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의 우규민(29)은 성적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저평가된 선수 중 한 명이다.
올 시즌 우규민은 10승5패 평균자책점 3.87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쌓았다. 선발투수로서 확실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올 시즌은 여러가지 지표를 통해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라고 평가할 만 하다. 먼저 평균자책점 3.87은 리그 5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면 '국가대표 에이스' 김광현(SK, 3.32)에 이어 2위다. 그만큼 꾸준히 안정적인 피칭을 이어오고 있다는 뜻이다.
세부 기록을 살펴보면 우규민의 진짜 가치가 드러난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1.29로 전체 3위다. 1위는 1.15를 기록 중인 밴덴헐크(삼성), 2위는 1.24의 리오단(LG)이다. 이 역시 국내 선수로만 따지면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투수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또 다른 지표인 피안타율은 2할7푼6리로 10위권 밖이다. 그럼에도 WHIP가 세 손가락 안에 들 수 있는 이유는 사사구가 적기 때문. 이 대목에서는 우규민이 올 시즌 안타를 맞는 한이 있더라도 과감한 승부를 펼쳐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우규민은 9이닝 당 볼넷 수치가 2.03이다. 이 역시 전체 3위. 1위와 2위는 윤성환(삼성)과 리오단으로 각각 1.93, 1.95를 기록 중이다. 현장의 모든 투수코치들이 강조하는 "볼넷을 내주지 말라'는 부분을 가장 잘 이행하고 있는 투수 중 한 명이 바로 우규민이라고 할 수 있다.
전구단 상대 승리투수라는 값진 기록도 챙겼다. 10승을 8개 구단을 상대로 골고루 따냈다. 특정 팀에 강하거나 약하지 않다. 어느 팀을 만나더라도 제 몫을 해냈다는 증거다. SK와 넥센전에서 2승 씩을, 나머지 구단을 상대로 1승 씩을 수확했다.
양상문 감독도 그런 우규민을 칭찬하고 나섰다. 양 감독은 "경기 운영에 확실이 눈을 뜬 것 같다"며 "던지고 싶은 코스에 확실히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생겼고, 타자를 요리하는 경험이 쌓이다 보니 자신감도 갖게된 것 같다"고 우규민의 발전상을 설명했다.
우규민의 또 다른 가치는 그의 성격에서 찾을 수 있다. 우규민은 팀 동료들은 물론 타구단 선수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내며 주위에서 인기가 많은 편이다. 예의가 바르고 유머 감각도 넘친다. 7일 잠실구장에서는 '아시안게임의 영웅' 안지만이 취재진과 대화 중 블론세이브 이야기를 꺼내자 "13개 정도는 해봐야지"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우규민이 2007년 기록한 블론세이브 13개는 아직까지 한 시즌 최다 기록으로 남아 있다. 불명예 기록을 스스로 입 밖에 꺼낼 정도로 우규민은 여유가 넘치고 정신적으로도 단단해져 있다. 그 여유가 마운드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우규민은 "아직은 멀었다"며 "선발투수로 3년은 좋은 성적을 거둬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세이브와 블론세이브를 함께 쌓아가던 마무리 투수에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수확하며 선발투수로 완벽히 변신에 성공한 우규민. 그럼에도 스스로를 아직 멀었다고 평가하는 겸손함이 그가 지닌 또 하나의 가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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