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가운데 유난히 주인공들의 동거 설정이 많다.
이 가운데 상식적으로 이해되는 선에서 선남선녀의 자연스런 사랑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지만, 사회적인 분위기와 일반적 통념상으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MBC 월화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최한성(이선균 분)-한유주(채정안 분) 커플은 전형적인 연인간의 동거 케이스다. 죽고 못 살 정도로 사랑하다가도 평생 안 볼 것처럼 싸우다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났다가 헤어짐을 반복하며 오히려 더 두터운 사랑을 엮어가는 것이 진정 드라마틱한 사랑. 이 커플은 결국 아이를 가진 뒤 결혼까지 약속하게 되며, 이를 바라보고 있는 시청자들은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지난 17일 막을 내린 SBS 금요드라마 '8월에 내리는 눈'은 여자주인공 반숙(추상미 분)과 홀아비 동우(조동혁 분)이 과거 사건에 대해 알지 못한 채 동거를 시작, 연민 섞인 사랑의 힘으로 결혼에까지 골인하는 경우. 하지만 과거의 치명적인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면서 내 자식을 죽인 남자와 결혼한 꼴이 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며 위기를 맞았다. 결국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뽑으며 가슴 아프게 하더니 기적처럼 떨어지는 꽃잎으로 사랑의 의미를 표현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MBC 주말기획드라마 '9회말 2아웃'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볼 것 못 볼 것 다 본 30년 친구인 홍난희(수애 분)-변형태(이정진 분) 커플이 경제적인 이유로 동거를 시작했다. 서로의 삶에 어느 정도 걸쳐 있지만 각각의 사랑놀이에는 침범하지 않으면서 살아가는 두 남녀의 관계는 일단 친구의 선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여러 일을 겪어나감에 따라 친구로서의 우정을 넘어 이성으로 느껴지는 감정의 변화를 통해 사랑으로 발전한다. 종영까지의 결정적인 내용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지금, 과연 이들의 관계가 어떤 모습으로 귀결될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결혼 적령기를 넘어선 선남선녀라든가 이미 한 번씩의 결혼 경험을 갖고 있는 성인 남녀가 동거를 하든 결혼을 하든, 이는 당사자들의 몫이지 타인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사회적 분위기를 흔들어 놓을 만큼 특별한 동거에 있다.
예를 들면, 지난 14일 종영한 SBS '강남엄마 따라잡기'나 현재 방송중인 KBS2 '아이 엠 샘'과 같은 경우다.
'강남엄마 따라잡기'에서는 극 초반 여의치 못한 사정으로 선생님과 학부모가 동거하는 상황이 주된 내용으로 다뤄졌다. 이로 인해 다른 학부모들 사이에서 오해를 사고, 결국 이 상황을 알게 된 학교 당국이 선생님을 징계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드라마 속 상황이 어쨌든 이는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는 설정이고, 이를 문제시한 주변사람들의 지적을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다. 중학생 아이를 둔 홀어머니와 아이의 담임선생의 관계가 인간적인 측면에서야 얼마든지 이해될 수 있겠으나 사회적으로 끼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아이 엠 샘'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아무리 만화적인 설정이라 하더라도 선생님과 고등학생의 동거는 그 상황만으로도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 좋아하네 마네 하는 것도 이해받기 어려운 경우다.
극중 장이산(양동근 분)은 10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폭력조직 보스 딸의 가정교사로 들어가 '목숨을 담보로 한' 피할 수 없는 동거를 시작했다. 현직 교사가 개인 가정교사 일을 한다는 것도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사안이지만 그들 사이에서 묘한 사랑의 감정이 싹트고 발전해가는 내용은 심히 우려스럽다.
아직 선생님인 이산은 학생을 대하는 감정이지만 학생인 은별(박민영 분)의 선생님에 대한 감정은 예사롭지 않다. 소주를 한 잔 걸치고는 학생과 함께 꾸벅 졸면서 밤을 지새우는 장면이나 동료 선생님과의 관계를 알고 질투하는 감정은 위험천만하다.
방송의 기능 가운데 오락적 기능과 교육적(도덕적) 기능의 조화는 방송가에서 늘 대두되고, 풀리지 않는 숙제다. 이는 병존하기보다 대치하는 경우가 많아 한 가지를 위해 한 가지를 버려야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
드라마가 사회를 반영하고, 다시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양방향성을 가진 점을 감안해 제작, 방송하는 당사자들은 두 기능의 조화에 대해 더욱 연구하고,심사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조이뉴스24 /문용성기자 lococo@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