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명화기자] "5년 전에는 다큐로 찍었는데, 지금 보니 호러 코미디가 됐더라."
현직 대통령을 가감없이 풍자한 영화가 나왔다. 오는 12월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내 최초 현직 대통령을 '단독 주연'으로 한 다큐멘터리 'MB의 추억'이 오는 1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전작 '트루맛쇼'에서 TV 맛집 프로그램을 고발해 논란을 일으켰던 김재환 감독이 1년여만에 내놓은 'MB의 추억'은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유세 당시 공약을 하나하나 되짚어 본다.
'트루맛쇼'가 냉소와 독설, 풍자로 일관했다면 'MB의 추억'은 수위가 낮은 편. 영화의 언론시사회를 소규모로 진행한 후 만난 김재환 감독은 "내 어머니가 볼 수 있는 그 정도의 수위로 만들고 싶었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영화의 단독 주연을 맡은 MB의 시각으로 바라본 지난 대선과 대중, 미디어의 모습은 배우의 나직한 내레이션으로 표현된다. '정치는 이미지다'라는 말과 함께 서민적인 일꾼의 이미지를 위해 부지런히 시장을 찾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을 남발하는 MB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쓴웃음을 짓게 한다.
'747'로 요약됐던 MB의 경제 살리기 공약들, 일자리 창출과 국민소득 증대, 경제 대국으로의 약진 등 거창한 공약들은 5년이 지난 현재 물거품과도 같다. 그에게 책임을 묻고 싶지만 영화는 괴벨스의 문구로 답을 대신한다.
'우리가 강제한 게 아니야. 그들이 우리에게 위임했지. 그리고 그들은 지금 그 대가를 치르는 거야.'
미디어가 비판의 기능을 잃고 호도된 이미지를 광고처럼 나열할 때 대중은 당선을 위해 공약을 남발하는 대선 후보에게 권력을 위임한다. 일단 권력을 넘겨준 국민은 5년 동안 그 책임을, 대가를 혹독하게 치러야 한다.
'MB의 추억'이 전달하는 주제는 단순명료하다. '투표하자'다. 영화에 짧게 등장하는 방송인 김제동은 '반값 등록금 투쟁'을 벌이는 대학생들 앞에 서서 말한다.
"나는 등록금 걱정을 하지 않을만큼 돈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20대가 투표하면 반값 등록금 문제가 해결된다."
유권자의 권리와 힘, 그리고 정책을 바꾸기 위해 투표하자는 말이다. 무엇보다 이명박 후보를 무려 51%의 지지율로 당선시켰던 그때의 열렬한 지지자들이 '이번에는 박근혜를 뽑겠다'고 말하는 인터뷰는 투표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지게 한다.
전작 '트루맛쇼'에 이은 '역지사지(易地思之) 프로젝트' 2탄이다. 대중과 MB의 입장을 바꿔 새롭게 바라보기. 이미 5년 전 대선 때부터 기획된 프로젝트다.
"여기저기서 관련 영상 자료를 수집했지만 영화의 70% 이상은 우리 회사에서 직접 찍은 영상이다. 5년 전에 이미 기획됐고 이명박 대통령을 생각하고 촬영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때 꼭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고, MB가 대통령이다보니 그가 주인공이 됐다. 정동영, 이회창 후보 대선 유세 활동을 찍은 영상도 많다."
김재환 감독은 올해 대선 역시 영상에 담을 생각이다. 'MB의 추억'같은 프로젝트를 5년에 한번씩 내놓는 것도 좋은 기획이 될 거란 생각 때문이다.
"'MB의 추억'은 '트루맛쇼'의 연장선상으로 미디어가 던져주는 이미지와 분별하는 수용자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TV가 보여주는 이미지가 진실된 것인지, 그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주체적으로 겪어보자는 거다. 동일한 메시지의 정치버전인데, 정치인이 미디어를 활용하고 미디어가 정치인을 소비하는 방식을 담았다."
15세 이상 관람 등급을 받은 데 대해 김재환 감독은 아쉬움을 드러낸다. 그는 "12세 관람가를 생각했다. 이 영화를 소비하는 계층에 맞춘 등급이 아니라 더 어린 아이들도 학습용으로 얼마든지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그리고 경상도 출신인 내 어머니도 볼 수 있는 수위로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재환 감독은 이번 영화를 만든 것이 방송의 기능 상실 덕이라고 말한다. 방송이 짚어줘야 할 부문을 묵과하고 비판의 기능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극장에서나마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했다고.
지난해 '트루맛쇼' 탓에 운영 중인 외주 프로덕션의 일감이 대부분 끊기고 각종 송사에 시달리는 어려움을 겼었지만 김재환 감독은 비판의 날을 놓지 않았다. 스스로를 가리켜 '스트레스를 별로 받지 않는 편'이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가족이나 동료들이 받는 스트레스까지 둔감할 수는 없었다"고 말해 그간의 고충을 짐작케했다.
"MB와 나는 함께 가는 파트너다. '트루맛쇼'에도 등장했지만 이번에는 단독 주연 아닌가. 봉준호 감독에게 송강호가 있듯이 내게는 이명박이 있다."
김재환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틀어 아쉬움이 하나 있다고 했다. 바로 이명박 후보에 대해 지지 발언을 하는 김재철 MBC 사장의 영상을 넣지 못한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김재철 사장은 지방방송사 사장이었는데, 이명박 후보에 대한 우호적인 발언을 많이 했다. 두 사람은 팝콘과 콜라 같은 존재인데, 같이 출연을 시키려고 무던히 애를 썼지만 결국 관련 자료를 찾지 못했다."
김재환 감독은 "김재철 사장의 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는 분은 꼭 연락 달라. 지금이라도 인서트에 넣고 싶다. 정말 넣고 싶었다"며 재치있는 바람을 전했다.
지난 2007년의 다큐가 2012년 현재 코미디 혹은 호러가 된 현실. 지난 5년을 견뎌내고, 가파른 경제 불황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코미디보다는 공포가 아닐까. 다큐멘터리 'MB의 추억'은 오는 18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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