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대 슈퍼맨' 첫 선, 두 영웅의 묵직한 성장담

[권혜림기자] 개봉을 이틀 남기고 국내 첫 공개됐던 '배트맨 대 슈퍼맨'이 'DC판 어벤져스'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무게감으로 흥행을 예고했다. 철통 보안 아래 감춰졌던 강렬한 반전 역시 존재했다.

지난 22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 감독 잭 스나이더, 수입 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가 언론 배급 시사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역사상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을 그린 초대형 액션 블록버스터다.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두 슈퍼히어로가 서로 맞붙게 된다는 설정에 더해 원더우먼의 등장까지, 'DC판 어벤져스'로도 불렸던 작품이다. DC코믹스의 슈퍼히어로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올스타 히어로팀을 결성하는 '저스티스 리그'의 전초전이기도 하다.

'맨 오브 스틸' 이후의 시점에서 출발하는 '배트맨 대 슈퍼맨'은 정의에 대한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진 배트맨(브루스 웨인, 벤 에플렉 분)과 슈퍼맨(클락 켄트, 헨리 카빌 분)이 적수로 만나게 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부모의 비극적 죽음에 대한 기억에 여전히 괴로워하던 배트맨은 사랑하던 이의 죽음 이후 깊은 절망에 빠져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슈퍼맨 역시 언젠가 정의를 등지고 타락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며 그를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로 여긴다.

슈퍼맨인 클락 켄트 역시 데일리플래닛의 기자로서 배트맨이 연루된 사건들을 심상치 않은 눈으로 주시한다. 연인 로이스 레인(에이미 아담스 분)과의 사랑은 점차 무르익지만, 세상이 자신을 필요로 한다면 그 곳이 어디든 기꺼이 날아가곤 한다. 인간과 외계인의 정체성 사이에서 겪는 갈등은 이번 영화에서도 슈퍼맨을 둘러싼 주요 이슈다.

두 히어로가 겪는 갈등의 사이에는 악역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 분)가 있다. 천재적인 지능을 지닌 그는 다국적 기업 렉스코프의 CEO로 어마어마한 부를 가지고 있다. 슈퍼맨의 힘에 대한 방어책이라는 명분으로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무기를 구상하는가 하면 그와 관련된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배트맨과 슈퍼맨을 자극하기도 한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결말의 충격적 반전을 이유로 최근 진행됐던 중국 북경 공식 기자회견을 앞두고도 언론 시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첫 공개된 영화의 반전은 예고된대로 강렬했다. 다르지 않은 목적 앞에서 반목해야 했던 두 히어로가 서로를 통해 어떤 성장을 이루게 되는지가 영화의 메시지라 할 법하다. 중국 행사 중 풋티지 영상을 통해 공개됐던 두 영웅의 빗속 결투 장면은 본편에서도 충분히 인상적이다.

배트맨 역의 벤 에플렉은 역대 그 어떤 배트맨보다도 묵직한 무게감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생전의 아버지보다도 많은 생을 살아 온 브루스 웨인은 자신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 사이에서 염세적 인간으로 성장했다. 처음으로 배트맨 역을 연기한 벤 에플렉은 이런 인물로 분해 전작들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크리스찬 베일과는 또 다른 색채의 영웅을 그리는 데 성공했다.

'맨 오브 스틸'에 이어 슈퍼맨으로 분한 헨리 카빌 역시 무리 없는 연기를 펼쳤다. 열정적인 기자이자 그의 연인인 로이스 레인 역 에이미 아담스도 전작에 이어 헨리 카빌과 자연스러운 호흡을 나눴다.

DC코믹스의 대표적 슈퍼빌런 렉스 루터 역 제시 아이젠버그는 '배트맨 대 슈퍼맨'이 이룬 재발견이다. '다크나이트'의 조커 히스 레저를 떠올리게 하는 광기어린 연기가 시선을 빼앗기 충분하다. 캐스팅 단계의 우려를 씻어버릴만한 활약이다.

한편 영화에는 이들 외에도 알프레드 역 제레미 아이언스, 원더우먼 역 갤 가돗 등이 출연했다. '300' '맨 오브 스틸'의 잭 스나이더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오는 24일 2D와 3D, IMAX 3D, 4D, 4DX, 돌비 애트모스 등 다양한 버전으로 개봉한다. 러닝타임 151분, 12세이상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