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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한복 입은 남자' 장영실x다빈치 만났다면⋯묵직한 감동·긴 여운


[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는 가장 한국적인 작품이다. 한폭의 수묵화같은 무대에 빛깔 고운 한복을 갖춰입은 배우들이 현대적 감각을 덧입힌 아리랑 선율에 맞춰 연기를 펼쳐보인다.

'한복 입은 남자'는 조선이 낳은 천재 과학자 장영실이 유럽으로 넘어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만났다면? 이라는 발칙한 상상에서 시작된다.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사진=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사진=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사진=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세종대왕의 총애를 받아 노비에서 종3품 대호군까지 오른 장영실은 어느 순간 역사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1442년 장영실이 감독한 안여(임금이 타는 가마)가 부서지는 사건 직후다. 작품은 장영실이 세종대왕의 비호 아래, 중국 명나라의 정화대장과 함께 유럽으로 떠났을 것이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공연은 600년 전 조선과 중국, 그리고 이탈리아를 그려낸다. 1막에서는 조선에서 장영실의 삶, 그리고 세종대왕과 함께 그려낸 꿈이 펼쳐진다. 2막의 주요 무대는 이탈리아로,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의 진실이 그려진다. 장영실의 비차 설계 흔적과 묘하게 닮은 다빈치의 비행기 도면, 그리고 다빈치가 그린 '한복 입은 남자'까지. 공연은 장영실이 어린 다빈치와 교류하며 새로운 꿈을 꾸었던 것은 아닐까 되묻는다.

물론 이 작품은 작가의 상상력에 기댄 픽션이다. 하지만 '노비도 꿈꿀 수 있는 세상이 온다'고 했던 장영실이 어딘가에 살아있었고, 어린 외국 소년(다빈치)을 통해 그 꿈을 이어갔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진짜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극중 방송국 PD 진석은 말한다. "세상 그 어떤 진리도 처음엔 부정되는 법. 하지만 진리 자체는 변치 않는 것"이라고.

1막에서는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끈끈한 우정이 그려진다. 신분의 높고낮음을 떠나 조선의 과학기술 발전에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의 관계는 세상의 그 어떤 관계보다도 애틋하고 애절하다. 조선 왕실의 갈등 속에 장영실을 떠나보내야 했던 세종대왕은 "반드시 살아 우리만의 역법을 완성하라"며 "언젠가 비차를 타고 다시 돌아와 인사해다오"라고 노래한다. 관객들이 소리없이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2막에서는 유럽에서 새로운 '꿈'을 발견하는 장영실이 그려진다. 고국에 대한 짙은 그리움만큼, 꿈을 향한 열정도 뜨거웠던 그다. 그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우연히 만난 꼬마 다빈치를 통해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다빈치에게 다양한 과학기술을 전파한 장영실은 "너였다, 내가 걸어온 길 그 끝에 마주한 별"이라고 노래한다.

작품은 루벤스의 그림 한장에서 시작됐다. '장영실이 유럽 르네상스의 시작이었다'라는 전제는 자칫 허황되게 느껴진다. 하지만 180분을 오롯이 몰입해서 본 관객이라면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가설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가장 천한 노비의 자리에 그치지 않고 꿈을 향해 매 순간 나아가고, 도전했던 장영실의 '위대한 발걸음'은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600년 전 천재 과학자 장영실에게 여전히 빚지며 살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공연은 충무아트센터 개관 20주년 기념작이자 EMK뮤지컬컴퍼니의 열 번째 창작 뮤지컬이다. 조선과 유럽, 600년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장대한 서사와 한국적 미학이 눈 앞에서 펼쳐진다.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사진=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사진=EMK뮤지컬컴퍼니]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음악은 작품의 서사를 탄탄하게 이끄는 힘이다. 이성준(브랜든 리) 음악 감독은 '대취타' '밀양 아리랑' 같은 우리 고유의 전통 음악을 현대적인 오케스트라 사운드 및 팝 감성과 결합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제 같은 음악'을 탄생시켰다. '비차' '그리웁다' '너만의 별에' 등 주요 넘버들은 인물의 감정을 밀도 있게 전달하며 관객들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박은태 전동석 고은성(강배/영실 역), 카이 신성록 이규형(세종/진석 역) 등은 각각 1인2역으로 활약한다. 믿고보는 배우들과 매혹적인 스토리가 만나 환상적인 시너지를 완성한다.

3월 8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공연시간 180분(인터미션 20분 포함), 8세 이상 관람가.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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