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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 임시완의 진가 담아낸 강제규 감독 "1947 보스톤'의 가장 큰 행복"


(인터뷰)강제규 감독, 영화 '1947 보스톤'으로 컴백…손기정·서윤복·남승룡 서사
"젊은 관객도 교감할 수 있게 만들려 노력…스포츠 소재? 결국 '어떻게' 만드느냐의 문제"
배성우 음주운전 논란에 "괴롭고 힘든 시간 보냈다"는 강제규 감독의 고민과 선택
"'미생'·'불한당' 눈여겨 본 임시완, 카메라에 담고 싶은 큰 매력…귀신같이 잘했다"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를 만들어온 강제규 감독이 하정우, 임시완 손을 잡고 '1947 보스톤'으로 돌아왔다. 마라토너 손기정과 서윤복으로 완벽 변신한 하정우, 임시완의 노력, 그리고 강제규 감독의 진심이 가득 담겨 강렬한 울림과 감동을 선사하는 '1947 보스톤'이다. 소위 말하는 국뽕과 신파를 최대한 배제한, 그래서 더 짙은 여운을 안긴다.

지난 27일 개봉된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은행나무 침대',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강제규 감독이 내놓은 신작으로, 국민의 영웅이라 불리는 마라토너 손기정과 서윤복, 남승룡의 이야기를 담았다.

강제규 감독이 영화 '1947 보스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강제규 감독이 영화 '1947 보스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세계 신기록을 세운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하정우 분)은 기미가요가 울려 퍼지는 시상대에서 화분으로 가슴에 단 일장기를 가렸다는 이유로 일제의 탄압을 받아 더는 달릴 수 없게 됐다.

그렇게 11년이 지난 후인 1947년, 손기정은 '제2의 손기정'으로 촉망받는 서윤복(임시완 분)에게 밑도 끝도 없이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나가자는 제안을 건넨다. 일본에 귀속된 베를린 올림픽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새기고 달려 보자는 것. 처음엔 대립하고 맞서던 두 사람은 결국 한 마음으로 마라톤을 시작한다.

무려 3년 전 촬영을 모두 마친 '1947 보스톤'은 팬데믹으로 인해 개봉이 계속 미뤄졌다. 그 사이, 하정우의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 배성우의 음주운전 물의 등 악재까지 겹치면서 개봉일을 쉽게 잡지 못하다가 올 추석 연휴 관객들을 드디어 만나게 됐다.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했지만, 실관람객들에게 높은 평점과 호평을 받으며 입소문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촬영이 끝날 때까지 운동과 식단을 병행해 체지방 6%까지 기록했다는 임시완의 엄청난 노력과 열정에 찬사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 여기에 감정 열연까지 일품이다. 왜 그가 강제규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단박에 이해가 갈 정도다.

인고의 시간을 거쳐 드디어 관객들을 만나게 된 강제규 감독은 최근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1947 보스톤'에 녹여낸 진심, 하정우와 임시완을 향한 애정 어린 마음, 편집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 등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대작인데, 한국적인 것을 가득 담아냈다. 어떻게 시작을 하게 됐나.

"표면적으로 제작비가 많이 들었지만, 블록버스터와는 거리감이 있다. 국가적으로 대의 명제가 있고 그런 이슈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영화라고 생각했다면 안 했을 거다. '태극기 휘날리며'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싸우고 희생하는 이야기면 안 했을 거다. 전쟁이 가지고 있는 본질에 집중했고, 그것을 담으려고 하다 보니 그런 외피가 저절로 따라온 거다. '1947 보스톤'이 제일 매력적인 것도, 그렇게 아무것도 없고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먹고 살기 위해 학업과 생업을 병행하는 건 서윤복뿐만 아니라 세 인물 다 같았다.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달리기를 통해 안고 있는 꿈과 희망을 실현하고 생존해나간다. 극에서도 '나라가 우리에게 해준 것이 뭐가 있냐. 내가 있어야 나라도 있는 거지'라고 한다. 애국주의가 멋있고, 태극기를 달고 올라간 것이 감격스럽고 하는 건 부가적인 거다. 그 세 분의 인간적인 삶에 매료가 됐고 존경할 만하다 한 것이다. 손기정 선수 입장에서 생각하면, 열심히 달려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는데 일본 국기가 올라가고 일본 국가가 나왔다. 그때의 모멸감이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똑같이 반복되는 걸 후배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을 거다. 국가 충성을 떠나 체육인으로 모멸감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 거기에 집중하고 싶었다."

