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필기자] K리그에서 경기 일정 변경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전북 현대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중국 원정 때문에 인천 유나이티드에 원정 경기 일정 변경을 간청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홈팀 입장에서는 당연히 유리한 환경에서 경기를 치러 승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이상 일정을 바꾸기 힘들다.
그런데 다음달 15일 전남 드래곤즈와 홈경기를 치르는 광주FC가 이례적으로 일정을 바꿨다. 광주는 전남과 홈, 원정의 날짜를 서로 바꿔 치르는 일정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광주는 다음달 15일 광양 원정 경기를 치르고 당초 원정이었던 6월 23일 경기를 홈에서 치른다.
단순한 날짜 변경 같지만 다 속깊은 이유가 있다. 경기 하루 전인 6월 22일이 홈구장인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02 한일월드컵 8강 한국-스페인전이 열렸던 날이다.
당시 한국은 승부차기로 스페인을 5-3으로 꺾고 4강 신화를 창조했다. 마지막 키커 홍명보가 두 손을 들고 환호하는 장면은 방송사 애국가의 배경으로 등장할 정도다.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에서 한국 축구가 새 역사의 장으로 기념되기에 충분한 의미를 갖고 있다. 마침 올해는 한일월드컵 4강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시민구단 광주 입장에서는 '4강 성지' 이미지를 극대화하면서 조금이라도 구단을 홍보해 시민들에게 다가서려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좋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하기 위해 전남에 홈-원정 일정을 맞바꿔줄 것을 요청했고 합의를 보면서 극적으로 6월 23일 홈경기가 성사될 수 있었다. 광주시 체육과에서도 월드컵 개최 10주년 행사를 적극 지원하기로 해 성대한 경기가 될 전망이다.
최만희 광주 감독도 4강 의미를 기념하면서 시민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일정 변경을 받아들였다. 마침 전남과의 호남 지역 '더비' 경기라 안성맞춤이다.
대신 4월에는 4경기를 원정으로 치르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시즌 초반 성적이 나쁘지 않은 광주 입장에서는 한 경기라도 홈에서 치러 안정된 상태에서 승점을 쌓는 것이 중요하지만 한국 축구의 성지라는 자부심을 갖고 기념일도 중요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광주는 다음달 약 3주 동안 인천-광양-성남-전주로 이어지는 원정 연전을 치르는 신세가 된다.
광주 관계자는 "4강 기념일의 기운을 받아 시민들에게 홍보하고 기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차후에도 구단의 이런 의미들을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파악해 경기 일정 배정에 고려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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