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작품과 캐릭터의 영향 때문인지, 진지하고 무거울 것 같은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실제 박희순은 농담도 좋아하고 장난기도 많다. 제작발표회에서도 훅 치고 들어오는 한 방으로 주변 사람들을 웃게 한다.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 연기에 대해선 굉장히 진중하지만,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드는 힘과 매력이 다분하다. 이에 코믹 연기를 통해 자신도 웃고 다른 사람들도 웃게 만들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하루 빨리 이뤄질 수 있길 바라게 된다.
지난 달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부산행', '지옥' 등의 연상호 감독이 기획과 각본에 참여하고, 영화 '부산행', '염력', '반도'의 조감독으로 연상호 감독과 손발을 맞췄던 민홍남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배우 박희순이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4456df05c203e4.jpg)
우리의 뿌리에 닿아 있는 선산을 소재로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가족의 민낯을 제대로 파고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기획됐다는 '선산'은 각 인물이 가진 욕망에 집중하며 기이하고 다소 섬뜩하기도 한 이야기를 완성했다. 캐릭터의 관계성에서 오는 긴장감과 살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재미는 무난하게 6회까지 완주할 힘이 된다.
박희순은 마을의 살인사건이 선산과 연관되었다고 직감하는 형사 최성준 역을 맡아 윤서하 역 김현주, 형사반장 박상민 역 박병은, 서하의 이복동생 김영호 역 류경수와 연기 호흡을 맞췄다. 특히 박희순과 김현주는 SBS 드라마 '트롤리'에 이어 연달아 '선산'에 함께 출연해 남다른 연기 호흡을 과시했다. '마이네임', '모범가족'에 이어 '선산'으로 세 번째 넷플릭스와 함께 하게 된 박희순은 묵직하고 탄탄한 연기력으로 최성준 캐릭터를 깊이 있게 표현해냈다. 다음은 박희순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연상호 감독에 대한 이미지도 있었을 것 같은데, 같이 작업해본 연상호 감독은 어땠나?
"전작을 김현주 배우와 같이 해서 어떤 분인지에 대한 얘기는 들었다. 열려있고 유머러스하다. 실제로도 너무나 재미있다. 배우들, 스태프들과 술자리를 하면 너무 유쾌하다. 그래서 좋은 느낌이 있었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도 열려있으시다. 작은 아이디어로도 크게 변화된 대본을 가지고 오신다. 그 정도로 다 받아들인다. 습득력이 좋고 유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엔 연출자와 배우로도 만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연상호 감독의 작품이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그 지점에서 이번 '선산'에 대한 기대도 있었나?
"쓰긴 했지만 연출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어떤 효과로 나타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기대 보다는 작품에 대한 매력이 컸다. 한국적인 스릴러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농촌 스릴러'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싶었다. 그러면 외국 분들이 보시기엔 새로운 면이 있지 않을까 싶다. 비슷한 스토리라고 해도 각 나라의 환경이나 전통이 다르니까, 스토리 라인에 어느 나라를 대입해도 자기만의 색을 낼 수 있어서 색다르게 받아들일 거라 생각했다."
- 건조하게 연기하려 했다고 했지만, 가슴 속엔 계속 죄책감, 미안함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인물이다 보니 그 중심을 잡는 것도 필요했을 것 같다.
"일을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모습이 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취조를 할 때나 탐문 수사를 할 때 모습은 프로답지만 방에 우두커니 앉아서 홈쇼핑을 틀어놓고 있을 땐 쓸쓸함, 괴로움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박 반장을 만났을 때 쭈뼛거리지만 이겨내려고 농담을 하고 웃으며 넘어가려고 하는 것이 초반엔 있지만, 오해가 깊어져 말을 건네지 못할 정도까지 간다. 그런 과정들이 점층적으로 보인다. 사건의 실마리는 풀려가지만 반대로 이들은 오해가 쌓여간다. 그래서 후반엔 이들이 부딪힘과 동시에 일도 해결해나가는 설정으로 연기를 했다."
![배우 박희순이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cf2abb17ecf76e.jpg)
- 과자를 종종 먹던데, 그렇게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본에 과자 먹는 장면이 있었다. 캐릭터가 숨을 쉬고 풀어지는 신이 없어서 그런 쪽에서 유머를 넣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뒤에도 넣었다. 아픈 과거가 있다 보니 혼자 쓸쓸히 밥을 차려 먹지는 않을 것 같고 주전부리만 할 것 같더라. 잘 챙겨 먹지 않는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 작은 설정을 넣었다. 촬영장에 가면 휴대폰을 소품으로 주는데, 손에 익지 않다 보니 제 것과 같은 기종으로 해달라고 했다. 링 고리를 단 것도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한 거다. 사진 찍는 건 대본에 있었는데, 뭔가 유능함을 보여줄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사진 찍고 메모도 하고 녹취하는 것을 잘 활용할 줄 아는 걸로 설정을 넣었다. 저 또한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 김현주 배우와는 전작 '트롤리'를 같이 했다 보니 호흡 면에서는 굉장히 편한 지점이 있었을 것 같다.