강제규 감독이 영화 '1947 보스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임시완이 '1947 보스톤'에서 마라토너 서윤복으로 변신해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각색할 때 주안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우려의 목소리는 소위 말하는 '국뽕'이다. 제일 중요한 건 20대 관객들을 어떻게 하면 극장에 끌고 올까인데 높은 허들을 어떻게 허물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각색할 때 젊은 관객들이 부담 없이, 세 인물 속으로 자연스럽게 감정 전이가 되고 동화되고 교감할 수 있게 만들어야 했다. 시대의 영웅이기는 하지만 손기정, 서윤복, 남승룡과 거리감이 크고 일체감이 느껴지지 않으면 보지 않을 테니까, 그런 허들을 넘기 위해 노력했다."

-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손기정 선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룰 수도 있었을 텐데, 프롤로그에 그 일화를 배치하고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이유는?

"손기정 선생님의 성장기나 금메달을 따는 극적인 히스토리 과정을 영화로 만들게 됐다면 과연 내가 했을까 싶다. 한다고 해도 굉장히 신중했을 것 같다. 제가 이 시나리오가 매력적이고 거짓말 같은 실화라고 느낀 건 세 분의 이야기가 하나로 연결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손기정 선생님이 가장 유명하고 잘 알려졌지만, 남승룡 선생님도 너무나 훌륭한 마라토너다. 만약 그분의 일대기를 만든다면 말리지 않을 거다. 이 영화를 통해 손기정 선생님뿐만 아니라 숨겨진 소중한 체육인 남승룡 선수, 천재 마라토너지만 일반인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서윤복이라는 선수의 이야기까지 절묘하게 담을 수 있었다. 이건 역사적인 사실이고 광복 이후 세 사람이 도전하는 이야기다. 1석 3조다. 영화를 통해 굉장히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실화에 픽션을 담아내야 했던 만큼 그 중심을 잡는 것에서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픽션이 얼마 정도 담겼는지도 궁금한 지점인데 어떻게 만들었나.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드라마, 영화 같은 경우 제일 큰 고민이다. 역사 왜곡 딱지가 붙는 것은 미세한 차이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다. 시나리오 작업 과정에서 신중해야 하는 지점인데, 극화가 되는 부분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마이웨이'도 실화를 바탕으로 했었는데, 실화를 강조하지 않은 측면이 있지 않았나 뒤늦은 후회가 있었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 해석하는 방식에서 정확한 잣대와 주관을 가지고 냉정하게 사실을 들여다보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실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불가피하게 극적인 재미가 필요한 부분만 넣자고 했다. 이걸 기본적인 원칙으로 작업을 했다."

- 사실 스포츠영화가 '국가대표' 이후 크게 흥행을 하지 못했다. 그런 지점에서의 부담, 우려는 없었나.

"저는 스포츠영화라 안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국가대표' 같은 경우 제가 편집 과정을 지켜봤는데 아무도 흥행을 예측하지 못했다. 다들 스키점프 하는 이야기가 쾌감을 줄까, 부정적이었다. 결국 '어떻게'의 문제이지, 소재 자체의 문제로 흥행이 결정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은행나무 침대' 때도 '한국에서 판타지가 성공하겠냐', '전설의 고향이냐'라는 말이 나왔다. 선입견은 늘 있다. 소재에서의 흥행 공식은 없다고 생각한다."

강제규 감독이 영화 '1947 보스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임시완이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에서 서윤복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이번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역시 임시완 배우다.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캐릭터를 연기한 것 같은데, 혹시 이전 작품을 본 적이 있나.

"'미생' 때 처음 보고 '물건이 하나 나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연기자들의 보폭은 제한적인데, 임시완이 보폭이 넓고 표현의 영역이 다양하다는 걸 느낀 건 '불한당'이다. 눈여겨볼 좋은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 그렇다면 이번에 같이 작업을 했을 때 느낀 임시완 배우는 어땠나.

