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인호, 백상 신인상 수상 불발…그래도 웃는 이유

[권혜림기자] 수상은 불발됐지만, 웃을 수 있었다. 첫 주연작으로 생애 한 번 뿐이라는 신인상 부문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배우 태인호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지난 3일 열린 제5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태인호는 영화 '영도'로 남자 신인상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올해 이 부문의 경합은 유독 치열했다. '차이나타운'의 고경표와 박보검, '악의 연대기' 박서준, '동주'의 박정민과 겨뤘다. 트로피는 '동주' 속 송몽규 역을 소화했던 박정민에게 돌아갔고, 태인호는 수상엔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트로피를 안지 못했다고 해서, 마냥 쓰디쓴 기분인 것만은 아니었다. 첫 주연을 맡아 열연을 펼친 '영도'를 통해 신인상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태인호는 커다란 감격을 느꼈다.

'영도'(감독 손승웅)는 부산에 위치한 섬 영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연쇄 살인마의 아들이란 이유로 비참한 삶을 살게 된 주인공 영도(태인호 분)와 부모의 복수를 위해 그를 찾아온 한 여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tvN 드라마 '미생'의 성대리 역으로 대중에 눈도장을 찍었던 태인호는 '영도'에선 또 다른 얼굴로 관객을 만났다. 강렬한 눈빛과 표정으로 감정을 전달했고, 슬픔과 분노를 가슴에 품은 캐릭터의 정서를 애틋하게 그려냈다.

얄밉거나 코믹한 연기가 아니라도 충분히 소화 가능한, 스펙트럼 넓은 배우임을 입증한 작품이 바로 '영도'였다. 혼자서도 극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힘을 보여준 필모그래피이자, 영화계에서 더욱 튼튼한 발판을 만들도록 도와준 작품이기도 했다.

태인호는 "일생에 단 한 번 뿐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더 특별한 신인상이지만, 수상여부를 떠나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유익한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시상대 위로 호명되진 못했지만, 아낌 없는 박수로 수상자를 축하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태인호의 활약은 이어진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누구보다 바쁜 하반기를 보낼 전망이다. tvN의 기대작 '굿와이프'에 캐스팅 돼 냉철한 성격의 형사소송 전문변호사 오준환 역을 맡았다. 전도연, 유지태 등과 호흡을 맞춘다. 강우석 감독의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