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리그 경기가 벌어진 축구장에서 실격패(몰수패)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울산현대미포조선과 수원시청의 'KB 국민은행 2007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 벌어진 23일 오후 3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하면 K리그 승격 자격을 얻게되는 울산과 팀 사정상 우승하더라도 당장 내년에는 K리그로 갈 수 없는 수원의 대결. 두 팀은 경기를 앞두고 페어플레이를 약속했고 K리그 승격 여부와 관계없이 최선을 다해 경기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시작은 좋았다. 울산과 수원은 미드필드에서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고 빠른 패스와 역습으로 상대 골문을 공략하며 챔피언결정전다운 경기 내용을 보여줬다.
하지만 결국 일이 터졌다.
경기 시작 9분 만에 박희완의 패스를 받은 오정석의 골로 수원이 1-0으로 앞서고 있던 전반 34분경 수원 지역 오른쪽 지역 페널티 박스 안에서 수원 수비수 이준영(수원)과 울산 공격수 김영후(울산)가 엉켜 넘어졌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이에 수원 선수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수원의 주장 박희완이 주심을 가슴을 손으로 밀쳤고 심판은 곧바로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해프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박희완이 퇴장을 당한 후에도 수원 선수들 여러 명이 심판 앞에 몰려가 계속해서 판정에 항의를 했고 김성호 주심은 홍정민, 이수길, 양종후 등 수원 선수 3명에게 연달아 레드카드를 내밀었다.
페널티킥 판정 하나에 수원 선수들의 항의가 이어지며 한꺼번에 4명이 퇴장을 당한 것.
경기장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수원 선수들은 모두 벤치로 물러났고 경기는 중단됐다. 이어 심판에게 달려와 항의한 김창겸 수원 감독에게도 퇴장 명령이 내려졌다.
이렇게 10여 분 간 경기가 중단된 후 다시 속개됐고 울산은 안성남이 페널티킥을 깨끗하게 성공시켰다. 11명 대 7명의 경기. 중단된 시간 10여 분에 대한 추가시간이 주어졌고 1-1 상황에서 전반전은 마무리가 됐다.
울산은 시작하자마자 김영후가 헤딩골을 터뜨려 경기를 2-1로 뒤집었다. 그러나 경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리가 없었다.
후반 2분경 수원 정재운이 드로우인을 경기장 안이 아닌 밖으로 던졌다. 주심이 주의를 주고 다시 드로우인을 던지게 했으나 정재운은 또 다시 볼을 밖으로 던졌다.
이에 주심은 옐로우카드를 꺼내들었고 정재운이 세 번째 드로우인마저 밖으로 던지자 결국 퇴장을 명령했다. 정재운이 밖으로 던진 세 번째 드로우인은 경기장 터치라인 부근에 있던 대기심을 맞췄다.
결국 수원은 모두 5명이 퇴장을 당하며 경기에 뛸 수 있는 최소 요건인 7명을 채우지 못해 후반 2분 만에 실격패를 선언당했다. 이날 두 팀이 넣은 3골은 아무 의미가 없어졌고 공식적인 스코어는 울산의 3-0 승으로 기록된다.
주심의 가슴을 손으로 밀쳐 첫 번째 퇴장을 당한 수원 주장 박희완은 "솔직히 주심의 가슴을 살짝 손으로 밀친 것은 맞다. 하지만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페널티킥 판정에 흥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상황은 절대 페널티킥이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김창겸 수원 감독은 "경기 전 심판의 판정이 우리에게 다소 불리할 것은 예상했다. 선수들에게 절대 심판의 판정에 동요하지 말고 심판에게 항의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페널티킥 판정에 대해서도 심판 고유의 영역인만큼 불만은 없다. 하지만 판정에 항의하는 주장 선수를 퇴장시키고 이어 3명을 더 퇴장시키면 어쩌라는 것이냐. 1년 동안 열심히 준비한 선수들에게 상처만 줬다. 힘없는 축구 선수들은 더 불쌍하게 된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최순호 울산 감독은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마음이 무겁다"고 운을 뗀 뒤 "하지만 심판의 판정에 문제는 없었다고 본다. 모두가 정해진 룰에 따라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인데 그러지 못해 이런 불상사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날 문제가 된 페널티킥을 선언한 주심을 비롯 부심 2명, 대기심, 경기감독관 등은 모두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거절했다.
한국실업축구연맹은 일단 오는 28일로 예정된 챔피언결정전 2차전은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조이뉴스24 /울산=윤태석기자 sportic@joynewsw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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