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시즌 2위팀 두산에서 '타격 3관왕'에 오른 김현수. 4위팀 삼성이 자랑하는 '명품수비' 박진만.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팀에서 나란히 좋은 활약을 펼쳤던 이 두 스타 플레이어가 두산-삼성의 플레이오프에서 묘한 악연을 만들어가고 있다.
'원 플레이 투 에러' 박진만, 그 사이 김현수 쐐기 득점
지난 16일 잠실구장서 열린 1차전. 박진만은 '국민유격수'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실책으로 팀 패배에 한 몫 했다. 7회말 2사 2루에서 고영민이 친 어렵지 않은 땅볼에 헛손질해 고영민을 살려줬고(첫번째 실책), 망연자실하며 고개를 숙인 채 넋을 놓아 2루 주자 김현수의 득점까지 내주고 만 것이다(두번째 실책).
이른바 박진만의 '원 플레이 투 에러'를 빌미로 분위기는 두산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졌고, 결국 8-4 두산의 승리로 1차전은 일단락됐다.
당시 상황에 대해 둘은 "몰랐다"고 말했다. 박진만은 2루주자였던 김현수가 내야 실책 때 홈까지 뛸 줄 몰랐고, 김현수는 수비 도사 박진만이 실책을 했는지 모른 채 투아웃인 관계로 무작정 홈까지 달렸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통한의 실책을 범한 박진만은 온갖 비난의 화살을 맞아야 했고, 기민한 주루 플레이(?)로 쐐기점을 올린 김현수는 두산 '발야구'의 정신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며 칭찬 세례를 받았다.

수비로 김현수 두 번 죽인 박진만의 복수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19일 대구구장에서의 3차전. 박진만과 김현수는 또다시 악연을 만들어냈다. 이번에는 박진만의 철저한 복수극이었다.
박진만은 1차전 실책을 앙갚음이라도 하듯, 특유의 '명품수비'로 두 차례나 김현수의 득점타가 될 뻔한 타구를 막아냈다.
0-0으로 맞서던 3회초 2사 만루서 김현수가 친 타구는 투수 윤성환의 글러브를 스치며 2루 베이스를 타고넘는 완연한 안타성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2루 베이스 뒤쪽으로 달려든 박진만에게 여유있게(?) 걸려들었고, 정확한 1루 송구로 김현수를 아웃시켰다. 두산은 선취점을 낼 절호의 기회가 무산됐고, 삼성은 선취점을 내줄 절대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다.
삼성이 앞서가고 두산이 추격하던 6-2 상황에서 맞은 8회초. 역시 2사 만루였고, 공교롭게도 또 타석에는 김현수가 등장했다. 김현수의 타구는 워낙 잘 맞아 총알같이 뻗어나가며 안타를 직감케 했다. 그러나 박진만은 머리위로 날아든 타구를 번쩍 점프하더니, 글러브에 쏙 주워담았다. 만약 안타로 연결됐다면 경기는 어떻게 흘러갈 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박진만의 이 호수비 하나로 두산의 기는 꺾여버리고 말았다.
지난 16일 1차전서 쐐기점을 내주는 '1플레이 2에러'를 범했던 박진만에겐 팀 사기를 저하시킨 책임을 물어 30만원의 벌금형(?)이 부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만으로선 이런 수모를 제대로 갚은 셈이다.
박진만은 김현수를 두 번 죽이며 팀의 6-2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물론 1차전 실책 앙갚음도 제대로 했다.
하지만 아직 둘의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남은 플레이오프서 김현수와 박진만은 또 어떤 악연을 보여줄 것인지.
조이뉴스24 /대구=손민석기자 ksonms@joynews24.com 사진 류기영기자 ryu@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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