"너무 좋았다. 농담 식으로 원플러스원이라고 했지만 그게 오히려 좋았다. 좋은 배우와 연달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서사가 따로 있고 만나는 신이 많지는 않았지만, 현장에서 만나면 너무 반갑고 서로 힘이 됐다."
- 김현주 배우는 어떤 연기자였나?
"그간 생각하고 봐온 것보다 훨씬 좋은 배우다. 놀란 점이 많았다. 분석력, 표현력 같은 것도 항상 제가 생각한 것보다 한 단계 더 생각하더라. 감정도 풍부하다. 원래도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선산'에서 보고 많이 놀랐다.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 인물이고 감정 변화도 많다. 어둡고 힘든 '트롤리'를 끝내고 '선산'에서 널뛰는 감정 연기를 하는 것이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 영호 역 류경수 배우와는 붙는 신이 많지는 않았지만 워낙 강렬한 역할이다 보니 연기할 때도 인상적인 면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
"분장이 2시간이 걸린다. 가발도 쓰고 이도 분장을 했다. 공을 많이 들이고 연구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걸음걸이도 혼자 연습하고 관찰을 많이 한다. 용기 있는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맞는지 틀리는지도 중요하지만, 그걸 뚫고 나가고 이기려고 하는 것이 강했다."
- '마이네임'으로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고, 이번 '선산'까지 넷플릭스 작품만 3번째다. 또 최근엔 디즈니+ '무빙'으로도 강렬함을 안겨줬다. 인기를 실감하는 부분이 있나?
"인기는 이제 좀 빠그라졌다.(웃음) 진정이 됐다. '마이네임'으로 좋아해 주던 팬들은 아직 있다. 그분들과 소통을 가끔 하면서 재미있게 하고 있다. 계속 SNS에 글을 올려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힘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빨리 정신 차려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배우 박희순이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6a814121ea4495.jpg)
- 중년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아내(박예진)의 반응은 어떤가? 쉴 때는 뭘 하고 지내는지도 궁금하다.
"나이 들어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면서 항상 제 손 잡고 피부과에 데리고 간다.(웃음) 아내와 저 둘 다 취미 생활이 없다. 삼시세끼 집에서 밥해 먹는다. 밥하고 쉬었다 밥하고 하면 하루가 훅 간다. 3~4년 동안 집에 있던 시간이 별로 없어서 그걸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좋다."
- 전작인 '트롤리'도 그렇고 이번 '선산'도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다. 시나리오 선택에 취향이 반영되는 것이 있나?
"그거 밖에 안 들어온다.(웃음) 탈피를 하고 싶다. 제가 코미디를 좋아한다. 하고 싶은데 그런 것이 많이 안 들어와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코미디를 제일 좋아한다. 웃긴 사람 좋아하고 남 웃기는 것도 좋아한다. 일부러 웃겨야겠다는 것 보다 풀어지고 싶다. 로코도 하고 싶은데 이 나이에 들어올까 싶다.(웃음) 나도 웃고 사람들도 웃는 걸 하고 싶다. 늘 소리 지르고 인상 쓰는 것만 하니까 우울해지더라."
- '트롤리'의 영향도 있나?
"너무 힘들었다. 극 속에서 계속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 심적으로 힘들더라. 막판에 '이러다 죽겠다' 싶을 정도로 힘들었고 번아웃이 왔다. 끝나고 '선산'을 바로 들어가야 했는데 그래서 힘을 빼려고 노력했다. 얼굴이 무너져 내렸더라.(웃음) '선산' 끝나고는 쉬고 있다. 예전에 '아름다운 세상'을 할 때도 극 중 아들이 계속 아프다 보니 힘들었다. 드라마는 5~6개월 이상 감정을 유지하다 보니 힘든 역할을 하면 죽을 것 같더라. 감정신이 매회 한두 개는 있으니까 마음을 갉아먹더라."
- 그럼에도 이렇게 작품을 하게 되는 동력은 무엇인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일 수도 있고, 작품의 여러 요소이기도 하다. 단정 지어 얘기할 수 없지만, 역시나 연기 욕심인 것 같다. '안 해' 하다가도 막상 가면 고민하면서 하게 되더라."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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