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추석을 앞둔 극장가. 이 영화 때문에 다른 작품들의 개봉이 늦춰졌다. 당시 총 제작비 70억원을 들여 5개월 간 중국대륙 1만Km를 누비며 300여명의 스태프들이 만든 김성수 감독의 '무사'가 그 주인공이다.
'비트'와 '태양은 없다'를 통해 한국영화의 새로운 비주얼과 액션을 창조했다는 김성수 감독. 그가 충무로의 수군거림을 뒤로 하고 중국의 벌판으로 건너가 '무사'를 만들고 있을 때 한국에서는 '무사'의 개봉은 고사하고 완성조차 의문시 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김성수 감독은 정우성, 안성기, 주진모, 장쯔이 등 쟁쟁한 배우들과 다국적 스태프들을 이끌고 2001년 당시 한국영화의 성취로 남을 '무사'를 완성해냈다.
김 감독을 비롯해 액션을 담당했던 정두홍 무술감독, 영화의 빛을 책임졌던 故이강산 조명감독, 그리고 김성수 감독의 연출을 카메라에 담아낸 김형구 촬영감독까지 충무로의 '쟁이'라 불릴만한 스태프들이 모두 모였다. 그들은 한국적인 액션무협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중국 벌판에서 갖은 고생을 하며 마침내 우리 관객들에게 영화 '무사'를 선보인 것이다.
아직까지 운용되고 있는 '무사'의 영화 홈페이지를 보면 원말명초를 배경으로 고려 사신들이 중국에 갔다가 천신만고 끝에 귀국하는 과정을 그린 '무사'의 촬영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장면 촬영을 위해 모래바람 거친 사막에서 영화 속 고려사신들 보다 더 험한 고생을 한 '무사'의 스태프들을 보고 있으면 영화 한 편을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노고에 감탄과 탄식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무사' 이후 5년이 흐른 지금 충무로가 다시한번 술렁이고 있다.
순 제작비 약 100억원. 할리우드가 아닌 순수 국내 업체들의 기술만으로 탄생시킨 250 장면의 컴퓨터그래픽(CG). 6개월간 중국 로케이션. 최근 개봉한 조동오 감독의 판타지무협액션 '중천'을 수식하고 있는 표현이다.

오랜 시간 김성수 감독의 조연출로 있으며 영화 현장의 밑바닥에서부터 경험을 다진 조동오 감독의 데뷔작 '중천'은 사실 '무사'와 한 핏줄 영화라 해도 큰 무리가 없는 작품이다.
조동오 감독은 '무사'촬영 당시 김성수 감독의 조연출로 중국 벌판을 누볐다. 김성수 감독은 그 인연으로 '중천'에서 프로듀서를 맡았다. '중천'을 제작한 나비픽쳐스의 조민환 대표는 '무사'의 프로듀서를 맡아 김성수 감독, 조동오 감독과 동고동락했던 사이.
'무사'의 주인공 여솔을 맡았던 정우성이 '중천'에서도 주인공 퇴마무사 이곽을 맡아 긴 창 옆에 끼고 종횡무진 적들을 섬멸한다. 두 작품 모두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스태프가 합세한 것도 같다.
'무사'가 당시 한국영화계가 감히 시도하지 않았던 중국 l만Km 올 로케이션을 통해 이전까지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영상을 만들었던 것처럼 '중천' 또한 중국 올 로케이션을 토대로 한국의 기술력으로 완성한 CG를 더해 충무로가 만들 수 있는 비주얼의 극대치를 관객들에게 내보인다.
2001년 '무사'가 아날로그 방식으로 촬영한 충무로 영상미의 극상을 보여줬다면 2006년 '중천'은 한국영화계가 디지털 방식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영상미의 극상을 보여준다. 야외촬영 위주였던 '무사'가 자연과의 사투였다면 CG와 세트촬영 위주의 '중천'은 해외CG팀과 특수효과팀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충무로의 자존심 싸움이었다.

그러나 '무사'는 2001년 개봉당시 예상하던 만큼의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 개봉 후 4일 만에 터진 미국의 9.11테러 때문이다. 게다가 뛰어난 영상미에 비해 내러티브가 산만하다는 비판도 더해졌다. 주연배우들의 연기력 논란도 덧붙여졌다. 결국 '무사'는 제작비 대비 큰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소수의 마니아들에게만 '비운의 대작' 혹은 '버림받은 걸작'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로부터 5년 뒤 '무사'의 주요 스태프들이 다시 뭉쳐 절치부심 끝에 '중천'을 선보였다. 충무로 '쟁이'들로 불릴만한 '무사'와 '중천'의 스태프들은 그들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우직하게 좌고우면하지 않고 영상의 완결성을 위해 자신의 모든 내공을 쏟았다.
연말 한국영화 대작으로 기대를 모은 '중천'이 예상에 비해 관객들의 사랑을 못 받고 있는 듯 하다. 이야기 구조와 주연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관습적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어느 나라 관객들보다 드라마를 중요시 하는 국내 관객들의 취향에는 '중천'의 직선적이고 뻔히 보이는 스토리가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관객들은 수없이 본 영화 중에 한 편으로 '무사'나 '중천'을 가볍게 기억하겠지만 영화 스태프들은 다르다. 그들은 자신의 일생을 할애해 만든 영화로 각 작품을 가슴에 품고 있을 것이다. 특히 다른 어떤 작품들보다 충무로 '쟁이'들이 피와 땀으로 만든 영화 '중천'이 영화의 외적,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정당한 평가 없이 '뻔한 영화'로 관객들에게 매도되는 분위기가 안타깝다.
한국 영화계의 자존심을 걸고 '중천'에서 고군분투했을 스태프들의 노력과 성과는 분명 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커다란 밑거름이다. 적어도 명절 대목을 위해 급조돼 순식간에 6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어떤 영화보다 '중천'의 영화적 순수성이 훨씬 상위에 있지 않은가?
조이뉴스24 /김용운기자 woo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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