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이라고 했던가. 혹자는 6개월이 지나면 감정보다 먼저 몸이 식는다고도 한다. 모든 것을 전소시키고도 사리처럼 남을 것 같던 감정의 결정조차 서서히 산화되는 것, 그것이 시간이 가진 유한성이다.
퇴색해 가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불안해하고 절망하던 여자는 성형수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영화는 감정의 말소를 막기 위해 택한 것이 성형이라는 것에서부터 굉장히 구체적이고 직설적이다. 그러나 영화를 김기덕식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수술이라는 과정 속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지는 신체에 대한 난도질과 여성을 신비와 공포의 범주 속에 그려넣는 방법은 김기덕 감독 특유의 화법이지만, 그 외 많은 것들은 김기덕이라는 이름 밖에서 머문다.

남자주인공 '지우'(하정우 분)가 어느날 갑자기 증발한 여자친구를 그리워하면서도 몸의 본능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김기덕의 그 어느 영화보다 유머러스하다. 그를 중심으로 빈번하게 나타나는 여자들의 군상은 공포스러운 여신처럼 그려지는 김기덕 영화의 여자들과는 달리 현실적이다.
연인의 권태를 막기 위해 성형을 선택한 여자. 그리고 그 후 자신의 본모습이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되어 질투의 대상이 되는 과정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신선하다. 집과 카페, 섬의 조각공원을 오가며 펼쳐지는 본질에 대한 의문은 성형수술이라는 통속적이고 직접적인 소재에 그로 인해 파생되는 철학적인 담론까지 제시하고 있어 흥미롭다.

김기덕 감독이 그려온 물과 여자와 본질에 대한 이야기는 유머와 현실 속에 녹아들어 과거 그 어느 전작보다 대중성을 취득했다. 숨바꼭질처럼 이어지는 두 연인의 사랑놀음은 그 끝을 궁금하게 만들며 엔딩부까지 스크린을 응시하게 하는 힘이 있다.
김기덕식 영화에서 가장 많이 벗어나 있음에도 그만의 색깔이 여전히 살아있는 '시간'. 사랑이라는 영원한 화두가 과연 시간의 유한성 아래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18세 관람가, 24일 개봉.
조이뉴스24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