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6' '20 30 40' '1-3-6'
얼핏보면 영화 제목이 아니라 스파이들이 사용한다는 난수표 암호같다. 이처럼 암호같이 숫자로만 구성된 영화 제목들이 속속 늘고 있다.
현재 상영중인 왕가위 감독의 신작 '2046'은 과거의 상처 때문에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지 못하는 남자와 절망적인 사랑의 열병에 빠져버린 여자의 이야기이다. 여기서 말하는 2046은 바로 호텔의 객실 번호다.
기자이자 작가인 주인공 차우(양조위)는 과거 여인과의 추억이 어린 호텔의 2046호실에 머무르려 하는데 하필 그곳에서 여인의 자살 사건이 발생한다. 며칠 뒤 차우는 호텔을 다시 찾았으나 같은 방에 손님이 머물고 있어 이번에도 투숙하지 못한다. 대신 그 방에 머문 고급 콜걸과 뜻하지 않은 인연을 맺게 된다.

영화는 내내 2046호실을 둘러싸고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인연을 소개한다. 그런 점에서 '2046'이라는 숫자는 영화의 시작이자 끝이고, 숱한 인연을 연결시켜주는 정거장이다. 영화를 보면 볼 수록 숫자를 매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왕가위 감독의 솜씨에 탄복하게 된다. 아울러 호기심을 자아내는 제목에 또 한번 경탄하게 된다.
장애가 감독의 '20 30 40'은 나란히 늘어선 숫자가 암시하듯 세 여인의 다양한 삶이 펼쳐지는 작품. 여기서 숫자는 여인들의 나이를 뜻한다.
가수를 꿈꾸는 20살의 샤오 지에(리신제), 애인을 찾는 30살의 스튜어디스 시앙(르네 리우), 꽃집을 운영하는 40살의 미혼녀 릴리(장애가) 등 3명의 여인들은 자신들의 나이에 새삼 깨닫게 된 사실을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이야기로 풀어간다. 무엇보다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과 고민등이 같은 나이대 비슷한 처지의 여성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봤을 만한 문제들이어서 쉽게 공감이 간다.

제 1회 서울 환경영화제 개막작인 옴니버스 영화 '1-3-6'은 제목에 여러가지 심오한 뜻을 담고 있다. 우선 1-3-6은 얼마나 깨끗한 환경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지를 나타내는 우리 나라의 환경지속성지수가 세계 160개국 가운데 136등이라는 부끄러운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영화적으로는 다른 뜻이 숨어 있다. 1개의 주제를 3명의 감독(장진, 이영재, 송일곤)이 서로 다른 시선으로 6미리 영화에 담았다는 뜻. 그만큼 영화는 한 작품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낸다.
이처럼 숫자로 구성된 제목들은 자체가 신비감을 주며 궁금증을 유발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물론 그 안에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는 영화의 주제를 함축한 심오한 메시지가 들어 있다. 따라서 이 작품들처럼 숫자 제목을 달고 있는 작품들은 제목을 알면 내용이 보인다.
조이뉴스24 /최연진 기자 wolfpack@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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