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박성기의 도보기행]<4> 발끝으로 읽는 서울⋯해방촌을 걷다(하)


"골목마다 사람의 온기가 서려있다"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박성기의 도보기행]<4> 발끝으로 읽는 서울⋯해방촌을 걷다(상)에서 이어집니다

내려가는 길에서 만나는 오늘의 해방촌

다시 해방촌오거리로 나와 신흥로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오거리에서 이태원 경리단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이 신흥로이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며 접하는 모습은 신흥시장으로 오르던 것과는 전혀 다른 표정이다. 오를 때의 길이 숨을 고르게 하는 비탈이었다면, 내려가는 길은 마음을 풀어놓게 하는 경사다.

신흥로 풍경 [사진=박성기]
신흥로 풍경 [사진=박성기]

발끝은 한결 가벼워지고, 시선은 찬찬히 언덕 아래를 향한다. 층층이 기대어 선 집들 사이로 난 골목마다 사람의 온기가 서려 있다. 마을버스와 차들이 오가고 길 위의 오가는 사람들도 많다. 이 일대는 한때 영외생활하는 미군과 군속들이 많이 살던 곳이다. 미국풍의 선술집과 식당들이 꽤 일찍이 자리 잡았던 이유이다.

지금 이곳 길가에는 카페와 와인집, 젊은이들이 즐겨 찾을 만한 가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완만한 비탈길의 카페마다 길을 향해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앉아 있고, 외국인들도 자주 눈에 띈다. 이름난 빵집과 버거집, 파스타집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문득 이국의 어느 거리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생각이 스친다.

신흥로 풍경 [사진=박성기]
신흥로 풍경 [사진=박성기]

저마다의 빛깔로 빚어낸 청춘들의 소소한 해방구

이 거리를 걷노라면 같은 모습의 사람이 없다. 옷도 걸음도 저마다 다르다. 유행을 따르기보다 자신의 존재를 마음껏 드러내는 펴셔니스타다. 이곳이 핫플레이스인 것은 개성 있게 리스트럭처링된 건물의 독특함 분 만은 아니다. 자기 개성을 거리 위에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이들 때문이다. 각자의 다름은 흩어지지 않고 하나의 풍경이 된다. 요즘 젊은이들의 소소한 해방구가 이곳인 듯 하다. 한류는 먼 곳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이 골목, 이 거리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몸짓 속에서 이미 조용히 흐르고 있다. 그렇게 사람 구경과 카페 구경을 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해방촌 입구에 이르러 걸음을 멈추게 된다.

신흥로 풍경 [사진=박성기]
신흥로 해방촌입구 옹기 [사진=박성기]

걸음이 멈춘 자리, 이어지는 이야기

언덕길을 내려와 돌아보면, 내게 남는 것은 낡은 골목의 풍경만이 아니다. 비탈에 기대어 살았던 사람들의 시간, 밀려나고 돌아오고 다시 자리 잡으며 버텨낸 삶의 온기가 오래 남는다. 서울은 쉼 없이 새로워지지만, 해방촌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시간을 품은 채 지금도 천천히 제 이야기를 이어 간다. 그래서 이곳을 걷는 일은 한 동네를 둘러보는 일이 아니라, 한 시대의 상처와 그 위에 돋아난 새로운 삶의 이야기를 읽는 일이다. 길은 끝났으나, 그 길이 내 안에 남긴 시간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신흥로 풍경 [사진=박성기]
해방촌 신흥로의 풍경. [사진=박성기]
신흥로 풍경 [사진=박성기]
박성기 여행가

◇ 박성기는 자유(도보)여행가다. 일상에 반복 속에서 문득 '길'이 그의 눈에 들어온 이후, 배낭을 메고 우리나라 길을 걷고 있다. 길 위에서 만난 풍경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사람들이 가진 저마다의 사연은 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는 걷는 동안 자연을 다시 바라보고, 삶의 속도를 늦추는 기쁨을 기록해 왔다. 길이 건네는 위로와 걷는 이들의 따뜻한 시선을 모아 주변에 알리고 있다. 저서로는 '걷는 자의 기쁨', '걷는 자의 기쁨 – 그 두 번째 이야기'가 있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박성기의 도보기행]<4> 발끝으로 읽는 서울⋯해방촌을 걷다(하)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