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명의기자] "감독님께 죄송해서 죽을 것 같아요."
LG 트윈스의 사이드암 우규민(27)이 김기태 감독에게 죄송하다는 심정을 전했다.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지 못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우규민은 올 시즌을 앞두고 경찰청에서 제대한 뒤 팀에 복귀했다. 그의 보직을 두고 여러가지 전망이 엇갈렸지만 결국 우규민은 불펜의 필승조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김 감독이 믿음을 보이고 있는 투수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시즌 들어 우규민은 1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하고 있다. 불펜 투수로서는 썩 좋지 않은 기록이다. 그러나 유독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를 때가 많았다. 긴 이닝을 소화하다 힘이 빠져 마지막에 실점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규민은 "기대에 못 미쳐 죄송스럽다"고 말한다.
김 감독도 우규민이 긴 이닝을 던지다 점수를 내주면 "내가 투수 교체 타이밍을 놓쳤다"고 제자를 감쌌다. 이런 김 감독에 대해 우규민은 "그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더 죄송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길게 맡겨주는 것은 그만큼 저를 믿어주신다는 건데, 끝까지 깔끔하게 던지지 못한 내 잘못"이라고 말했다.
14이닝을 소화한 우규민은 LG 불펜 투수 가운데 유원상(15.2이닝) 다음으로 많은 이닝을 던졌다. 또한 등판 횟수(12경기)는 LG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다. 1군 등록 선수 중 팀의 유일한 사이드암 투수인 만큼 활용가치도 높다. 그만큼 김 감독은 우규민을 믿고 있다.
아직까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우규민이지만 최근에는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29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선발 임찬규를 구원해 7회말 1사 1,2루에 등판해 두 타자를 범타로 돌려세우고 위기를 넘겼다. 2일 잠실 한화전에서는 6-2로 앞서던 7회초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팀 승리의 디딤돌이 됐다.
약점을 보이던 좌타자를 상대로 좋은 승부를 펼친 것도 고무적이다. 2일 경기에서 한화의 좌타자 3명을 상대해 2개의 삼진을 포함해 모두 범타로 돌려세운 것. 우타자 최승환에게 안타 하나를 내줬을 뿐이었다. 특히 강동우를 상대로 몸쪽 빠른 공을 찔러넣어 삼진을 뺏어내는 장면은 좌타자를 상대로도 과감한 승부를 펼치게 됐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앞으로도 우규민은 LG 불펜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내야 한다. 리즈의 선발 전향으로 고정 마무리가 없는 상태다. '잠재적 마무리' 봉중근이 연투가 가능해질 때까지 우규민은 유원상 등과 함께 LG 뒷문을 지켜내야 한다. 김기태 감독의 믿음에 보답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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