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현대는 올 시즌 '녹색 혁명'을 일으키겠다는 목표로 이동국, 김상식 등은 신태용 감독대행의 개혁 물결에 휩쓸려 성남 일화에서 버림받은 이들을 수혈했다. 이들과 함께 에닝요, 진경선, 하대성 등 대구FC 트리오를 한꺼번에 영입한 전북은 개막 후 정규리그 8경기 연속 무패행진(6승2무)을 이어가며 순항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초반에 무패를 기록하니 선수단 분위기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서로 신뢰도 높아졌고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너나 할 것 없이 해보자는 말들이 오갔다"라며 시즌 초 잘나갔던 날들을 회상했다.
특히 절치부심했던 이동국(30)의 골이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터진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이동국은 대구FC와의 2라운드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시동을 걸었고 무패기간 동안 7골로 최강희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조급해하지 않았던 이동국은 자신을 한없이 낮추며 팀플레이의 중심으로 들어갔다. 개인기를 발휘하면 팀이 와해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 감독의 굳건한 신뢰 속 이동국은 해트트릭을 두 차례나 기록하는 등 만개한 기량을 펼쳤고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득점왕을 차지하는 영광을 얻었다. 20골로 역대 득점왕 가운데 다득점 랭킹 3위에도 올랐다.
'식사마' 김상식(33)의 존재도 어린 선수들이 주축인 전북을 뭉치게 했다. 김상식은 조카벌인 막내 서정진(20)과 친구처럼 지내는 등 선, 후배 사이의 벽을 허무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경기 외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내적인 부분에서도 김상식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중앙 수비수로 나선 김상식은 임유환, 이요한 등 후배들이 부상으로 이탈할 때도 꾸준한 체력관리로 그 자리에 늘 서 있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활약 가능한 김상식은 1일 경남FC와의 최종전에서 1차 저지선 역할을 훌륭히 해내며 정규리그 1위 확정의 일등공신이 됐다. 최 감독은 "(김)상식이가 팀 전체를 아우를 줄 아는 능력이 있다. 후배들이 믿고 따를 정도로 좋은 선수"라고 높게 평가했다.
지난해 포항 스틸러스에서 전북으로 둥지를 옮겨 중반까지 혼란을 겪다 후반부터 안착에 성공했던 최태욱(28)의 희생도 빛났다.

9골 11도움으로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최태욱은 상황에 충실하며 팀을 리드했다. 측면에서 폭발적인 드리블은 여전했지만 안정감 있는 볼 컨드롤까지 더해지면서 전북의 공격력은 불같이 살아났다. 그를 필두로 이동국-루이스-에닝요로 이어지는 전북의 공격라인은 'F4'로 불렸다.
한때 최태욱은 축구를 그만둘 생각도 했었지만 아버지와 아내의 조언으로 다시 축구화 끈을 조였다. 최강희 감독도 그에게 편지 요법을 시행하는 등 멘토 역할을 자처하며 흔들리는 그를 잡았고, 특유의 겸손함이 발휘되면서 전북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이런 고참급들의 자기 희생과 노력은 전북 현대의 사상 첫 정규리그 우승이란 값진 열매를 맺었다.
조이뉴스24 /전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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