"체격조건도 그렇고 서윤복과 너무 딱 맞더라. 마라토너로서 외적 조건을 다 가지고 있다. 같이 작업을 하는데 행복했다. 가장 큰 행복을 준 배우다. 현장엔 남자 스태프들만 있었다. 임시완은 남자 스태프들도 찍고 싶고 카메라에 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상당한 매력이 있었다. 찍는 사람들도 빨려들게 한다. '표정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잘 캐치해야지', '제대로 카메라로 표정을 잡아야지'라는 욕심이 들게 하는 배우다."

- 임시완 배우가 체지방 6%를 기록할 정도로 엄청난 훈련, 외적인 노력을 기울인 건 여러 차례 언급했는데, 그 외에 감정 연기에 대해 얘기를 나눈 부분이 있나?

"제가 감정선에 대해 디렉션을 준 건 없다. 같이 대화를 나눴던 건 시나리오 부분이다. 시나리오에선 무리 없이 넘어갔는데 디테일한 감정을 모르겠다고 했을 땐, 시나리오가 잘못됐을 수도 있고 본인이 잘 캐치를 못 했던 것일 수도 있다. 촬영 전날까지도 그런 대화를 나눴다. 그래서 수정을 하고 연락을 하면 답도 바로바로 온다. '너무 좋다'고. 감정의 상태나 상황에 대해 협의와 대화를 나눈 것은 있지만, 연기적인 디테일에 대해 얘기한 건 거의 없었다. 시완이가 너무나 귀신같이 연기를 잘했다."

- 후반부 마라톤 장면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데, 뛰는 걸 보는 재미가 있었다. 연출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영화는 결국 서윤복 선수가 결과를 이루는 얘기다. 그 부분에서 재미가 없으면 망하는 거다. 시나리오를 받고 여기에 목숨을 걸지 않으면 망한다고 생각하고 1순위로 삼았다. 디테일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파이널을 끊을 것인지 제일 힘을 많이 쏟았다."

강제규 감독이 영화 '1947 보스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임시완과 하정우가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하정우 배우에 대해서도 이번에 같이 작업을 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지점이 있나.

"지금까지도 탁월한 배우라고 생각했지만 '비공식작전'을 보면서 작은 화면에서 볼 때와 큰 스크린에서 볼 때 너무 다르다는 걸 느꼈다. 작은 화면에서는 스치고 지나갈 수 있는 디테일, 감춰놓은 것이 많더라. 큰 화면에선 연기 속 섬세함, 미세함이 포착된다. 그것이 하정우의 큰 장점이다. 이번 '1947 보스톤'도 편집실에서는 발견하지 못한 것을 큰 화면을 통해 보게 돼 놀랐다. 하정우의 재발견이다. 현장에서 '2% 부족하고 아쉽다', '테이크를 다시 갈까' 망설였던 지점이 있었는데 결과로 놓고 보니 120% 좋았던 지점이 있었다. 모니터로는 아쉬웠는데 큰 스크린에서 보니 더 좋더라. 하정우라는 배우는 엄청난 구력이 있는 배우구나 생각하게 됐다."

- 손기정, 서윤복뿐만 아니라 남승룡이라는 선수에 대해서도 알게 된 영화였다. 상당히 돋보이는 활약을 했는데, 그런 점에서 배성우 배우의 불미스러운 일(음주운전)이 더욱 아쉽게 다가왔다. 후반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을 텐데 어땠나.

"불미스러운 일이 있고 나서 감당하기 힘든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후반 작업을 한동안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어떻게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해법이 없더라. 답답하고 괴로웠다.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인데 한 개인의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그 이야기를 축소하는 것이 과연 맞나 하다가도 현실적인 딜레마가 있다 보니 혼란스럽더라. 정말 힘들었다. 많은 분의 이야기를 듣고 재편집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 분량이 많지는 않다. 이렇게 편집을 했을 때 '템포나 재미를 위해선 도움이 된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위안을 삼은 건지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좋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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