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마치 미리보는 한국시리즈 같은 분위기였다.
LG 트윈스가 두산 베어스가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른 8일 잠실구장은 축제의 한 마당이었다. 두 팀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미 확정지었다.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일찌감치 거머쥔 두산에 이어 LG 또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선착했다.
여기에 두 팀의 복장이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1990년대'를 연상시키듯 LG는 검정색 상의의 클래식 유니폼을, 두산 또한 1995년 우승 당시 입은 베이지색 올드 유니폼을 착용했다.

마침 이날 경기 시구는 LG의 '전설' 이상훈 피칭아카데미 원장, '시타'는 '원조 LG맨' 노찬엽 육성군 코치가 맡았다. 경기 시작 수시간 전부터 잠실구장 주위는 설레이는 표정의 양팀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오후 6시25분. 두 LG의 레전드 코치가 시구와 시타를 위해 등장하자 LG 관중석은 떠나갈듯한 함성으로 가득했다. 현역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듯 전력질주로 마운드까지 뛰어간 이 원장은 1루 견제구까지 힘차게 던진 뒤 특유의 다이나믹한 폼으로 포수 유강남의 미트에 공을 던졌다. 역대 KBO리그 시구 가운데 가장 위력적인 공을 던진 그는 한손을 치켜들며 트레이드마크인 '야생마 포효'까지 마쳤다. 관중석의 LG팬 상당수는 감격에 젖은 표정으로 일련의 장면을 스마트폰에 담았다.
경기가 시작되자 3루측 두산 응원석이 시끄러워졌다. 2회초 김재호의 적시 2루타로 2점을 선취한 뒤 3회에도 김재환의 2루타와 양의지의 적시타로 스코억 4-0이 된 것. 4회 김재호의 좌월 솔로포가 터지면서 경기는 두산이 확실히 주도권을 잡았다.
조용하던 LG팬들은 4회말 술렁이기 시작했다. 2사 1,2루 득점찬스에서 몸을 푸는 대타의 등 뒤에 숫자 '9'가 선명했다. 이날 시즌 첫 1군 등록한 '적토마' 이병규였다. 잠실구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 속에 좌타석에 들어선 이병규는 급히 투입된 두산 3번째 투수 더스틴 니퍼트를 공략해 깨끗한 좌전안타를 때려냈다. LG의 야구사를 대표하는 42살 베테랑의 녹슬지 않은 정교한 타격에 LG팬들은 모두 일어나 환호했다.
비록 2루주자 동명이인 이병규(7번)가 3루를 돌아 홈까지 쇄도하다가 횡사했지만 LG팬들로선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타구였다.

LG의 추격의 맥을 적절히 끊은 두산은 6회까지 1점씩 차곡차곡 쌓더니 7-1로 앞선 8회에는 오재일의 투런홈런 등 3점을 얹어 승부를 완전히 갈랐다. 최종 스코어는 11-1 두산의 승리. 하지만 결과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두산으로선 한국시리즈에 앞선 마지막 공식경기로 실전감각을 닦았다는 의미가 더 컸다. 이틀 뒤 KIA 타이거즈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는 LG도 선수들을 두루 기용하면서 경기 감각을 조율하는데 주력했다.
이날 경기는 경기 시작 1시간 6분 전인 오후 3시54분 2만6천석이 일찌감치 마감됐다. LG의 시즌 7번째 만원관중이었다.
역대 33번의 한국시리즈에서 두산과 LG가 맞붙은 적은 한 번도 없다.
2년 만에 가을야구를 하는 LG가 와일드카드와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관문을 통과한다면 대망의 '잠실 덕아웃 시리즈'가 펼쳐질 수 있다. 만약 그런 일이 현실로 벌어진다면 다시 한 번 이날과 같은 축제가 시리즈 7경기 내내 벌어질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이날 경기는 승리한 두산이나 패한 LG 모두에게 의미가 남다른 '클래식'이었다. 다만 경기 내용과 결과가 좀 더 접전 양상이었으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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