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이 달라졌다.
청순한 긴 머리카락과 여리여리한 몸매, 여성스러움의 표본이었던 김소연은 이제 없다. 데뷔 후 15년 동안 고수해 온 긴머리는 짧게 잘랐고 온 몸은 상처투성이다. 눈빛은 매서워졌다. 액션배우 신고식을 치른다는 그녀의 말이 새삼 실감난다.
김소연은 14일 방송되는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북측 호위부 작전 공작원 김선화로 분한다. 여배우로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매달린 그는 "드라마 캐릭터 역사에 한 선을 긋고 싶다"며 욕심과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다리 부상 입은 날도 헬스장 직행. 근육 없어질까봐"
'아이리스' 촬영에만 꼬박 매달린지 수개월. 이제는 제법 많이 익숙해지긴 했지만 가끔은 자신의 모습이 낯설 때가 있다. 잠에서 깨 거울 속 자신을 보고서는 짧은 머리 카락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고. 싫지 않은 변화다.
"처음에는 가발을 썼는데 너무 가짜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이건 아니다 싶어 머리를 자르기로 했죠. 사실 남들은 체중도 20kg씩 늘리는데 이런 변화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웃을 수도 있겠지만 저로서는 큰 결심이었어요. 데뷔 후 처음으로 숏 커트를 했는데 캐릭터와 잘 맞아서 만족해요."
살도 찌우고 근육도 만들었다. 그저 날씬한 몸이 아닌 섹시한 여전사의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다.
"캐스팅되자 마자 역할을 위해 10kg을 늘릴 수 있냐고 묻기에 잘할 수 있다며 당장 살 찌우기에 돌입했죠. 몸매 생각 안하고 마음껏 먹었어요. 매일 생크림에 삼겹살은 기본이고 밥 먹으면서 맥주 마시고 그랬더니 초반에는 5kg이나 쪘죠. 그동안 체질적으로 마른 몸이라고 생각했는데 저도 모르게 살짝 관리하고 있었나봐요(웃음). 예전에 입었던 청바지도 들어가지 않지만 지금의 제 모습이 훨씬 건강하고 보기 좋은 것 같아요."
운동을 지극히도 싫어했던 김소연이지만 '아이리스' 캐스팅 후에는 달라졌다. 제대로 된 액션을 위해 매일 헬스클럽에도 다녔고 액션스쿨에도 다니며 발차기와 구르기 등도 열심히 했다.
그러나 늦깍이 액션 배우의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촬영 중에 두 번이나 발목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오른쪽 발목 인대가 끊어져 임시로 통깁스를 했고 부상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왼쪽 발목이 찢어졌다. 그럼에도 그녀의 악바리 기질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처음에 오른쪽 다리를 다쳤을 때 수술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수술을 하면 5주를 쉬어야 한다는데 촬영이 지체돼 안하겠다고 했죠. 다행히 더 이상 나빠지지 않고 좋아졌어요. 지금은 멀쩡해요."
"왼쪽 다리가 또 부상을 당해 살을 꿰매었죠. 그 날은 헬스클럽을 갔어요. 턱걸이 하는 신이 있었는데 그 날을 위해 운동을 계속 해왔거든요. 그런데 2-3일 쉬면 만들어놓은 근육이 허사로 돌아갈까봐 붕대 감고 슬리퍼 신고 헬스장을 갔어요. 상체 운동만이라도 하자 싶어서요."
김소연은 "사실 그동안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 도전 의식이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고정적인 이미지만 생각해서 억울한 측면도 있다"며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변신을 보여주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데뷔 15년, 일이 진심으로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김소연은 요즘 자신을 가둬놓은 틀을 깨고 있다. 야생 잠바 차림에 총을 잡았다가, 어느날은 레드카펫 위에서 파격적인 드레스로 대중의 눈을 사로잡는다. 자유자재 스타일 변신으로 베스트 드레서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김소연은 "일이 진심으로 즐거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하는 재미가 생겼어요. 예전에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깊게 생각을 안 했는데 화제가 되니깐 재미가 붙었어요. 여자 배우는 스타일과 뗄레야 뗄 수 없다는 인식을 하면서 이것 저것 다 해보고 싶고 별별 콘셉트가 머리 속을 떠다녀요."
데뷔 15년차 배우 김소연이 이제서야 일하는 재미, 연기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니 다소 의외의 대답이다. 김소연은 '식객' 출연 전 2년 반이 넘는 공백을 가지면서 일에 대한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고 답했다.
"예전에도 일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지쳤었나봐요. 그런데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연기를 다시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하고, 철도 들고 인간적인 면으로 성숙해진 시기인 것 같아요. 그 때 자유로운 시간을 맘껏 보냈으니깐 이젠 일을 실컷하고 싶어요. 특히 이렇게 원하는 작품, 캐릭터를 만난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인데...열심히 해야죠."
올해로 서른의 문턱을 넘은 김소연은 이십대의 조급함 대신 여유와 편안함을 찾은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서른은 저를 굉장히 자유롭게, 또 변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준 것 같아요. 도전의식도 더 많이 생기고, 편해진 것 같아요. 음, 사실 예전에는 연기자로 오래 활동할 거라는 생각을 안 했는데 이젠 연기를 계속 하고 싶어요. 나이가 들면 보여줄 모습이 한정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때 되면 또 내가 할 수 있는 몫이 있을 것 같아요."
벌써부터 다음 변신이 기다려진다는 김소연의 눈빛이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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