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끝없이 평행선 달리는 축구협회-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접점을 찾을 줄 모르고 자기들 주장만 하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급기야 축구협회는 20일 자료를 통해 K리그가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일정을 피하지 않고 정규리그 경기를 배정하는 무리수를 뒀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프로연맹은 지난 17일 긴급 이사회를 통해 다음달 6일 호주, 10월 10일 세네갈과의 대표팀 친선경기 일정을 변경하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선수 차출 거부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당시 브리핑에 나섰던 이준하 연맹 사무총장은 "K리그가 연초 축구협회와 협의를 거쳐 9월 6일과 10월 11일에 정규리그 경기를 치르기로 합의했었다. 그런데 협회가 일정을 무시하고 대표팀 친선경기를 잡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할 경우 9, 10월 A매치 데이 때는 K리그가 주말을 활용하기로 협의했다"라며 축구협회를 압박했다. 9월은 5일과 9일, 10월은 10일과 14일이 FIFA가 정한 A매치 데이며, 이 중 5일과 10일이 수요일이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A매치 일정을 논의한 것은 맞지만 합의한 일은 없다. 프로축구연맹이 공식 문서를 보냈다고 하는데 그런 일은 없다. 억지다"라고 비난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축구협회는 "당시 실무자인 이상호 전 경기국장을 통해 확인하니 본인이 최종 결정권자가 아니라고 하더라. 실무 논의는 했지만 합의된 일은 없다고 했다"라며 실무자의 말을 빌어 반박했다.

결국 축구협회와 프로연맹간 논의를 통한 합의가 명확하게 이뤄졌는지, 연맹이 보냈다는 문서에 합의 내용이 들어 있는지가 이번 문제의 핵심이다. 축구협회는 평소 "FIFA가 선수 차출 논란을 피하라고 2년 전 A매치 일정을 미리 통보하는데 프로연맹이 모를 리 없다"라고 주장해왔다.

양측은 이미 지난 2007년 1월 크게 겨뤄본 기억이 있다. 당시 핌 베어벡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카타르 8개국 친선대회에 출전하려다 좌절된 바 있다. 그 당시는 규정에도 없는 친선대회 출전을 시도하려던 축구협회 쪽의 잘못이 있었다. 때마침 K리그 구단들의 동계훈련 기간이라는 점도 맞물렸다.

이번의 경우 축구협회의 주장이 맞다면 연맹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반대로 축구협회가 '월드컵 본선 성적'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다면 그렇지 않아도 흥행 부진을 겪고 있는 프로연맹 및 K리그 15개 구단은 피해자가 된다. 어느 한 쪽은 분명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