓰더라도 큰 무리는 없을 듯 보이며 김현수와 김동주, 최준석도 검증된 선수다. 기대주인 유재웅과 이성열이 부진하더라도 이들은 사실 추가전력이므로 전력약화로 직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 김현수의 4번 타자 적응이 가장 중요한 요소.
두산으로선 사실상 예상치 못한 악재는 이미 경험했다. 선발 투수로 낙점받았던 김명제가 교통사고를 당했고, 정수빈은 시범경기 첫날 펜스에 부딪쳐 쇄골이 골절됐다.
아직까지 모든 것은 가정일 뿐이다. 하지만 일단 두산의 시작은 지난 시즌보다는 훨씬 갖춰진 모양새다. 두산의 특징은 주력군들의 공백 속에서도 새로운 피들이 늘 수혈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러한 '화수분 야구'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주력군들이 건재해야만 고비서 위기를 넘어 최정상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27일 두산은 홈(잠실)에서 지난해 챔피언 KIA와 개막전을 치르면서 대망의 페넌트레이스에 돌입한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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