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머리모양 때문에 3류코미디로 오해하는 것은 아니죠?”
감우성이 철저하게 망가졌다. 4일 조명남 감독의 '간 큰 가족' 촬영이 한창인 전북 전주의 전주고 실내체육관에서 만난 그는 더 할 수 없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라면을 엎은 것처럼 아주 심하게 볶은 머리를 아줌마처럼 핀을 꽂아 곱게 가르마를 탔다. 거기에 어울리지 않는 팔자 수염과 붉은 색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어 완전 부조화의 극치를 보여줬다.
그가 이렇게 망가진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이번 작품에서 코미디 배우의 진면목을 보여주겠다는 각오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 ‘거미숲’, ‘알포인트’를 통해 광기어린 남자의 보습을 보여주는 등 주로 진중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렇지만 이번 작품만큼은 아니다.

이번 작품은 아버지(신구)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자식들이 가짜로 통일이 됐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자작극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에서 감우성은 큰아들 명석을 맡았다.
감우성은 TV프로그램에서 한두번 코미디를 해본적은 있지만 영화에서 코믹 연기를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예전 모습에 익숙한 팬들이 혼란스러워 할 것 같아요. 둘째 아들로 함께 출연한 김수로씨 덕분에 어려움 없이 촬영하고 있죠” 코믹배우의 대가인 김수로의 선방은 감우성의 코믹연기를 훌륭하게 뒷받침해 주고 있다는 주변의 평이다.
감우성이 코미디를 선택한 이유는 전작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어려운 연기설정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죠. 오래전부터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코미디를 해보고 싶었어요. 이번 작품이 코미디지만 유별난 개인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대본대로 진행돼 특별한 어려움은 없어요."
정작 어려웠던 것은 탁구 시합 연기였다. 작품 속에서 큰아들 내외(감우성-이칸희)와 작은아들 내외(김수로-신이)는 아버지를 기쁘게 하기 위해 남북통일 기념으로 남북단일팀과 중국 국가대표팀이 탁구 경기를 벌인다는 설정을 하고 이를 연출한다.
문제는 감우성의 탁구실력. 그는 중학교 때 탁구부 선수로 뛰었기 때문에 수준급의 실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영화속의 큰아들은 형편없는 탁구 실력을 갖춘 인물이다. 따라서 감우성은 일부러 탁구를 못하는 것처럼 연기해야 했다. “잘하는 것보다 못하는 척 하는 것이 더 힘들어요.”
“조금 거시기 하네요. 그래도 주변 여성들이 어울린다고 말하더군요.” 자신의 파마 머리가 못내 부끄러웠는지 감우성은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계속 머리 모양에 신경을 쓴다.
“양복을 입으면 움직임에 절도가 생기듯 파마 머리는 연기에 편안함을 줍니다. 그래서 일부러 머리 모양을 바꿨어요.” 실제로 그는 본격 촬영에 들어가면서 주기적으로 파마를 계속하고 있다. 아마도 촬영이 끝날 때까지 그의 머리는 계속 지지고 볶는 수난을 당할 것 같다.
조이뉴스24 /글, 사진=류준영 기자 si@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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