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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의 패션잉글리쉬] OLD 추억 품고, NEW 약속 맺는 웨딩의 계절


가정의 달이기도 한 5월은, 누군가에게는 가정을 시작하는 달이기도 하다. 이른 더위가 시작되기 전, 장마가 찾아오기 전, 농사철이 본격화되기 전— 이 시기는 예로부터 한국에서 결혼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로 여겨져 왔다.

서양에도 'May Bride(5월의 신부)'라는 말이 있지만, 정작 로마 신화에서 결혼의 여신 주노(Juno)를 기리는 달은 6월이기에 'June Bride(6월의 신부)'라는 표현을 더 자주 쓰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든, 서양에서든 5월과 6월은 예비 부부들에게 황금 같은 계절이다. 웨딩(wedding)의 어원은 고대 영어 weddian(맹세하다, 약속하다)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듯이 vow(맹세)를 할 때는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진다.

고대 스토라를 연상케하는 드레스 [사진=DaDá 스튜디오]
고대 스토라를 연상케하는 드레스 [사진=DaDá 스튜디오]

햇살 아래 펼쳐진 순백의 웨딩드레스, 반짝이는 눈빛을 담은 블랙 턱시도, 그 아름다운 순간이 이 계절을 더욱 빛나게 한다. 웨딩드레스의 유래는 고대 로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부는 화이트 토가(toga)를 입으며 순수와 새로운 출발을 상징했지만, 사실 토가는 원래 로마 남성 시민권자만 입을 수 있었던 의복이다. 그 색과 테두리에 따라 신분과 계급이 구분되었고, 여성은 일반적으로 스토라(stola)라는 긴 옷을 입어 기혼 여성임을 상징했다. 이는 마치 한국에서 헤어 스타일로 미혼과 기혼 여부를 댕기머리에서 쪽진 머리로 바꾸는 전통과 유사하다.

현대의 웨딩드레스는 1840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자신의 결혼식에서 순백의 드레스와 베일(veil)을 입은 것이 그 시작이었다. 참고로 "베일에 가려져 있다"라는 표현은 한국식 표현이며 영어는 베일보다 사이즈가 큰 커튼(curtain)을 사용해 behind the curtain(커튼 뒤)과 같이 표현하기도 한다.

고대 스토라를 연상케하는 드레스 [사진=DaDá 스튜디오]
베일을 한 신부와 턱시도를 입은 신랑 [사진=DaDá 스튜디오]

여왕의 베일은 순결과 신비로움을 뜻하면서 동시에 악령으로부터 신부를 보호한다는 전통적 의미도 품고 있었다. 드레스 뒤로 우아하게 흐르는 트레인(train) 역시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이는 프랑스 왕실의 귀족복에서 유래된 것으로, 길수록 권위와 품격을 상징했고, 오늘날에는 신부의 기품을 표현하는 요소로 남아 있다.

신랑의 정장을 완성하는 턱시도(Tuxedo)는 19세기 말 미국 뉴욕의 상류층 사교 클럽인 턱시도 파크(Tuxedo Park)에서 행해져 공원 이름이 의복이름이 되었다. 일반 정장과의 가장 큰 차이는 재킷의 라펠(lapel)에 있다. 비즈니스 수트가 V자형의 노치드 라펠(notched lapel)을 사용한다면, 턱시도는 끝이 날렵한 피크드 라펠(peaked lapel) 또는 곡선의 쇼울 라펠(shawl lapel)로 부드러우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낸다.

서양의 전통 중에는 "Something old, something new, something borrowed, something blue"라는 아름다운 풍습도 있다. 신부가 결혼식 날 옛 것(old), 새 것(new), 빌린 것(borrowed), 파란 것(blue)을 지니고 있으면 행운과 사랑이 오래 간다는 믿음이다. 할머니의 귀걸이, 새로 맞춘 반지, 언니의 면사포, 파란 리본이 달린 부케까지—그 모든 것이 신부의 발걸음을 축복한다. 특히 파란색은 순결과 신성함, 충실함의 상징으로 예부터 신부 복식에도 자주 쓰였다.

한국의 전통 혼례에도 이와 닮은 상징이 있다. 폐백 예식에서 시부모님이 신부에게 밤과 대추를 던지는 장면이 그것이다. 씨 많은 대추는 다산을, 단단한 껍질의 밤은 집안의 안정과 번영을 뜻한다. 이 풍습 속에는 "많은 자손을 낳아 가문을 번창시켜 달라"는 따뜻한 염원이 담겨 있다.

오래된(old) 추억 위에 새로운 맹세(new)를 더하고, 웨딩드레스를 잠시 빌려(borrowed), 푸른 희망(blue)을 품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신랑 신부들이 아름답다.

고대 스토라를 연상케하는 드레스 [사진=DaDá 스튜디오]
'조수진영어연구소' 조수진 소장 [사진=조수진영어연구소]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와 스톡홀름 경제대학교(SSE) MBA 출신으로 (주)일미푸드의 대표이사와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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