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내 발언 부정적 반응은 열등감의 표출"

"우리나라 관객과 영화의 수준이 잘 만났다는 제 말에 대한 반응은 부정적이더군요. 그런 반응은 또 다른 열등감을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김기덕 감독이 이례적으로 TV 프로그램에 출연, 논란을 빚었던 자신의 발언에 대해 설명했다. 김기덕 감독은 17일 밤 12시부터 진행된 MBC '100분 토론' 패널로 출연, 영화 ‘괴물’의 싹쓸이 논란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김기덕 감독은 지난 7일 '시간'의 언론 시사회에서 발언한 '괴물’의 흥행은 한국 영화 수준과 한국 관객의 수준이 잘 만났다는 말에 대한 진의를 묻는 질문에 차분히 설명했다.

"그 발언에 대해 부정적인 전제를 하지 않았는데 기사에 달린 4000개의 댓글이 대부분 부정적이더군요. 저는 이 말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자신의 또 다른 열등감을 드러냈다고 생각합니다."

김기덕 감독은 의도와 달리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았다고 말하며 이에 덧붙여 '괴물'은 재미있는 영화다고 말했다.

"저는 '괴물'을 극장에서 2번 관람했습니다. 좋은 영화죠. 한국 현대사의 자학과 가학, 피학이 점철된 우리들의 초상화 같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왕의 남자'의 3배 스크린에서 상영된 것은 문제입니다."

이날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영화는 예술영화가 아닌 저예산영화일 뿐이라고 못 박으며 영화 마이너리티 제도 마련은 불편하다고 말했다.

"제 영화는 시장논리에 예외다는 입장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미국에서 32만명이 들었고 반면 '태극기 휘날리며'는 10만명 미만이 들었습니다. 프랑스에서 '빈집'이 20만명이 들었는데, 이런 결과롤 볼때 예술영화와 상업영화가 구분된다고는 생각안합니다. 제 영화는 단지 저예산 영화고 예술영화는 아닙니다. 극장에 가면 '괴물' 포스터 6개가 일제히 달려듭니다. 그렇게 위화감을 조성하지 말고 1만명이 볼 수 있는 큰 상영관을 만들어 상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김기덕 감독은 많은 상영관에서 관객이 원하는 하나의 영화를 틀 것이 아니라 좌석수가 많은 큰 스크린을 만들어 다수의 관객을 수용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관객이 수요를 채우고 수요가 많다보니 극장이 필요해지고 그래서 극장수가 늘어난 것은 동의합니다. '괴물'은 1천개관에서 걸어도 저는 할말이 없습니다. 저도 영화를 70개관에서 걸어봤는데 극장이 없어 안된 것은 아니고 제 영화가 훌륭하지 못해서 안된거죠. 하지만 열개의 스크린에서 하나 정도는 김기덕 영화를 걸겠구나 희망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어왔는데, 갈수록그 희망이 없어졌어요. 그래서 차라리 개봉을 안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 겁니다. 제 영화를 5억원에 찍어도 주말에 흥행 영화로 바꿔치기해서 건다던가 다음주에 관객이 없어 바로 내려버리면 그 5억도 회수할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김기덕 감독은 10년 도안 12편의 영화를 만들어 왔지만 12편의 총 관객수가 100만에 되지 않는다며 국내에서 자신의 영화를 개봉하지 않을 것에 대해 확실한 의사를 또 한번 밝혔다.

이날 토론에는 오기민 영화제작가협회 정책위원장과 오기환 감독, 강한섭 교수, 이창무 서울시 극장협회장 이 참석해 '괴물'의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