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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정상 오른 OK저축은행 선수들 '추워요'


윤여진 코치 등 지원스태프, 선수들 부상 걱정에 노심초사

[류한준기자] 남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선수들은 제주 전지훈련 3일차인 지난 27일 오전 일찌감치 한라산으로 향했다. 당초 이날 오전 일정은 효돈체육관에서 테크니컬 트레이닝을 실시하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김세진 감독은 계획을 바꿨다. 김 감독은 구단 슬로건인 'WE ANSAN!'의 기개를 제주에서도 떨치기 위해 한라산 정상 등반을 생각하고 있었다. 마침 날씨도 좋았다.

한라산 등반 코스는 출발지에 따라 세 가지다. 어리목, 영실, 성판악 코스로 나뉜다. OK저축은행 선수들은 산 정상에 있는 백록담을 볼 수 있는 성판악 코스를 선택했다. 오르는 도중 숲길이 많아 삼림욕까지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한라산 등반 코스 중에서 가장 길고(9.6km)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일반인의 경우 정상까지 가는데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하산까지 감안하면 왕복 8시간 가까이 걸린다.

윤여진 코치를 비롯해 이태호 외국인 전담코치, 김용언 체력 트레이너 등이 선발대로 먼저 출발했다. 윤 코치는 선수들이 마실 물을 배낭에 가득 담은 뒤 산을 올랐다. 그는 "물통 무게가 엄청났다"며 "이렇게 무거울 줄 몰랐다"며 웃었다. 특전사 출신으로 자이툰 부대 소속으로 이라크 파병을 다녀온 경력이 있는 윤 코치에게도 한라산 산행은 만만치 않았다.

선수들 중 가장 먼저 정상에 오른 이는 세터 김천재다. 그는 1시간 42분 만에 백록담에 올라 윤 코치와 함께 다른 선수들을 기다렸다. 역시 선수들이라 달랐다. 일반인들에 비해 이른 시간에 정상 등정에 성공했다. 20분 뒤 선수들 중 두 번째로 정상을 밟은 레프트 심경섭은 김천재에게 '별에서 온 그대'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는 김천재에게 "어떻게 하면 2시간 안에 정상에 도착할 수 있냐?"며 놀라기도 했다.

그런데 일반인 등산객이 선수들보다 나은 점이 있다. 바로 대부분 트래킹 복장을 갖추고 산에 오른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가벼운 티셔츠 차림으로 등산을 했다. 등반 과정에서 이미 땀에 흠뻑 젖었다. 그리고 정상은 등반로 입구와 견줘 기온이 4도 정도는 낮았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윤 코치는 "갈아 입을 옷을 깜빡 잊고 챙겨오지 못했다"며 "이가 부딪힐 정도로 춥더라"고 고생담을 전했다. 윤 코치는 "원래 계획은 정상에서 선수들을 모두 기다린 뒤 같이 하산하기로 했는데 추워서 버틸 수 없겠더라"며 웃었다. 의무 담당 트레이너가 나머지 선수들을 기다렸고 윤 코치는 먼저 하산을 시작했다. 그는 "8명까지 기다린 뒤 하산을 결정했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이 감기에 걸릴까봐 걱정됐다"고 말했다. 레프트 송희채가 오른쪽 무릎에 통증이 있다고 얘기를 해 그 부분도 신경이 쓰였다. 어떤 경우라도 선수 부상은 피해야 했다. 하산 과정에서 예상보다 시간이 조금 더 지체됐으나 선수들은 모두 이날 한라산 등반을 잘 마무리했다.

윤 코치를 비롯해 코칭스태프가 안도한 건 감기 등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무릎이 조금 아프다고 했던 송희채도 의무 트레이너로부터 마사지 등을 받고 상태가 힌결 나아졌다.

김세진 감독은 "정상에서 선수단은 다함께 파이팅을 외쳤다"며 "연고지역 팬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올 시즌 선전을 다짐하는 의미로 등반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OK저축은행 선수들은 이날은 오랜만에 오후 훈련을 건너 뛰었다. 김 감독은 "산행 후 체육관으로 이동해 가볍게 볼 운동을 할 계획이었지만 쉴 때는 푹 쉬는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선수들은 다음날 오전, 오후 예정된 전지훈련 일정을 소화했고 29일 오후 항공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돌아왔다. OK저축은행 선수단은 길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짧지도 않았던 4박 5일 동안의 제주 전지훈련을 의미있게 마감했다.

조이뉴스24 제주=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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