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명의기자] "어렵다고 생각하니까 계속 어려운 것 같네요."
LG 트윈스의 새로운 '4번타자'로 나서게 된 정성훈이 한 말이다.
정성훈은 올 시즌 팀의 4번타자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타선의 중심은 우타자가 잡아줘야 한다는 김기태 감독의 생각 때문이다. 풍부한 좌타자들을 보유하고 있는 LG로서는 우타자가 중심이 돼야 좌우 밸런스가 맞는다는 것이다.
정성훈은 지난 1999년 해태(KIA의 전신)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후 벌써 14번째 시즌을 맞는 베테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붙박이 4번타자로 시즌을 지낸 경험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정성훈은 거포형 타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2005년 현대 시절 기록한 17개가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 보통 정성훈의 시즌 기록표를 보면 10개 언저리의 홈런 수가 기록돼 있다.
김기태 감독도 정성훈에게 큰 것 한 방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정성훈에게 바라는 것은 찬스에서 주자를 불러들이는, 이른바 찬스에서의 집중력 있는 타격이다. 이는 거포가 아닌 정성훈에게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지난해 정성훈은 2할7푼1리의 득점권 타율을 기록했다. 전체 24위로 솔직히 말하면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다. 올 시즌에는 4번타자라는 부담감까지 더해졌다.
한 가지 '4번타자 정성훈'의 성공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4차원'이라고 알려진 정성훈의 성격이다. '4차원'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다소 엉뚱한 행동으로 얻어낸 별명이다. 그만큼 4번타자의 중압감을 이겨내는 데는 정성훈 특유의 낙천적 성격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제 아무리 경험 많은 정성훈이라고는 해도 4번 자리가 아무렇지도 않을 수는 없었나 보다. 21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정성훈은 "어렵다고 생각하니 계속 어려운 것 같다"며 생소한 타순을 전혀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음을 드러냈다.
정성훈은 4번타자로 출전한 3차례 시범경기에서 7타수 1안타를 기록 중이다. 득점권에서 방망이가 제대로 돌지 않으며 찬스를 무산시킨 적도 있다. 스스로 4번 자리를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성훈다운(?) 모습도 보여줬다. 정성훈은 "지금까지는 괜히 볼배합이 다르지는 않을까 등의 복잡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어느 타순이나) 똑같다. 오히려 재밌을 것 같다"며 새로운 변화를 즐기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정성훈은 20일 두산전에서 김선우의 투구에 손가락을 맞아 21일 경기에 결장했다. 김 감독은 정성훈이 빠진 4번 자리에 또 다른 우타자인 윤정우를 투입했다. 김 감독이 올 시즌 '4번=오른손'이라는 공식을 확실하게 정한 이상 팀내 간판 우타자인 정성훈이 4번타자로 활약해주는 것이 LG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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