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제가 MVP라고요?"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올스타 휴식기를 앞두고 전반기 팀내 최우수선수(MVP)를 꼽아달라는 취재진의 부탁에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김 감독은 김재호(내야수)의 이름을 바로 꺼냈다.
김재호는 2013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이적한 손시헌(NC 다이노스)의 뒤를 이어 주전 유격수로 뛰고 있다.
수비력이 우선시 되는 자리지만 타격 솜씨도 수준급이다. 김재호는 15일 기준으로 타율 3할3푼9리(236타수 80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팀내 규정타석(248타석)을 채운 타자들 중에서 가장 높다. 김현수(3할2푼3리) 민병헌(3할2푼2리)을 제쳤다.

김재호는 "기대보다 성적이 더 좋아서 감독님이 MVP로 꼽으신 것 같다"며 "시즌 개막에 앞서 목표를 3할 타율로 잡았는데 현재 그 이상을 기록하고 있어 만족스럽다"고 웃었다.
그는 지난해 122경기에 출전했다. 올시즌에도 76경기에 나왔다. 산술적으로 따진다면 지난 시즌 출전경기수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 수비 범위가 내야수 중에서 가장 넓은 유격수이기 때문에 김재호의 성적에 더 눈길이 간다.
김재호는 "누구나 쉬고 싶을 때는 있지만 나는 많이 쉬면 오히려 컨디션이 떨어진다"며 "그래서 가끔씩 하루만 쉰다"고 했다. 잘 먹고 잘 쉰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도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김재호는 "그럴때일수록 더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컨디션이 더 나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한 시즌을 치른 경험에서 나온 지혜다. 그는 "왜 몸이 무거웠는지 그 이유를 지난해에는 잘 몰랐었다"고 했다.
김재호는 지난 시즌 타율 2할5푼2리(341타수 86안타)를 기록했다. 앞으로 안타 7개를 더치면 한시즌 개인 최다를 넘어선다. 타율이 부쩍 올라간 비결이라도 있을까.
그는 "타격폼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 차이가 없다"며 "공을 맞추는 부분을 뒤에서 앞으로 가져올 수 있게 만들었다. 안타가 나올 수 있는 궤도가 커지고 상대 투수와 수 싸움이 좋아진 것 같다"고 얘기했다. 또한 김재호는 "투수를 상대로 노림수를 잘 살피고 수 싸움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지난해에는 생각 없이 타석에 설 때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김재호는 김 감독의 말처럼 두산에서 이제는 없어선 안 될 선수로 자리 잡고 있다. 그는 16일 kt 위즈전이 끝나면 4일 동안 올스타 휴식기를 맞는다. 김재호는 "더 쉴 마음은 없다"며 "긴장을 놓으면 계속 풀어기 때문이다. 친구를 만나 커피나 한 잔 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취미를 만들고 싶기도 한데 여유가 없다"고 다시 한 번 밝게 웃었다. 그라운드에서 공을 잡고 타석에서 신나게 공을 때리는 일이 김재호에겐 꿀맛같은 '휴식'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