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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소설] 고해 <10> - 정찬주


조이뉴스24는 지난해 9월 23일 정찬주 작가의 단편소설 '그림자와 칼'로 인터넷 신문 최초의 소설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조이뉴스24는 애독자들께서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브런치가 있는 카페에서 깊이와 재미를 더한 소설을 즐기며 하루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그 동안 정찬주 작가의 작품들은 애독자들의 고급스런 취향에 걸맞은 '아침소설'로 부족함이 없었으리라 믿습니다. 정 작가는 맑고 선명한 언어로 우리에게 인간의 내면 이야기를 즐겨 들려주는 한편 집요하고도 진득한 문장으로 지나간 시대의 아픔을 말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소설에 담긴 비극은 분명 과거에 속한 것이지만 새로운 모습과 형태로, 아니 더욱 강고하게 현재를 지배하고 있기에 바로 오늘의 이야기 우리의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정찬주 작가는 '고해'를 마지막으로 애독자들께 작별을 고합니다. 장기간 연재를 허락해준 정찬주 작가께 감사드립니다.[편집자]

동호는 그날 아침의 충동을 억누르지 못했었다.

시내버스가 막 다리 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때 동호는 무심히 강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강물은 아침 햇살을 받아 싱싱하게 번쩍거리고 있었다. 그때 동호는 군대시절에 보았던 그 바다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그 새벽 바닷가에서 다리를 절룩거리며 꾸었던 몽상의 한 조각을 끄집어냈다.

아, 코발트빛 새벽바다는 절망처럼 거세게 파도를 일으키고 있었다. 분대장의 기합은 또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그의 방법은 특이했다. 기묘한 동작을 만들어서 온몸의 근육에 고통을 주는 것이었다. 얼마 후면 모든 분대원들이 새벽 바닷가에 나뒹굴었다. 그때마다 동호는 꿈을 꿈으로 해서 고통의 벽을 뛰어넘었다. 히틀러처럼 수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웅변가, 동호의 몽상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동호는 시내버스가 다리를 건너자마자 내려버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사직서를 쓰고 말았다.

친구들이 이따금 비웃었다.

"이유가 뭔가."

"글쎄."

이 세상에 이유가 있는 것이 있다면 없는 것도 있을 것이었다.

동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회사 문제 때문인가?"

"아니."

"그럼 뭐야."

"나도 잘 모르겠어."

"그건 어린애 같은 소리야."

"하긴 그럴지도 몰라."

아내 또한 여간 속상해 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동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재떨이 속의 꽁초나 뒤적이면서 몇 개월을 허송세월해야 했다.

동호는 다리 위에서 잠깐 쉬었다. 다리 아래로는 검은 강물이 도도히 흘러가고 있었다. 강물은 수은등 불빛과 안개와 어둠이 한데 어우러져 잿빛을 띠기도 했다. 다리 부근에는 안개가 더욱 자욱한지도 몰랐다. 시가지의 안개보다 더욱 축축하게 살갗에 스며왔다. 어느새 동호는 다리를 빠져나와 거대한 고가도로 밑을 걸어갔다. 머리 위에 선 날카로운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짙은 안개 때문에 자동차끼리 소동을 벌이고 있음이 분명했다.

이윽고 비탈길을 올라갔다. 이제 강 건너 시가지는 안개와 어둠에 묻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안개는 골목길에도 빈틈없이 들어차 있었다.

동호는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기댔다. 냉기가 전류처럼 재빨리 머릿속을 파고 있었다. 벽의 체온이었다. 동호가 세 들어 살고 있는 집의 담벼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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