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정무호는 10일 유럽으로 떠난다. 오는 15일 덴마크와 평가전을 치르고, 18일엔 영국 런던에서 세르비아와 일전을 펼친다.
허정무호가 출범한 후 첫 발을 내딛는 유럽. 게다가 허정무호는 지금껏 만나보지 못했던, 월드컵 유럽예선을 1위로 통과한 최고의 강팀들을 잇따라 만난다. 허정무 감독이 월드컵 본선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장 강조했던 부분이 바로 유럽 팀과의 대결이었다. 유럽을 넘지 못하면 월드컵 16강은 없다는 것이 허정무 감독의 지론이었다.
그래서 이번 유럽원정은 너무나 중요한 시간이다. 유럽의 강호를 만나 경쟁력을 찾는 자만이 남아공으로 향할 수 있다. 허정무 감독은 이번 유럽원정에 대해 "월드컵 본선 무대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만큼 이번 유럽원정에서 태극전사들은 허정무 감독의 눈에 강렬히 드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베스트 11의 판도가 뒤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지난 월드컵 예선을 치르며 베스트 11의 70~80% 정도는 이미 윤곽이 잡혀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번 유럽원정에서는 변수가 있다. 베스트로 가려는 자들에게 다가온 운명적 기회다.
◆허정무호의 '핵' 박지성-박주영의 부상
첫 번째 변수는 베스트 멤버의 부상이다.
허정무호의 '에이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최근 무릎 부상을 당해 11경기 연속 결장했다. 회복 중이고 경기에 뛰는 것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표팀에 합류한 후 대표팀 의무진이 판단해 경기출전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아직 박지성이 경기에 나설 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K리그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며 항상 대표팀에 발탁되지만 박지성과 포지션이 겹쳐 경기 출전 시간이 부족했던 염기훈(울산)에 운명적 기회가 온 것이다. 박지성이 경기에 나설 수 없다면, 또 경기에 나서도 무리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염기훈에겐 예전보다 많은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9일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파주NFC)에서 만난 염기훈은 "(박)지성이 형과 경쟁에서 승리할 지는 모르겠지만 준비를 잘해서 경기에 뛰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다. 연습 때부터 적극적으로 어필할 생각이다"며 이번 유럽원정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또 최근 소속팀에서나 대표팀에서나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허정무호 '공격의 핵' 박주영(AS모나코)이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박주영 역시 대표팀 의무진의 검사 후 평가전 출전 여부가 결정된다.
이동국(전북)에 운명적 기회가 찾아왔다. 그동안 허정무호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한 이동국에 보다 많은 출전시간과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이동국은 "찬스가 나면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상대 수비수와의 몸싸움, 문전에서의 움직임 등 나의 장점을 활용할 생각이다"며 유럽원정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K리거들의 조기 귀국
두 번째 변수는 K리거들의 조기 귀국이다. 오는 21일, 22일 펼쳐지는 K리그 6강 플레이오프에 참가하는 기성용, 김치우(이상 FC서울), 정성룡, 김정우(이상 성남), 곽태휘(전남) 등 5명은 15일 덴마크전이 끝나면 소속팀으로 복귀한다. K리그 클럽들을 위한 허정무 감독의 배려다. 18일 세르비아전은 나머지 19명으로 치른다.
허정무호 중앙 미드필드에서 베스트로 군림한 기성용-김정우 라인이 세르비아전에 참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동안 이들의 백업멤버로 활약했던 김남일(빗셀 고베)과 조원희(위건)에 운명적 기회가 다가온 것이다. 세르비아전은 이들의 독무대가 될 수 있다.
김남일은 "이번 유럽 원정에선 예전의 모습을 되찾도록 하겠다. 예전에 보인 나만의 터프한 플레이를 보여준다면 허정무 감독님을 비롯한 팬들도 만족해 할 것"이라며 대표팀 중원을 '김남일 시대'로 되돌려놓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1년2개월 만에 대표팀에 재발탁된 김두현(수원)에게도 좋은 기회다. 김두현은 "항상 베스트 멤버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축구라는 것이 변수가 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경기에 뛰지는 못했지만 벤치에서 경험을 했고, 19개월 동안의 영국 생활은 많은 도움이 됐다. 이런 것들을 잘 이용할 것"이라며 주전 경쟁에 적극 나설 것임을 밝혔다.
◆풀백 김동진의 부재
마지막 변수는 김동진(제니트)의 부재다. 그동안 이영표와 함께 풀백 베스트로 콤비를 맞췄던 김동진은 휴식이 필요하다는 소속팀의 요청에 따라 이번 유럽원정에서 제외됐다. 지난 세네갈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차두리(프라이부르크)와 월드컵 예선에서는 베스트였지만 지금은 조금 뒤처진 오범석(울산)에 운명적인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이런 3가지 변수로 인해 그동안 베스트에 들지 못했던 자들에게 허정무 감독의 눈에 들고, 팬들에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온 것이다. 유럽원정을 다녀온 후 이들의 영향력과 경쟁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이들은 부푼 꿈과 강한 의지를 가지고 덴마크행 비행기에 오른다.
조이뉴스24 /파주=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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