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혜림기자] "대표작을 만들고 싶다"던 이종석이 제대로 날아올랐다. 주연을 맡은 두 편의 드라마를 연속으로 히트시키며 명실공히 2013년 최고의 브라운관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 1일 종영한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이종석은 다른 이들의 눈을 보고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남자 주인공 박수하를 연기했다. 극의 초반 고등학생 시절부터 수 년 뒤 경찰대 진학의 꿈을 이룬 마지막회의 모습까지, 이종석은 수하의 성장기를 때로 담담하게 때로 처절하게 그리며 호평받았다.
지난 2010년 SBS 드라마 '검사 프린세스'로 데뷔, '시크릿 가든'과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그는 올해 초 종영한 KBS 2TV '학교 2013'에서 한층 성숙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바 있다.
'학교 2013' 속 이종석은 깊은 죄의식에서 헤엄치다 비로소 성장하게 된 남순으로 분해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이종석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미리부터 안팎의 신뢰와 기대를 얻을 수 있던 것도 '학교2013'에서 그의 활약 덕분이었다.
지난 2012년 이종석은 남북 탁구 단일팀의 이야기를 그린 '코리아'와 공군 특수비행팀을 다룬 '알투비:리턴투베이스'로 영화계도 찾았다. 오는 9월에는 송강호·김혜수·이정재·조정석 등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한 '관상'의 개봉을 앞두고 있고 현재는 수영을 소재로 한 '노브레싱'을 촬영 중이다. 박보영과 호흡할 '피끓는 청춘'도 이달 크랭크인한다.
이종석의 성장이 흥미로운 것은 남다른 폭발력 때문이다. 데뷔한 지 3년 여 만에 주연급으로 올라선 데는 분명 행운이 따랐겠지만 조금씩 나아져 온 연기, 짙어져 온 존재감은 그야말로 바람직한 배우의 성장기에 가까웠다.
그가 연기했던 인물들이 제각기 쓰라린 성장통을 앓았던 것 만큼 배우 이종석 스스로도 그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이종석을 만난 것은 지난 2012년 5월, 영화 '코리아' 개봉 후 인터뷰 자리에서였다. 출연작 중 처음으로 개봉한 영화였던 만큼 그는 쉼 없이 몰아치는 영화 홍보 일정에 낯설어 했고 몸과 마음이 모두 파김치가 돼 있었다.
당시는 그가 "힘든 스케줄이었다"고 방송에서까지 고백한 SBS '인기가요'에 새 MC로 낙점된 시기이기도 했다. 처음 만난 기자에게 이종석은 "원래 영화 홍보라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이었냐"는 둥 "사람 많은 곳에서 말을 잘 못 하는데, MC라니 큰일"이라는 둥 최근 겪고 있는 고민들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이 정도로 솔직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해외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가 털어놨던 속내는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외국에서 얻는 인기나 한류 스타 자리에 욕심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한참 활동 영역을 넓히고 싶어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의외였다. 이종석은 "지금은 굳이 외국까지 가야 할 필요가 있나 싶다"며 "곧 일본에 팬미팅을 하러 가는데, 팬들인데도 그 앞에 서기 너무 부끄럽다"고 입을 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유 없는 겸손은 아니었다. 이종석은 "나중에 스스로 떳떳할 때 해외 팬들을 만나고 싶다"며 "한국에서 '이종석의 작품'이라 할 만한 대표작이 아직 없지 않냐"고 덤덤히 말했다. 틀에 박힌 겸손으로 들리진 않았다.
사실 이제 막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신인 배우라 해도 쏟아지는 관심 속에 스스로의 입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종석은 영리하게도 반짝이는 인기의 함정에 걸려들지 않았다. 그는 "활동 연차를 더 채우고 가는게 맞다고 본다"며 "굳이 남들이 다 간다고 해서 내가 가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고, 가도 고개를 못 들 것 같다"고 고백했다.
첫 인터뷰가 그렇게 마무리되고 3개월 뒤인 지난 2012년 8월, 그와 영화 '알투비:리턴투베이스'로 다시 만났다. 한결 밝아졌고 조금은 제 기운을 찾은 모습이었다. 그 때 이종석은 영화 개봉 후 KBS 2TV 드라마스페셜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방영을 앞두고 있었다.
연기 욕심은 여전했고 대표작을 만들고 싶다는 파릇파릇한 야망도 그대로였다. 그는 빨리 연기를 하고 싶다"며 "고작 몇 달을 쉬었는데 내 목소리가 어떻게 나왔는지 잊은 기분"이라고 불안해했다. "아직 작품을 몇 개 하지 않았지만, 연기를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었으니 빨리 연기를 다시 하고 싶다"며 이전 인터뷰 때와 비슷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학교 2013'과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그랬던 이종석이 제 역량을 펼친 작품들이다. 하루 빨리 대표작을 만들고 싶다던 그는 서너 달 후 '학교 2013'의 고남순이 됐고, 다시 4개월이 지난 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수하로 분했다. 속도가 중요치 않다 해도 놀랄 만한 성장세다. 바라던대로 대표작을 내놓은 이종석의 다음 목표는 무엇이 될지 새삼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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