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리기자] "알고 보면 저도 마음 약한 여자랍니다!"
김지원은 인기리에 종영된 SBS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이하 상속자들)'에서 까칠한데다 제멋대로인 안하무인 상속녀 유라헬 역을 연기했다.
처음 하는 악역에 약혼남 김탄(이민호 분)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차가운 외면을 받았던 유라헬을 연기한 김지원은 '상속자들' 얘기에 줄곧 싱글벙글이다. 물을 끼얹거나 내던지는 것은 기본, 뺨을 때리는 육탄전까지 '상속자들'의 온갖 패악은 모두 담당했지만 알고보면 김지원은 순둥이 그 자체다.

◆"유라헬은 결국 효신선배를 기다리지 않았을까요?"
바쁜 일정으로 밤샘 촬영이 일상이 됐지만 또래 배우들이 총출동한 '상속자들' 촬영 현장은 늘 웃음꽃이 만발했다고.
"재밌었어요.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저는.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거든요. 졸려서 정신 못 차리고 있으면 감독님이 유치원 선생님처럼 '가서 라헬이는 좀 졸고 있고요, 다음에는 명수 찍을게요' 하는 식으로 해주셨어요(웃음). 배우들끼리 사이가 정말 좋았거든요. 피곤한 와중에도 수다를 떨겠다며 모여서 서로 바쁘고 힘든 거 풀기도 하고요. 다들 만나면 분위기를 띄우는데 한 몫 한 것 같아요. 특히 (이)민호 오빠랑 (박)신혜 언니가 진짜 바쁜데도 스태프들 챙기시는 거 보면서 진짜 많이 배웠어요."
김탄(이민호 분)-차은상(박신혜 분) 커플의 방해꾼으로 그려졌지만 사실 다른 면에서 접근하면 유라헬 역시 안타까운 캐릭터다. 학교에서 딱히 가깝게 지내는 친구도 없고, 사랑 없는 약혼이라지만 약혼남은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엄마는 회사를 위해 사랑 없는 재혼을 선택해 학교 친구들을 수군거리게 만든다.
하지만 유라헬은 이효신(강하늘 분)과의 핑크빛 해피엔딩이 예고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유라헬은 김탄을, 이효신은 전현주(임주은 분)를 질투시키기 위해 선택했던 돌발 키스로 풋풋한 로맨스가 시작된 것. 얼음보다 차가웠던 유라헬이 단 한 번의 키스로 이효신에게 흔들리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지원은 "누군가를 질투시키기 위해 키스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아이같은 발상인데 라헬이가 그런 부분에서 진짜 순진한 것 같다"며 "'선스킨십 후감정'인게 아닐까. 라헬이는 연애 한 번 못해본 모태솔로였을지도 모르겠다. 겉으로는 어른인 척 하지만 사실은 사랑할 줄 모르는 가엾은 아이"라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실 유라헬-이효신의 키스신은 처음부터 예고된 장면이었다고. 김은숙 작가가 드라마 시작 전부터 "효신이랑 라헬이랑 키스할 것"이라고 미리 귀띔해 줬기 때문.
"작가님이 처음에 '효신이랑 라헬이랑 키스할 거야. 근데 왜 할 건지는 말 안 해줄 거야'라고 하셔서 너무 궁금했어요. 키스신 대본 보자마자 서로 연락해서 '이게 뭐지, 어떻게 해야하지' 했어요. (강하늘) 오빠는 더군다나 드라마 찍으면서 처음 키스신 찍은 거였거든요. 장면 자체가 제가 먼저 키스하는 거라서 자연스럽게 제가 리드하게 됐어요. 오빠한테 '별 거 아니고 악수하는 것처럼 생각하시면 돼요'라고 말했죠. 쳐다보는 시선이 많고 장면 따야 될 게 많아서 10번 넘게 찍었던 것 같아요(웃음). 그 후로 라헬이는 효신선배를 오래 기다렸을 것 같아요. 라헬이가 의외로 순애보라니까요(웃음)."

◆"2014년, 저도 잔치국수 먹자는 남자 기다릴래요"
'상속자들'이 진행될수록 유라헬을 지지하는 시청자들도 많아졌다. 팬들은 유라헬-최영도(김우빈 분) 커플을 지지하며 두 사람이 혹시 의붓남매에서 커플로 발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영도와의 치정극이 됐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요(웃음). 그래도 영도 감정선에 맞추면 쓸쓸한 해바라기만 하다가 끝나는 게 맞았던 것 같아요. 찍으면서도 유라헬이랑 최영도가 치고받고 하는 게 정말 재밌었어요. 두 사람이 만약 사랑에 빠졌다면 치정치정한 격정 멜로가 됐겠죠?(웃음)."
드라마를 찍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차은상 역을 맡은 박신혜의 뺨을 때리던 장면. 김지원은 "말로만 독설을 하는 건 괜찮은데 때리는 건 마음이 정말 안 좋았다"며 "신혜 언니 머리채를 잡고 나서는 너무 미안해서 눈물을 글썽거린 적도 있었다"고 촬영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뺨 맞는 신은 때리는 배우와 맞는 배우의 합이 가장 중요하다. 다행히 '천국의 계단' 등을 통해 뺨 맞는 신을 여러 번 연기해 본 박신혜가 초보인 김지원을 도와 호흡을 맞췄고, 스태프들도 '밑에서 올려붙여라, 손바닥을 좀 더 펴라' 등 다양한 조언을 내놓으며 완벽한 장면이 완성될 수 있었다.
'상속자들'은 김지원에게 '하이킥' 꼬리표를 떼게 해 준 소중한 작품이다.
"여태까지는 '하이킥'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어요. 그 후에도 여러 캐릭터를 연기했는데도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없었어요. 그런데 유라헬 캐릭터로 나름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이런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다는 걸 많은 분들이 알아주셔서 기쁘고요. 다른 걸 보여드려야 한다, 연기적인 변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고민이 많이 충족된 것 같아요. 제 성격과 워낙 반대되는 캐릭터를 하니까 개인적으로 재미도 있었고요.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해' 했지만 나중에는 '할 만한데' 하고(웃음). 내가 가지지 못할 바에는 둘 다 묶어서 추락시킬 거야 이런 대사가 특히 재밌었어요."
새해에는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는 게 김지원의 소망이다.
"일단 좋은 작품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죠. 저에게는 그게 1순위에요. 취미 만드는 게 그 다음 소원이죠. 취미랄 게 크게 없었거든요. 굴러다니고 책 보고 그 정도? (웃음) 작품할 때 도움될 수 있는 취미를 만들고 싶어요. 여배우 분들은 보통 필라테스나 요가 이런 걸 많이 하시는데 저는 근육이 잘 생기고 힘이 좋은 편이라 기회가 된다면 액션스쿨 가서 검술 같은 것도 배우고 싶어요. 남자친구 만나고 싶은 생각도 물론 있고요(웃음). 성격이 정적인 편이라 밝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 좋아요. 저 언제든지 열려 있거든요. 유라헬이었지만 저도 잔치국수 먹으러 가자는 남자 만나고 싶어요!"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