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재기자] 2008년 8월12일 중국 베이징 과학기술대 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 남자 유도 81kg급 결승전. 한국의 김재범과 독일의 올레 비쇼프가 맞붙었다.
김재범은 분전했으나 1분20초를 남기고 유효를 허용하며 아쉽게 패배했다. 8강과 4강을 연속으로 연장전을 치른 터라 체력적 부담감이 컸던 김재범이었다. 체력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김재범은 은메달에 머물렀다. 김재범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비쇼프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호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2012년 7월31일 영국 런던 엑셀 노스 아레나1에서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유도 81kg급 결승전. 운명의 장난일까. 한국의 김재범과 독일의 비쇼프가 맞붙었다. 두 선수는 2회 연속 올림픽 결승에서 만나며 진한 인연을 이어갔다.
김재범과 비쇼프가 만난 것은 4년 전과 같지만 2012년에는 많은 것들이 변해 있었다. 비쇼프는 정체했다. 반면 김재범은 4년 전과는 전혀 다른 선수가 돼서 나타났다. 비쇼프는 4년 전 그대로였고 김재범은 진화했다. 4년 동안 '김재범의 시간'만 흐른 것이다.
4년 전과 다르게 김재범은 비쇼프를 압도했다. 처음부터 비쇼프는 김재범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비쇼프가 4강서 연장전을 치르고 올라온 상태라 힘이 부쳤다. 김재범은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며 경기를 지배했다. 김재범은 체력, 기술, 지구력 등 모든 면에서 비쇼프를 압도했다.

결국 김재범은 비쇼프를 무너뜨리고 정상에 섰다. 4년 전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이를 넘어뜨리고 꿈에 그리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보다 통쾌하고 짜릿한 설욕전은 없다.
경기 후 만난 김재범은 "4년 전에는 비쇼프에 패배했다. 그 때는 그것이 내 실력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금메달을 따냈다"고 감격스럽게 말했다. 4년 전 패배는 깨끗이 인정을 했다. 그리고 지금의 승리도 당당히 인정받기를 바랐다. 4년 동안 흘린 땀과 눈물을, 그것도 자신을 무너뜨린 자로부터 보상받았다.
4년의 시간이 흘러 김재범은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그랜드슬램도 달성했다. 그리고 김재범의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다.
조이뉴스24 /런던(영국)=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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