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이 한국인 최초, 아시아인 최초로 '꿈의 무대'를 밟을 것이란 기대가 물거품으로 끝났다.
22일 오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7~0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첼시와의 경기에서 박지성의 이름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당초 선발 출장, 혹은 적어도 교체명단에는 이름을 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아시아선수 최초로 꿈의 무대를 밟을 것으로 기대했던 박지성은 결국 이날 양복 차림으로 관중석에 앉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박지성의 발목을 잡은 것은 오언 하그리브스였다. 또 교체명단에도 그가 아닌 노장 라이언 긱스가 이름을 올렸다.
퍼거슨 감독은 첼시전에 대비, 평소 각각 좌우 윙포워드를 담당했던 박지성과 호날두의 자리에 변화를 줬다. '호날두의 천적'이라 불리는 첼시 수비수 애슐리 콜과의 만남을 피하게 하기 위해 퍼거슨 감독은 호날두를 오른쪽이 아닌 왼쪽 윙어로 내세웠다. 왼쪽은 원래 박지성의 붙박이 포지션. 이 때문에 호날두 자리를 하그리브스가 대신 서고, 설 자리가 없어진 박지성은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없게 됐다.
또 맨유에서 오랫동안 큰 경기를 담당해왔던 라이언 긱스의 노련미와 경험을 높이 사 박지성 대신 후보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말았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박지성을 결장시킨 이유에 대해 "최근 하그리브스의 몸상태가 많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박지성 역시 이번 시즌 팀을 위해 크게 헌신했다. 감독으로서 선발 선수를 꾸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박지성을 위로하고자 했다.

비록 결승전에 나서진 못햇지만 퍼거슨 감독의 말대로 이번 시즌 박지성의 활약은 그 어느 때보다도 눈부셨다. 부상으로 인한 공백에도 불구,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박지성은 올 시즌 출전한 12경기 가운데 8경기에 주전으로 나서며 맹활약했다. 특히 지난 시즌엔 주로 라이언 긱스와만 주전 경쟁을 하면 됐지만 올 시즌엔 나니, 안데르손, 카를로스, 테베스 등 더욱 보강된 공격진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할 만했다.
박지성은 또 지난 AS로마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 1,2차전을 비롯해 FC 바르셀로나와의 4강 1,2차전 모두에서 풀타임 출전하며 물오른 기량을 보여줬다. 그는 공격이든 수비든 언제나 몸을 사리지 않는 적극적인 플레이로 그라운드를 뛰어다녔다. 박지성에 대한 최근 영국언론의 태도는 찬사 일색이었다.
박지성은 마지막 경기에서 결장하면서 그를 응원하는 축구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그의 경기를 보기 위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던 국내 축구팬들로부터 퍼거슨 감독을 원망하는 소리도 적잖이 들린다.
하지만 박지성은 이번 시즌을 그 누구보다 성공적으로 보냈다. 지난해 가을 목발을 짚고 그라운드에 나서 보는 이들의 가슴을 졸였지만 이내 팬들의 기대대로 한국인의 자긍심을 심어줬다.
아쉽게 꿈의 무대 진출의 소망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갈수록 진화하는 박지성이 축구의 본고장에서 앞으로 얼마나 더 알찬 수확을 쌓아올릴 지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조이뉴스24 /이진영기자 asal@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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