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리? 그 보다 더욱 큰 문제가 있다."
요미우리는 8일 요코하마와 홈경기에서 3-2 승리를 거뒀다. 2-2 동점이던 9회말 사카모토의 끝내기 홈런이 터져 3연패에서 탈출했으니, 짜릿한 기분을 느낄 만한 승리였지만 하라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다. 2-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9회초 2실점해 동점을 내준 것도 그랬지만, 그보다 앞서 걸리는 대목이 있었다.
2-0으로 요미우리가 앞선 6회말 무사 1,2루 상황이었다. 세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33)은 2경기 연속 무안타에 앞선 두번째 타석까지 부진했던 것을 설욕할 좋은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하라 감독의 선택은 보내기 번트였다.
홈런타자 이승엽에겐 자존심 상하는 작전이었다. 팀이 리드한 상황인데다, 요코하마 선발 왈론드에겐 갚아야 할 빚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지난 5월 5일 경기에서 왈론드가 던진 공에 맞고 부상을 당해 결장한 바 있다.
하지만 보내기 번트 지시가 나왔고, 이마저도 투수 정면으로 가 2루주자 라미레스가 3루에서 아웃돼 이승엽은 작전 수행에 실패했다.
결국 이승엽은 이 경기서 안타 하나 치지 못하고 3경기 13타석 연속 무안타에 그쳤다. 타율도 2할4푼4리로 떨어졌으며 3경기서 당한 삼진수만 8개나 됐다.
정작 일본 언론들이 비난한 것은 이승엽의 빈타가 아니었다. '니혼 게이자이'는 9일자 보도에서 하라 감독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 주원인으로 팀 배팅을 원활히 수행해내지 못한 이승엽을 꼬집었다.
하라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이렇게 접전이 된 데는 '원인'이 있다. 마지막에 (끝내기홈런을) 쳤다든가, 마지막에 오치가 (9회 동점타를) 맞았다든가, 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크게 반성을 해서 내일 경기에 기세를 이어가고 싶다"며 뼈대있는 말을 남겼다.
하라 감독은 구체적으로 그 '원인'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일본 언론들은 3회 무사 1루에서 다카하시 히사노리의 번트 미스, 6회 무사 1,2루에서 이승엽의 보내기 번트 실패를 꼽았다.
홈런이나 안타를 못쳐서가 아니라, 보내기번트를 실패했다고 눈총을 받고 있는 이승엽, 타격 슬럼프에 빠진 그의 씁쓸한 현주소다.
조이뉴스24 /손민석기자 ksonms@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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