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데뷔 초부터 '괴물 신인'이라는 수식어를 안을 정도로 작품 속에서 캐릭터를 씹어 먹는 존재감을 뽐냈던 배우 류경수가 '선산'으로 또 하나의 강렬한 인생 캐릭터를 완성했다. 고민도 걱정도 많아 "힘들었다"는 류경수의 끝없는 노력이 더해진 김영호라는 캐릭터는 '선산'의 긴장감과 재미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로 손꼽힌다. 그래서 이 캐릭터를 만들어간 과정이 인생 큰 가치였다는 류경수의 말이 너무나 크게 와닿고, 늘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가 앞으로 그려갈 연기 행보에도 기대가 더해진다.
지난 달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부산행', '지옥' 등의 연상호 감독이 기획과 각본에 참여하고, 영화 '부산행', '염력', '반도'의 조감독으로 연상호 감독과 손발을 맞췄던 민홍남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배우 류경수가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95616f143e4cbe.jpg)
우리의 뿌리에 닿아 있는 선산을 소재로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가족의 민낯을 제대로 파고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기획됐다는 '선산'은 각 인물이 가진 욕망에 집중하며 기이하고 다소 섬뜩하기도 한 이야기를 완성했다. 캐릭터의 관계성에서 오는 긴장감과 살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재미는 무난하게 6회까지 완주할 힘이 된다.
김현주는 선산을 상속받고 불길한 사건에 얽히게 되는 윤서하 역을, 박희순은 마을의 살인사건이 선산과 연관되었다고 직감하는 형사 최성준 역을, 박병은은 과거로 인해 선배인 성준에게 애증과 열등감을 품은 형사반장 박상민 역을, 류경수는 서하의 삶에 들이닥친 이복동생이자 선산 상속을 요구하는 김영호 역을 맡아 열연했다.
특히 류경수는 등장부터 알 수 없는 불순한 분위기를 풍기며 극에 불길한 분위기를 불어넣는 영호를 섬뜩하게 연기하며 극 전반을 지배한다. 외형, 말투 모두 범상치 않은 영호는 왜 저런 말과 행동을 하는지 계속해서 의문을 남기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다음은 류경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캐릭터도 독특하고 센데 분장까지 세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설정한 이유가 있나?
"캐릭터와 외형이 어느 정도 같이 가야 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말을 거는 것뿐인데 윤서하가 무서워서 도망가야 한다. 평범해 보이면 윤서하가 이상해지는 지점이 생긴다. 이 사람에게 말을 걸면 안 되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다. 그래야 다른 인물의 리액션이 잘 연결될 것 같았다. 처음 치아가 가지런하지 못한 캐릭터를 가져가자고 했을 때 밑에만 가지런하지 않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위는 제 이고 밑은 가짜다. 또 머리도 뿌리에 흰칠을 했고 수염도 붙였다. 그러다 보니 분장이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걸렸다."
![배우 류경수가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f6141769c71217.jpg)
- 눈이 상당히 인상적인 배우이기도 하다. 자신의 눈이 배우로서의 무기라고 생각하나?
"예전엔 오해를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익숙해졌다. 만약 눈이 진짜 별로니까 수술을 하라고 했으면 콤플렉스가 됐을 거다. 그래도 눈이 매력 있다는 말을 들어서 다행이었다. 칭찬으로 받아들이니 '내 눈이 괜찮구나' 싶더라. 캐릭터로 연기를 할 때도 자연스럽게 눈이 주는 느낌이 생기더라."
- 영호 캐릭터가 굉장히 해석의 여지가 많은 인물이다. 왜 저럴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하고, 어떤 의도인가 더 생각하게 하는 지점이 있다. 연기할 때는 어땠나?
"공터에서도 그렇고 경찰서에서 서하에게 '누님'이라면서 오는데, 영호는 선량한 마음으로 다가선다. 그런데 걸음걸이나 말하는 방식이 다르다 보니 서하는 너무 무서워서 문을 잠그고 도망가려고 한다. 그런 식의 여지가 캐릭터에 많아서 어렵기도 했다."
- '이태원 클라쓰' 이후 정말 다양한 작품을 했다. 선택의 기준이 넓은데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봤을 때 뿌듯한 감정도 있나?
"저는 단순하게 제가 재미있으면 한다. 다른 건 잘 안 따진다. 이걸 하면 더 잘 될 수 있다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그거보다는 제가 재미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코미디라고 하면 제가 웃겨야 한다. 나는 안 웃긴데 사람들은 웃을 수 있을 것이고 재미있다고 할 수는 없다. 제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대학교 때 오디션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오디션도 안 불러준다. 조그마한 것이라도 하고 싶다, 연기하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다. 배역을 맡아서 하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복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복을 많이 받았다. '나이 40은 일단 넘겨야 하고, 50이 되어야 잘 된다'는 말도 들었다. 그런 거 치고는 빨리 된 거다."
- 그렇게 힘들었던 때도 있었는데 자신을 버티게 한 동력은 무엇인가?
"'버티면 된다'는 확신이 없었다. '안 되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있었다. 칭찬이 중요한 것 같다. '잘한다, 잘한다'는 말을 들으니 파이팅처럼 느껴졌다. 그 힘으로 버틸 수 있었다."
- '류경수는 평범하지 않은 것만 하는 것 같다', '제발 이런 캐릭터 그만했으면'이라는 말도 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맞는 말이다. 배우는 관객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직업이다. 그분이 그렇게 느꼈다면 맞는 말인 거다. 반면 강렬해서 좋았다는 말도 맞는 말이다. 각자의 취향이 다른 거다. 그런 의견을 알고 있고,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제가 악역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는데 따지고 보면 반 정도다. 하지만 그게 세게 다가와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배우 류경수가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5b418fdae0c818.jpg)
- 이런 반응을 대할 때 의연한 편인가?
"물론 안 좋은 얘기를 들으면 속상하기도 한데, 적어도 저는 캐릭터로는 거짓말을 안 했다. 제가 대본이 재미있어서 보여드렸는데, 재미없다고 할 수도 있고 재미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건 관객의 몫이고, 저는 다음에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면 되는 거다. 제가 재미있게 비쳐서 보여드릴 수 있는 것을 하는 거다."
-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말을 했는데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연기는 무엇인가?
"좋은 연기의 포인트는 많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카타르시스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저도 모르게 어떤 연기를 보고 '그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를 생각하기도 했다. 그건 진짜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인 거다."
- '선산'을 통해 얻은 건 무엇인가?
"어떻게 보실지 긴장이 많이 됐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저의 캐릭터 만들기 과정과 고민이 제 인생에서는 큰 가치가 있었던 것 같다. 평생 이런 역할을 맡을 수 없을 수도 있다. 제 나이대엔 더더욱. 이 작품을 완주했다는 것이 저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
- 평소 자신에게 위안을 주는 것이 있다면?
"저는 참 심심하게 산다. 취미도 없고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모른다. 최근엔 알람을 안 맞추고 마음대로 자는 것이 행복하더라. 편안하게 누워 있을 수 있는 것이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을 며칠 전에 생각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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