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기자] 배우 하지원(33)은 눈으로 연기를 한다. 꾀 부리지 않는 근면한 연기자, 자기 몸관리에 철저한 '액션 스타' 정도로는 하지원을 다 표현할 수 없다. 그는 떨어지고 깨지고 달리고 부딪히는 과격한 리얼 액션 상황 속에서도 조용히, 하지만 강렬하게 눈으로 말을 한다. 강인한 듯 하면서도 여린 면모를 지니고 있고, 터프한 듯 하지만 여성성을 한아름 갖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그녀가 국내의 유일무이한 여성 액션스타가 될 수 있는 이유다.
2005년 '형사 듀얼리스트'에서 검을 든 형사, 2007년 '1번가의 기적'에서 복서, 2011년 '시크릿 가든'에서 스턴트우먼에 도전했던 하지원이 오는 8월4일 개봉하는 영화 '7광구'에서는 괴생명체와 사투를 벌이는 여전사로 변신했다. 10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7광구'는 국내 최초의 3D 상업영화이자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액션블록버스터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안보이는 대상과 연기 어려워…'괴물은 가슴에 있다' 되뇌
"꾀 부리는 건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다만 매일 촬영 전에 기도했어요. '사고 나지 않게 해주세요'라고요. 특히 위험천만한 빗길 바이크 장면은 매번 도전으로 다가왔죠.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아요. 그 땐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촬영장에서 하지원은 김지훈 감독과 '액션에 욕심 부리지 말자'고 약속했다. 자칫 한 번의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긴박감 넘치는 상황에 수없이 가슴을 졸이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안 보이는 대상과 연기하는 건 정말 쉽지 않았어요. 배우의 눈을 보며 연기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힘들었죠. 그래서 '나와 대적하는 괴물은 내 가슴에 있다'고 되뇌었죠. 감정을 끄집어내기 어려워서 힘은 2배로 들었지만 상상을 펼칠 수 있어서 재밌었어요. 만약 다시 이런 영화를 찍는다면 더 잘할 수 있겠죠?(웃음)"
영화 '7광구'는 한반도 남단 7광구의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석유시추선 '이클립스 호'에서 벌어지는 심해 괴생명체와 대원들 간의 사투를 그린 블록버스터다. 극중 하지원은 해저 장비 매니저 해준 역을 맡아 대형 오토바이를 타고 총과 도끼를 휘두르면서 실감나는 액션 신을 소화했다. 덕분에 하지원에게는 '한국의 안젤리나 졸리'라는 수식어도 붙여졌다.
"매번 괴물과 게임하듯이 맞서 싸워야 하는 만큼 내 안의 약한 모습은 모두 지웠어요. 감독님도 '캐릭터에서 해준이가 보여야 한다'면서 표정, 눈빛, 행동에서 여성성이 보이거나 약해 보이는 건 무조건 커트했어요."

촬영은 대부분 세트장에서 진행됐다. 양수리와 파주 등 국내에 있는 18개 세트장을 모두 돌아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간혹 야외촬영이 있었지만 그 역시도 밤 신이라 햇볕을 쬐기조차 힘들었다. 그 때 하지원에게 위로가 되어준 건 바다였다. 그는 "세트장에만 있으니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어딘가 질주하고 싶은 강한 욕구에 휩싸였다"며 "그럴 땐 바다로 들어가 스쿠버 다이빙을 했다"고 털어놨다. 쉬는 날까지도 해준이의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최근 영화 '쿵푸팬더'를 봤는데요, 극중 스승이 '이너 피스(Inner Peace)'를 자주 외치잖아요. 덕분에 저도 머리가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때 '이너 피스'라고 되뇌면서 몸과 맘을 릴랙스시켰어요."
액션에 중독됐다…"그래도 한동안은 쉴래요"
연이은 작품에 힘들 만도 하건만, 하지원은 지금도 여전히 영화 촬영 중이다. 그는 현재 탁구를 소재로 한 영화 '코리아'에서 현정화 역을 맡았다. 영화는 현재까지 절반 정도 촬영이 진행됐다. 인터뷰 당일 하지원은 "극중 결승전을 끝마치고 왔다"며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다 쏟은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탁구의 매력에 홀딱 빠졌어요. 공을 서브할 때의 그 긴장감, 어디로 날라올지 모르는 공을 순발력 있게 받아쳤을 때의 희열이 얼마나 큰지 몰라요. 공이 뜰 때는 제 호흡도 가빠져요."
하지원은 '다모' '1번가의 기적' '시크릿가든' '7광구' 등 매번 화려한 액션과 색다른 역할로 관객과 시청자들을 깜짝 놀래켜 왔다. 앞으로 하지원은 또 어떤 역할에 도전할지 그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하지원은 "쉬운 역할을 생각해본 적은 없다"며 "아프든 슬프든 한 번 빠져보고 싶은 인생을, 캐릭터를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엔 너무 몸이 아파서 엄마에게 울면서 말했어요. '다신 액션 안할거야' 라고요. 그런데 언젠가는 또 도전하겠죠. 다만 당분간은 좀 참으려고요. 저도 사람이잖아요(웃음)."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