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필기자] "얼마나 뽑을 거냐고요? 네 명?"
10일 오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3 K리그 신인선수 드래프트. K리그 14개 구단과 내년 2부리그에 참가할 8개 구단 중 상주 상무, 경찰청을 제외한 6개 구단 등 총 20개 구단이 모여 신인 선수 선발에 나섰다.
올해는 지난해 468명보다 15.2% 증가한 539명이 드래프트 참가 신청을 했다. 프로라는 타이틀을 달고 1, 2부 20개 구단이 리그를 펼치는 만큼 취업문이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드래프트의 재미를 높이기 위해 로또 추첨 기계를 대여해오는 등 나름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구단들의 좁아진 문으로 취업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고 식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생각보다 적게 뽑히는 분위기라 걱정이다. 좀 더 많이 입단하면 좋을 것 같은데 바람에 그칠 것 같다"라고 아쉬워했다.
예상대로 각 구단은 냉정하게 판단했다. 전북 현대 차종복 스카우트는 "많이 뽑지 못할 것이다. 많아야 너댓 명이다"라고 계획을 전했다. 포항 스틸러스 이종하 선수지원팀 부장도 "적게 뽑을 것 같다"라며 몸을 사렸다. 수원 삼성, 울산 현대 등 비교적 살림살이가 나은 구단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시도민구단의 사정은 더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김봉길 감독은 "얼마나 뽑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많이 뽑지는 못할 것 같다"라며 조심스러워했다. 재정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강원FC는 물론 2부리그로 강등된 광주FC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뚜껑을 열자 1라운드부터 선수 지명 포기가 속출했다. 전남 드래곤즈, 포항 스틸러스, 부산 아이파크, 경남FC, 제주 유나이티드, 울산 현대는 1라운드 지명 순번이 돌아오자 "포기하겠습니다" 또는 "패스하겠습니다"라고 외쳤다. 2라운드 지명 권한이 있는 2부리그 수원시청이나 부천FC도 똑같았다.
순위가 내려갈수록 지명 포기는 계속됐다. 그나마 1년 계약에 연봉 2천만원인 번외지명에서 구단들의 선택이 이어졌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학 감독들이나 학부모들의 속은 타들어갔다. 한 대학 감독은 "우리의 경우 자유선발자가 있어 체면치레는 했지만 나머지는 상위 라운드에서 선발되지 않아 애가 탄다. 번외지명은 계약기간이 짧지 않느냐. 시늉만 내는 것"이라고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프로축구 드래프트가 맥이 빠진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각 구단은 산하 유소년팀에서 우선지명으로 선수를 확보했다. 예를 들어 포항의 경우 5명이 우선지명자로 이미 뽑혔다. 또, 자유선발선수로 1명을 지명했다. 2부리그에 창단된 부천FC1995와 안양시민프로축구단이 각각 8명과 10명의 우선지명으로 쓸 만한 선수들을 대거 확보해 김이 빠진 것도 한 몫 했다. 성남 일화는 코칭스태프가 전원 사퇴를 앞두고 있는 등 팀마다 복잡한 사정도 드래프트의 힘을 뺐다.
내년 R리그(2군리그)가 없어져 각 팀이 선수단 규모를 축소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프로축구연맹은 내년부터 유소년 클럽 활성화와 23세 이하 선수의 출전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구단 등록선수를 25명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선수를 적게 뽑는 것은 당연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3년 뒤인 2016년에는 드래프트가 폐지된다. 서서히 자유계약제도가 자리를 잡게 된다면 드래프트 열기가 시들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